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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산문

결혼 7주년이란 말의 의미

완전하진 않아도 온전해서 좋다

by 정병진
우리의 첫 커플링

아내와 9년 전쯤 맞춘 커플링은 여전히 빛이 돌았다. 얼마 전 결혼 7주년을 기념하며 리마인드 결혼반지를 제작하기 위해 우리 단골 보석집에 들렀을 때 이 반지와 조우했다. 2010년부터 1년 반가량 아내와 사귀면서 서로를 기념했던 커플링이다. 로맨틱한 이벤트 하나 제대로 못 해주고 언론사 입사 준비에 매진하던 나를 믿고 아내가 같이 끼고 다녀준 반지다.


햇수로는 8년차 결혼 생활에 접어들었다. 장모님 암 투병과 함께해온 7년여 시간 동안 나와 아내는 단단하고 견고해졌다. 암 치료차 퍽 여기저기 다녔다. 결정할 게 많았다. 결과가 좋아 같이 웃었고 변고가 생겨 함께 울었다. 다툴 때도 많았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와 인내로 상처를 치료해왔다. 관계에는 굳은 살이 배겼다. 마치 근력 운동을 심하게 하면 근섬유가 파손되고 다시 새 근육이 자라듯 우리는 부부 관계의 근육을 밀도 있게 키워왔다.

제주에서 말 타러 간 우리 부부

대화가 잘 통한 덕분이다. 우린 대화를 참 많이 나눈다. 아내가 정치외교 전공인 덕분에 뉴스 이면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서로 논의가 이뤄지고 토론까지 가능하다. 드라마를 소재로 한 수다는 우리의 자잘한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아이들 교육을 다룰 때는 우리 가정을 꾸려가는 커다란 기조에 견주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다른 학부모들 뒷이야기부터 이놈저놈 뒷담화를 나누기도 한다. 쉼 없는 수다는 우리 부부가 킥킥대며 남몰래 즐기는 쏠쏠한 취미다.


내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주는 아내가 참 고맙다. 자존심 상하지 않게 심한 말은 삼가고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내게 존대하며 남편을 세워주는 아내다.

아내가 예매한 영화 <말모이>를 보며 결혼 7주년이란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성경에서 7은 3, 10과 함께 완전수다. 오늘도 나를 더 성장하게 해주는 아내 덕분에 우리 부부는 완전하진 않아도 온전하게는 사는 것 같다. 얼른 새로 맞춘 반지가 완성됐으면 좋겠다.

2010년도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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