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래퍼 선생님
중학교 시절 선생님 한 분이 떠올랐다. 이른바 '대명 래퍼'로 불리며 엄청나게 빠른 말과 달팽이관을 쿡쿡 찌르는 딕션으로 우릴 곤혹스럽게 했던 이 모 선생님이다. 참고로 대명은 내 출신 중학교 이름이다.
'대명 래퍼'는 종례만 40분을 했다. 매일 오후 마지막 교시가 다 끝나고 친구들과 나가서 놀라치면 선생님은 끝없는 지적과 분노 토로의 향연으로 우리의 애간장을 태웠다. 복도에는 항상 다른 반 친구들이 데면데면 거리며 종례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주로 혼나는 친구 두세 명 때문에 종례가 길어졌다. 담배 피워서, 머리카락 정돈이 안 돼서, 복장•수업태도 불량에 땡땡이까지 녀석들이 들어야 할 지적은 다채로웠다. 선생님께 감히 '저흰 보내주세요' 말하지 못했던 우린 모두 체한 듯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생각해 보니 그 때가 중2 시절이다. 선생님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 중2병 걸린 40여명 시커먼 녀석들을 흐트러짐 없이 통솔해야 할 담임이었던 그녀다. 체구도 왜소하셨다. 우락부락한 남중 학생들을 휘어잡으려면 이선희의 성량을 탑재한 강력 래핑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했을른지 모른다.
어쩌면 그 40분 잔소리 덕에 나를 비롯한 동창들이 이래저래 사람 구실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예나 지금이나 잔소리 듣기 싫은 건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