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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vendays Nov 27. 2018

도시,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볼 수 있을까?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도시

물리학자의 스케일링 연구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

 <스케일> 이라는 책은 제프리 웨스트라는 미국의 저명한 이론물리학자가 쓴 책이다. 그는 물리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카오스 이론으로 유명한 복잡계 물리학의 대가이다. 복잡계 물리에서 연구하는 주제 중에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나비효과” 다. 복잡한 시스템 상에서 “나비효과” 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스케일> 에서 그는 복잡계 물리학의 한 방법론을 소개한다. 그것은 바로 스케일링 연구이다. 스케일링이란,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시스템에서 보여지는 특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 질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진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시스템들은 서로의 확대판,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스케일링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사례가 동물이다. 예를 들자면, 코끼리와 원숭이는 생긴 것도 다르고, 사는 지역도 다르고, 생물학적으로는 아예 다른 “종”이다. 그러나, 코끼리와 원숭이를 각각 하나의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본다면 코끼리는 원숭이의 확대판이라는 거다. 그렇게 볼수 있는 이유는 코끼리의 생물학적 특성과 원숭이의 생물학적 특성이 스케일 차이에 비례하여 정해지기 때문이다. 코끼리의 사이즈가 원숭이의 10배라고 한다면, 그에 따라 코끼리의 심장박동수는 원숭이의 심장박동수의 1/2이 된다던지, 수명이 3배가 된다던지 하는 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을 사이즈가 커지는 것에 따라서 생물학적 특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그래프상에 점으로 찍어보면, 각 특성이 규칙적인 비율로 변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연구 결과이다. 실제로 스케일과 생물학적 특성은 수학적으로 지수적으로 비례한다.


도시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시스템


서론이 좀 길었는데, 제프리 웨스트는 동물에서 적용했던 스케일링 방법론을 도시에도 적용한다. 그 연구 결과는 <스케일> 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아주 흥미롭다. 스케일링 방법론을 전세계 도시를 대상으로 적용했을 때, 동물에서 발견되었던 비슷한 규칙이 도시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도시의 사이즈와 도시의 여러가지 특성들(주유소 수, 범죄수, 임금, 특허수 등) 이 지수적인 관계로 일정 규칙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물리학적인 방법론으로 도시를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연구라는 상징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의 내부적인 시스템을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계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는 시사점이 있다.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링 연구는 도시를 하나의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스케일링 연구는 도시가 실제로 어떠한 구조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는지, 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어떠한 매커니즘으로 인해 발생하는지는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못한다. 그도 이 부분을 인정하고, 추후에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도시가 하나의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과학적으로 검증되기 전에도 그와 같은 개념은 이미 도시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존재했다.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개념은 “상호작용” 이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에 따라서, 네트워크의 구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이란 다른 말로 하면, 개별 요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도시는 사람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도시야말로 수많은 연결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집합소이다. 그리고 이는 “집적경제” 라는 이름으로 도시경제학에서 이미 이론으로 정리되어 있다. 도시는 사람과 자본, 기술이 모이는 곳이며, 이들이 모여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작용” 함으로써,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달한다는 이론이다. 경제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수많은 “상호작용”을 겪고 있다. “상호작용” 이라는 단어를 모르더라도, 이미 경험적으로 그 개념을 체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회를 얻기 위해 도시로 모인다. 학업을 위해, 일자리를 위해, 사업을 위해. 도시에서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기회라는 것은 모두 다 상호작용을 통해서 일어난다. 누군가를 만나서 정보와 지식을 얻고, 누군가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등의 일은 모두 누군가를 만나야 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편의점에서 물건을 하나 사는 행위도 점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일어난다. (요즘엔 키오스크와의 상호작용으로 상행위가 이루어 지기도 한다.) 


이미 우리는 도시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구성하는 주체로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건물 간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도시

 

도시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이해한다고 할 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도시를 다양한 네트워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주체는 일반적으로 사람이다. 그러나 도시환경이 개발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은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로 나타난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물리적 변화가 바로 건물을 짓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건물이 부서지고 새로지어지는 과정을 건물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도시의 변화를 건물간의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한다면, 도시 개발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모른다. 


건물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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