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다.
마룻바닥을 짓밟는 소리 들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닫힌 문이 열릴까 봐,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을 죽였다.
여전히 방 문은 닫혀있지만
곧 열릴 것 같은 예감은 틀릴 것 같지 않았다.
가까워진 기척이 멈췄다
내 방 앞에 멈춰 가만히 서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리 없는 시간은
서늘하게 나의 목을 조인듯했다.
조금 지나서야
멀어져 가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벽에 등을 붙였다.
벽 너머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병일까, 잔일까. 뭐든 깨진 것은
내가 치워야 할 것이다.
치우고 나면 '왜 마실 잔이 없냐'라고
욕을 먹는 것도 내가 될 것이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저 깨진 것이 내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할 뿐이다.
안도의 숨을 쉬는데,
그의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방문이 열렸다.
어두웠던 방에 문이 열리면서
방 너머의 빛이 들어왔다.
커다란 그의 몸 때문인지
새어 들어온 빛은
방 전체를 밝게 하지는 못했다.
"술이 떨어졌잖아.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빛을 등지고 있기에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그의 다리로 내렸다.
그가 나를 때리기에는
손보다 발이 빠를 것 같아서다.
작은 아이의 체구는 불편한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발이 얼굴에 날라왔다.
나의 얼굴은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소리 내지 않는다.
반응하지 않는 것이 그의 흥미를 줄이는 거라 생각했다
"딱딱한 놈. 너 같은 애는 어디서 온 거냐."
"..."
"가만 보면 너는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 있는 것 같아. 너 사람 맞냐?
네가 7살인가? 8살인가? 나이에 맞지 않는 애 늙으니 같은 놈"
"..."
"술 가져와라"
"술 다 떨어졌어요."
순간 그의 손바닥이 나의 뺨에 날아왔다
바닥에 쓰러질 뻔했지만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밖에서 술을 가져올게요"
"니까짓 게 어떻게 가져올 수 있겠어? 구걸이라도 할 거냐?"
"언덕너머 있는 큰집에서 일하는 집사가 술을 사서 들어가는 것을 보았어요."
평소에 그였다면 왜 미리 안 갔냐며 때리거나
빨리 갔다 오라고 때린다
때리기 위해 이유를 만든다
하지만 그의 손은 잠잠했다.
그는 흠칫한 것이다.
어두워서 그의 표정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이 동네 최고 부자의 집을 언급해서 그런 것일까
덩치가 크고 때리는 힘은 강하지만,
돈 없었던 그에게 상처준 것일까
돈이 영혼을 상처는 주는 것일까.
"더러운 위선자들... 얼른 가져와라!"
나는 아무렇지 않게 집을 나섰다.
문을 닫고는 한참을 뛰었다.
숨이 가슴을 채우고 나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집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뛸 수 없을 만큼 숨이 찼다.
가만히 서서 숨을 골라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쏟아지는 눈물이 호흡을 힘들게 했다
너무나 슬프다
아무리 위로받지 못한 삶이라도
나의 작은 부분, 슬픔 정도는 위로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결국 이겨낼 수밖에.
훌쩍이는 가슴은 멈추지 않았지만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날씨가 춥다.
하지만 지금 집에 들어갈 수 없다
그가 곧 잠이 들것이고,
그때 들어가야 한다.
그 시간 동안 마을을 돌아다녔다.
어둡고 조용했고.
밤하늘의 별은 밝았다.
그리고 그 집. 언덕너머 있는 그 집.
집사가 있으며 화려하고 별처럼 밝은 그 집이 내 눈에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집이었다.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하얀 천장에 노란 벽지에 빨간 난로에
누런 파이를(아마 애플파이가 아닐까) 들고 있는 누군가였다
그 순간 서늘한 찬 바람이 뺨을 스쳤다.
나는 그 집에서 시선을 거두었고
발길을 돌려 걸었다.
어차피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곳이다.
"오늘은 빨리 잠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