영글었네
옆집 장로님댁 나무에 단감이 영글었다. 곧 물컹한 홍시가 되거나, 까치밥이 될지 모른다. 단감이든 홍시든 가리지 않고 즐기는 우리 엄마 따다 드리면 좋겠네 싶다.
엄마는 감을 퍽 좋아하신다. 천안에 자리한 친가 선산에 벌초나 성묘하러 가면 엄마는 감나무 밑에서 감을 올려다 보곤 "이 홍시 먹으러 왔지" 하셨다. 내키지 않는 시댁 스케줄에 참석할 나름대로의 동기를 부여한 것이리라 내 멋대로 생각했다.
이라크 파병을 다녀와 집에 갈 때는 건시를 사다드렸다. 정통 충청도의 답답함으로 무장한 아빠와 멋이라고는 1도 없는 아들 둘 있는 집안에서 그나마 우리가 엄마 취향을 헤아린 선물을 드릴 때면 엄만 참 좋아하셨다.
이번 주 토요일 엄마 생신 파티를 한다. 조촐한 가족 간 식사 자리다. 매년 장모님 생신상을 차렸던 아내가 시어머니 생신상을 차려보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동생 제수 씨도 반찬으로 지원 사격한다.
난 장로님댁 감나무 밑에서 감이나 떨어지길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