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와 하버드 경제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NBER 논문 하나가 눈에 띕니다. '코즈적 특이점(Coasean Singularity)'이라는 다소 낯선 제목의 논문인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1937년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는 "기업은 시장 거래 비용이 너무 비싸서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 찾고, 협상하고, 계약하는 모든 과정이 비싸니까 아예 조직을 만들어 내부화한 거죠.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이 거래 비용을 거의 제로로 만든다면?
논문은 기업이라는 형태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기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만들어졌는데, AI가 그 비용을 없애버리면 기업도 필요 없어진다는 논리입니다.
이 논문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점점 이 분석대로 가고 있는 듯 합니다. WhatsApp은 50명 엔지니어로 하루 420억 메시지를 처리했고, Instagram은 13명으로 3천만 사용자를 관리하다 10억 달러에 인수됐습니다. 텔레그램은 지금도 100명 미만으로, HR 부서조차 없이 9억 사용자를 서비스합니다. 심지어 이건 AI가 본격화되기 전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클라우드와 자동화만으로도 전통 기업 대비 1/100 인력으로 같은 일을 해낸 거죠. 논문이 예측한 미래가 이미 부분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동네 가게가 이마트에 밀렸고, 이마트가 쿠팡에 대체돼 왔습니다. 각 단계마다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이전 세대를 대체했죠. 그렇다면 쿠팡의 다음은? 개인의 AI 에이전트가 공급자와 직접 거래하고 물류를 조율한다면, 중간의 플랫폼이 필요할까요? 역설적이지만 기업들이 수십 년 간 추구한 '효율화'의 완성점은 기업 자체가 불필요해지는 순간일지 모릅니다. 이게 코즈적 특이점이죠.
글쎄요. 모든 산업과 모든 상점이 AI 에이전트, AI를 탑재한 로봇에 대체된다면 이 말이 성립하겠으나.. 세상엔 인간의 판단과 체온이 필요한 서비스와 제품이 존재하죠. (해야 하지 않을까요 ㅎㅎ) 이런 논문이나 학술 발표가 나올 때마다 자꾸 생각의 프레임이 '인간 vs AI'로 갇히는 건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