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까요?

-말투에 드러나는 삶의 태도에 관하여

by 김산

말투에는 말을 쓰는 사람의 사고나 행동 방식이 담깁니다. 입말인데도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하게 쓰면서 끝맺음도 분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게다가 주장을 할 때는 근거가 검증이 가능한 것이어서 반박하거나 수긍하기가 쉽습니다. 나의 경험으로 보건대 그런 사람은 대체로 사고가 체계적입니다. 이런 사람과 대화하면 ‘아, 이 사람은 평소에 관심 있는 문제에 관하여 깊이 고민하였구나, 아니면 공부가 깊었을 거야.’ 하는 생각을 합니다. 최소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말하는 사람일 테고 의사결정도 여러 상황을 검토한 뒤에 할 것이니, 신뢰도가 높은 사람일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말하는데 앞 문장을 끝맺기 전에 다음 말을 이어서 하는 사람은 무수한 정보를 쏟아놓긴 하지만, 정보와 정보에 인과나 선후가 없어서 들을수록 혼란스럽습니다. 말에 진심을 담지 않아서인지 다음날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도 모르기도 합니다. 실수로 한번 잊은 것이라면 괜찮겠으나, 엄격성이 부족한 말하기가 계속되면 다른 사람의 신뢰를 잃게 됩니다. 공적인 담론에서는 언행의 부정적 결과가 소속된 조직이나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낱말 차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긴 한데’를 자주 쓰는 이가 있습니다. '그렇긴 한데'는 어떤 상황을 ‘그렇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과 반대되는 상황으로 말하거나 행동할 때 쓰이는 말이잖습니까. 그런 사람은 ‘그렇긴 한데’ 앞에 놓일 상황에 동의하는 것처럼 하지만 행동 의지는 ‘그렇긴 한데’ 뒤에 두는 쪽입니다. 그것은 대체로 현실적 이익이나 욕망에 닿아 있고요. 문제 상황의 절정을 비켜서 사는 셈입니다. 그런 사람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을 가끔 만났는데, 대체로 이해에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희생과 봉사가 따를 일에는 ‘그렇긴 한데’라며 뒷걸음치고 이익이 따르는 일에는 누구보다 민첩하지요. 이때 쓰이는 ‘그렇긴 한데’는 당위에서 현실로 달려가는 다리가 되는 셈입니다.

어떤 이의 언행 앞에는 ‘그래서’가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는 행동의 원인이나 근거가 놓이지 않습니까?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도덕적 판단과 실천의 언어를 구사합니다. 행동하거나 말하기 전에 ‘그것이 마땅히 할 일인가’를 따져볼 것인데 자신에게 손해인지 이익인지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는 ‘이것은 어느 모로 보나 옳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행동한다’라는 원칙을 내면화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인식과 행동의 간격이 적은 사람입니다. 언행이 이러하므로 살면서 손해를 입는 일이 잦습니다. 옳은 선택이 언제나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니, 내가 가진 것조차도 버려야 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나 역사 속 선인들의 삶에서도 사례를 충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의로운 이가 얼마나 곤궁하게 사는지 말입니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이가 있을 줄 압니다. ‘그래서’를 쓰는 사람은 지나친 확신으로 독단으로 이르거나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일 것이라고 걱정하실 테지요. 반면에 ‘그렇긴 한데’를 자주 쓰는 사람은 유연하고 즉흥적인 대응에 강한 사람일 수 있다고 말씀하실 테지요. 게다가 말투와 사람의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고, 성장 환경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하실 줄 압니다. 그런 부분을 넉넉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나는 생각과 행동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그래서’를 지지합니다.

2026년은 선택해야 할 일이 많은 해입니다. ‘그래서’가 나를 어떤 상황으로 데려갈지 모를 일이나, 나는 그래서 앞에 놓이는 상황에 충실하겠습니다. 그래서 앞에 놓일 말이나 상황이 정의, 평등, 평화, 연대라면요. 당신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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