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눈으로 본 젠트리피케이션
전통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주로 사회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이루어졌다. 설문조사나 인터뷰, 문헌연구에 기반해서, 정성적인 방식으로 연구가 되어왔다. 또한, 정부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을 결정할 때도 대부분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통계자료에 근거를 두더라도 원자료를 거의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인식은 주관적이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변화를 보고서도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한 연구와 의사결정은 의사결정자가 갖고 있는 관점에 따라서, 특정 부분이 부각될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은 가려질 수 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현상이 그렇듯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다. 그러다보니, 이 현상을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서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수준의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만들어진다면,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다고 알려진 지역에서 실제로 경제적, 인구적, 물리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에 기반해서 동네의 변화를 정량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지역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논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활용될 때, 어떠한 지역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프레이밍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서 얘기할 때, 대부분 객관적으로 건물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쫓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감정에 호소할 뿐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언론의 목적은 어느정도 성취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논의가 좀더 유의미하게 되려면 데이터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로 살펴보면 실제로 조명되어야 할 문제가 조명될 수 있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문제를 보게될 수 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는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 소외되는 계층이나 지역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그렇다고, 각 스테이크홀더의 주관적인 경험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주관적인 경험 또한 중요한 실재이고,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직관과 경험에만 너무 의존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량적인 데이터와 함께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서, 정부가 정책적 개입을 해야 할 지 하지 말아야 할지, 정책적으로 개입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