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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vendays Nov 27. 2018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짧은 생각

도시 과학자의 눈으로 본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이 뭘까?


가로수길, 샤로수길, 경리단길, 망리단길, 송리단길 등. 핫플레이스와 함께 따라오는 이슈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인터넷에서 핫플레이스를 검색하려고 하면, 뉴스 기사 제목에서도 심심찮게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 년 전 만해도 이 단어는 도시 연구를 하는 사람들만 아는 전문적인 용어였는데, 이제는 사회현상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많이들 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모호한 개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마치 4차 산업혁명, 스마트시티와 같이. 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 뜻에 대한 합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도대체 젠트리피케이션이 뭘까?


출처: “여행마스터” 네이버 포스트

젠트리피케이션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도시가 개발되고, 환경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근린환경의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프로세스는 어떤 이유에 의해서 어떤 동네의 물리적인 환경이 개선되고, 그로 인해 땅값이 올라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어, 결국 세입자가 쫓겨나는 과정, 이 프로세스를 통틀어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프로세스는 실제 도시 환경에서는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 물리적 변화/ 경제적 변화/ 사회적 변화가 모두 수반되는 일련의 도시 개발 현상을 지칭하는 것에 동의한다. 여기서 물리적 변화는 낡은 건물이 재건축되는 것, 낡은 도로를 재정비하는 것, 주거지역에 카페가 들어오는 등 동네가 보기 좋게 개선되고, 하드웨어적인 기능이 향상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변화는 대체로 동네가 발전하는 데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상승, 사회적 변화는 동네 구성원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가 학계에서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략적인 뜻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의 원래 뜻과 변천 과정


그러나, 어디까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Ruth Glass라는 사람은 런던에서 일어난 어떤 현상을 지칭하는데 이 용어를 사용했다.


산업혁명 시대에, 런던 도심에 공장과 노동자들이 모여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거환경이 나빠졌고, 부유한 중산층들은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도심 외곽으로 이주하였다. 즉, 교외화(suburbanization)가 일어났다. 우리나라로 치면, 분당이나 일산 같은 서울 주변에 신도시로 이주한 것이다. 중산층이 빠져나가니, 중산층이 다니는 회사, 쇼핑몰도 함께 교외로 빠져나가게 되었고, 이러한 교외화 현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었다. 그러는 동안, 부자와 중산층이 빠진 도심은 자연스레 경제적으로 쇠퇴하게 되고, 저소득층의 주거지역이 되었다. 그러다가 교외생활의 불편함을 느낀, 중산층들이 20세기에 들어서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쇠퇴한 도심은 재개발되기 시작했고, 중산층이 도심으로 대거 유입되었다. 이로 인해서, 기존의 도심에 살고 있던 저소득층은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외화 이후에 도심 재개발로 인한 일련의 현상을 관찰한 Glass 가 이를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학자들에 의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논의되고,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관찰될 때 그것들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그러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도 점차 확장되어 왔다. 원래는 서구 유럽의 도심 재개발로 인한 부작용만을 지칭하다가, 지금은 아시아,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개발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설명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언론이나 정부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라는 단어를 이용할 때는 주로, 세입자의 서러움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로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Gentrification 은 Gentrify라는 “고급화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단어의 어원만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에는 물리적인 환경 개선부터 전치(쫓겨남)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한 단어에 내포되어 있다. 도시는 기술과 문명이 발전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에는 잘난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잘남을 뽐내기도 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하고, 그러면서 기술과 예술, 문화가 발전한다. 이것이 도시의 필연적인 숙명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점점 향상되고 발전한다. (이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하지만, 여기에서는 긴 논의를 생략한다.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리고,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경제 침체기에도, 국지적으로는 사람과 자본이 몰리며 그러한 지역에서는 개발이 일어난다. 이렇듯이 도시가 발전하고, 물리적인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물리적인 환경이 개선된다고 해서, 이것이 무조건 전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인 환경이 개선되고, 이로 인한 이익이 어떻게 배분될 것인가. 그것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의 핵심이다. 물리적인 환경이 개선되면 자연스레 지역 관계자들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는 혜택을 받고, 누군가는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피해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이 ‘전치’이다.


이것은 사회적 양극화 문제이며, 차별의 문제이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공간을 점유하는 권리에 대한 박탈로 이어지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때 이익을 누리는 사람은 대부분 토지주, 건물주, 또는 부동산을 소유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반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도리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주로 세입자들이다. 왜냐하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이익은 주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이익으로 환원되는데, 이 이익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다는 것은, 도시가 개발되고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그 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또 같은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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