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있을까?

by 지라르



“술 좀 가져와라.”
“남은 고기 있으면 내놔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언제나 이런 것뿐이다.


교회와는 전혀 관계없는 그였지만,

성경학교는 보냈다.


왜냐하면 그는 독실한 신자이기 때문이다.


뺨을 때리는 손으로 기도하고

욕을 뱉는 입으로 신을 담았다


마치 짐승이 인간인 척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가증스러운 짐승이

진심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할 때는

그 또한 신의 보살핌이 필요한

작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큰 존재처럼 보였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지고,

술 냄새로 가득 차 있던 비릿한 숨결은 사라진다.


거칠던 어깨는

한순간 무릎 꿇은 성직자처럼 낮아졌다.


빛이 없는 방인데도

기도하는 그의 얼굴에는

빛이 내려앉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른 차원에 닿아 있는 사람 같았다.


그가 싫지만 그때만큼은 싫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나의 아버지라서는 아닐 것이다.


차라리 그가 신을 욕했다면

나의 방황은 줄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신을 믿지 않아서

나쁜 사람이 되는 거라 생각하면 되니까


그의 신앙과 행동에 대한 모순을 해석하지 못하고

하지만 그런 그가 신에 닿은 듯한 이유도 모른 채

성경학교에 간다.



...



오전의 교실은 햇빛이 사선으로 들어와

아이들의 얼굴을 반쯤 밝힌다.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 교실은 자유분방하고 즐겁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작은 농담을 주고받는다


주머니 속에 숨겨온 구슬을 꺼내 조심스레 굴리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 옆 친구에게 보여주며 킥킥 웃는다.

이곳은 평범한 놀이터인 듯한 분위기였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의 발소리가 들리는 순간, 분위기는 달라진다.

흩어져 있던 몸짓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는다.


아이들의 손은 책상 위에 고이 모아지고, 눈은 성경책 위로 고정된다.


책상 위엔 언제나 펴놓은 성경책이 가지런했지만
그 활자들이 낯선 기호로 보였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질문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질문이 당혹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죽으면 천국에 간다면서요? 그렇다면 왜 살아야 해요?”


이런 질문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지만,
앞에 서 있는 어른들은 대부분 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늘 같은 말이 돌아왔다.


“그건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깊은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겠어?”


또는


“하느님을 의심하는 거냐?”


이렇게 되면 질문한 아이는

곧바로 ‘믿음이 부족한 아이’로 낙인찍혔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말에 겁을 먹고,

마치 큰 죄를 지은 듯 스스로 뉘우치곤 했다.


내 눈에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어리석어 보였지만, 금방 이해했다.


잘못을 만드는 기준은

옳고 그름이 전부가 아님을

이 친구들은 배우지 못했으니까.


순간 기도하는 그의 숭고한 모습을 떠올랐지만,

머릿속에서 그 모습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생각해 보면, 선생님들도 참 어려운 일을 맡은 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의 끝없는 질문은 살아 있는 호기심인데,

그들은 모순된 내용을 무조건 옳다고만 가르쳐야 했고,

설명하고 싶어도, 설명할 능력이 안되었다.


어떤 수업은 차례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시켰다.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꼭 감았다.


나는 그때마다 슬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훔쳐보았다.
진심 어린 목소리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끔 눈을 마주친 아이가 키득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럴 때는 같이 웃었다.

그 순간만큼은 하느님을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기도가 끝나자 교실은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고요해졌다.

선생님은 성경을 펼치며 읊조렸다.


“신은 사랑이다. 신은 너희를 지켜주신다. 신은 정의다.”


아이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눈을 반짝이며 받아 적었다.


나만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어쩌면 신을 증오하는 게 아닐까?


내 눈에는 이 친구들의 반짝이는 눈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나는 화들짝 놀라 눈을 감고,
억지로 기도에 집중하려 했다.


‘좋은 생각을 하자. 착한 마음을 품자.
병든 이를 위로하고, 가난한 이를 돕는 기도를 하자.’


입속으로 단어들을 굴리며 따라가 보았다.

그러나 그 말들은 금세 모래처럼 흩어졌다.


기도는 내 안에서 낯선 메아리로 울렸고,
여전히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착한 기도는 내 입술을 거쳤지만,
의심은 더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역시 이곳은 내가 배제된 낯선 세계다.


의심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데,

생각을 멈추고 믿음을 향해 두 손을 모아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 삶은 무엇일까?


혹여, 나의 기도가 간절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위대하신 그를 위한 경의는 없고

오로지 나의 안위를 위한 기도라서 들어주지 않는 걸까?


하지만 나는 불행한 아이가 아닌가?


힘드니까 안 힘들게 해달라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는 욕심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그가

이것마저 사특하게 여긴다면

그는 신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의지 할 곳 없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


이렇게 불행하게 살다 죽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도 남들처럼 웃고, 행복하고 싶다

매일밤 편히 잤으면 좋겠다.


그가 내게 행복을 줄 수 없다면,


차라리 소수의 행복을 거두고

평등한 불행으로 세상 모든 사람이 신음하는 것이

정당한 세상이다.


아...


이렇게 난 비뚤어졌구나.

이래서 나는 구원받을 수 없나 보다.


나의 아버지는 폭력적이지만

진심 어린 신자였다.


오늘도 뜨거운 볼과 쓰린 속을 잘 버텨보자.


이것으로 오늘 했던

요사스러운 생각을

조금이나마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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