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앨범을 닫는 법 #2

경도를 기다리며, 우리 모두의 사랑

by JipDolE

최근 <<경도를 기다리며>>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너무 재밌고 괜스레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경도와 지우가 처음 만났던 그 여름날의 설렘과, 그 설렘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묘하게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작품이 될 것 같다.


극 중 지우(원지안)는 2번이나 경도(박서준)를 떠나버렸다. 그것도 말도 안 하고... 경도는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을 겪고 어느 정도 방황을 마친 뒤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도중 10년 만에 지우가 다시 경도 눈앞에 나타났다. 이혼한 상태로 말이다.


경도를 두 번이나 버린 사람이지만, 그런 지우에게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던 경도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둘의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었다.


왜 드라마 제목이 '경도를 기다리며'일까?


제목은 누군가가 경도를 기다리는데 이상하게도 드라마 내용은 반대로 경도가 지우를 기다리는 것처럼 흘러간다. 사실 지우라는 존재는 경도에 있어서 불완전한 존재다. 바람처럼 다가와서 언제 남아있었냐 듯이 소리소문 없이 경도 곁을 떠나버렸다. 단 한 번도 깔끔하게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지우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경도는 살아가는 내내 지우를 기다렸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누나, 지우가 나한테 뭐냐면.... 계속 열려있는 두꺼운 앨범 같아. 새로 찍은 사진 넣지도 못해, 꽂혀있는 사진 빼지도 못해.."


극 중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나온다.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인 '고도를 기다리며'의 두 주인공은 하염없이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기만 하다 이야기가 끝이 난다.

본인들이 '고도'를 찾으러 갈 수도 있었고, 사람을 통해 데리고 올 수도 있었겠지만 누군지도 소개조차 없는 '고도'를 한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즉, 본인들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수동적인 모습을 통해 기다리기만 할 뿐 그 어떤 행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끝끝내 '고도'를 보지 못하고 두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끝을 맺는다.


아마 작가는 '지우' 에게 기다리기만 하지 말라고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지우의 기다림은 고도의 기다림과 상황이 다르다.

누군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나를 바라봐주고 있는 경도를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 지금 이대로라면 결국 경도를 놓칠 수밖에 없어, 그러니 말과 행동으로 기다림을 끝내'


수동적인 여성에서 능동적인 여성으로 성장하기 위한 갈림길에 서있는 것이다.

본인의 불완전한 존재를 알고 있는 지우는 경도만큼이나 기다려왔지만 결국 '선택의 망설임'이었으며 우린 경도에게 '나를 기다려줘 가' 아닌 '내가 너의 기다림을 끝내줄게'라고 마음을 전달하는 지우를 기대해 보자.


생각해 보면 우린 모두 '경도' 혹은 '지우'인 것 같다.


이기적이기도,

자존심 부리기도,

자격지심 때문에 소중한 걸 놓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사랑을 한다.


그리고 헤어짐이라는 것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것들을 배우게 됐다. 아픔을 견디는 법, 누군가를 놓아주는 법,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사랑할 용기.


현재를 사랑하되 과거의 만남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고 미안한 감정은 그대로 간직한 채로 지금 나를 바라봐주고 있는 사람에게 건네주지 말자.


극 중 경도와 지우처럼 사랑 앞에서 기다리고 망설이는 모든 '경도', '지우' 에게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으면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보고 싶다고 전달해 보자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인생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주거나.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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