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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Jan 21. 2024

독일인의 새해 다짐이 한국과 다른 점

2024년 새해 다짐 1순위는 다이어트였습니다. 화면으로 비치는 방송생활을 안 하다 보니 독일에서 무려 10 kg 이상 살이 쪄버렸는데요. 현재 3kg까지는 성공했지만 조금 더 분발해야 합니다. 2순위는 일주일에 책 1권씩 읽기, 3위는 가족과 시간을 지난해보다 최소 2배 이상 보내기입니다.


독일인들의 새해 다짐은 뭘까요? 한국인의 새해소망과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나타납니다. 올해 1월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엠아이가 전국 성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가 있습니다.   


1위는 건강이었고요, 2위는 경제적 자유, 3위는 경기 안정이 차지했습니다.


독일은 어떨까요?



독일인 새해다짐 2024. 출처: 스태티스타



지난해 말 독일인 5만7천 명을 설문한 FOM 전문대 통계 전문 기관 자료를 보면요, 1위는 스트래스 피하기 혹은 해소, 2위는 가족•친구와 더 많은 시간 보내기, 3위는 더 많은 스포츠, 운동하기였습니다.


한국의 2, 3위가 모두 경제적 관점에서의 소망입니다. 7위 역시 내집 마련이라고 응답했는데요. 독일인은 상대적으로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친한 가족들과의 소통의 관점에서 풀어낸 소망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독일인들이 경제적 소망을 품거나 다짐을 안 하는 건 아닐텐데요. 앞선 설문에선 ‘더 검소하게 저축을 실천하고 비용을 줄이다’가 18.1%로 7위를 차지했습니다. 10위가 경력 발전, 17위가 새로운 일자리 찾기로 커리어 관련 소망이 있긴한데, 순위가 높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 스태티스타의 컨슈머 인사이트 팀이 같은 기간 18세 이상 성인 남녀 380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결과가 살짝 다른데요.


돈 모으기가 올해 1위 소망인 독일. 출처: 스태티스타 컨슈머인사이트



1위는 저축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이 ‘경제적 자유’라고 응답한 점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보이는데요. 한국이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관점에서 경제적 자유, 월급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수입 경로 구축하기에 가깝다면, 독일은 정말 적금들기, 비용 줄이기 개념으로 물가 상승 등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위는 더 많이 운동하기, 3위는 건강하게 먹기, 4위가 가족,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내기, 5위는 다이어트라고 응답했습니다.


특기할 점은 독일인 대상 2개 설문조사에서 공통적으로 5위권 안에 가족,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한국인 설문 조사에서는 가족과 혹은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안 보입니다. 우리가 동양권 문화이고 유교적인 백그라운드가 있고하니 가족을 중시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 실제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한국인 대상 설문조사인 피앰아이의 나머지 응답들은 4위 평범한 삶, 5위 내 마음의 행복과 여유, 6위 개인적 성장과 목표달성(자기계발), 7위가 내집마련, 8위가 재충전을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2030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새해다짐’을 물어본 결과를 보면 1위가 취업•승진•이직이고요. 2위가 시험•자격증 합격, 3위가 건강, 4위가 자기계발, 5위는 다이어트 몸매관리 순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안위와 성장,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는 일에 깊이 몰두하는 추세를 엿볼 수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가족 간의 관계가 너무 가깝다 보니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도 가족일 때가 많고, 업무량도 적지 않은데다 사회적 보장 시스템도 웨스턴 국가들에 비해 느슨한 편인 영향이 큰 게 아닌가, 그래서 나를 지키기 위한 새해다짐을 하는 게 아닌가 해석해보게 됩니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면요. 지난 2021년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전세계 17개국 1만9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태도 조사를 보면 ‘나의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이 뭘까’라는 질문에 1위로 돈, 물질적 안녕을 꼽은 나라가 딱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었습니다.



물직적 웰빙, 즉 돈이 1위인 한국. 출처: 퓨리서치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프랑스, 그리스, 독일, 싱가포르, 이탈리아,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과 영국 등은 대부분 가족을 꼽았고요. 스페인이 건강을 나의 삶에 의미를 주는 1위로 꼽았습니다. 한국만 1위가 물질적 안녕이었고 2위 건강, 3위 가족 순이었습니다. 4위는 긍정적인 마인드, 5위는 사회와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꼽았습니다.


아무래도 압축적인 경제 성장, IMF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치면서 얻은 경제적 트라우마, 그리고 저환율 시대에 인기가 폭발했던 투자 열풍 동학 개미 운동, 여기에 조사 당시 펜데믹이라는 변수까지 종합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새해 첫 달도 벌써 절반 이상 훅 지나갔는데요. 우리 삶의 가치관, 세계관, 방향 설정처럼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내적인 작업을 해보면서 우리에게, 나에게 조금 더 시급하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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