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노트북 앞에서
2025년 9월 25일 새벽 3시 50분.
나는 딸아이 책상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있다.
남편 회사 부장님이 선물해 주신 고급 캐모마일을 70도의 물 한 컵에 넣고서.
크롬을 켜고 곧바로 브런치에 로그인했다.
브런치 알람에는 계속 글을 쓰라고 독촉하는 메시지가 와 있다.
깜깜한 이 새벽에 나는 왜 깨어나 있을까.
새벽 3시.
이제 다섯 시쯤인가 하고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는데 아직 세 시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쁜 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하는 무서운 꿈을 꿔서일까.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조금 더 잠을 청해야지 하고 억지로 눈을 감고 뒤척이지만 머릿속에 갑자기 쓰고 싶은 글감들이 마구 생각이 났다.
온갖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심지어 그걸 아우르는 주제까지 떠올랐다.
'사사이'는 어떨까?
사람과 사람이 사는 이야기.
혼자서 멋지다며 또 어떤 글을 쓸까 끝없이 생각이 이어졌다.
'아, 이 이야기들을 까먹기 전에 써야겠다!'
번뜩 이런 생각이 들어 결국 덮었던 얇은 여름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고야 말았다.
출근 전 루틴처럼 화장실에 들어가 이를 닦고 물 한 잔 마셔야지 하는데 글을 쓰려면 따뜻한 차가 어울리겠다며 정수기 앞에 섰다.
그리고 왠지 글쓰기에 어울릴 것 같은 차를 꺼내었다.
남편 회사 부장님이 선물해 주신 고급 캐모마일.
그런데 누가 내 맘에 글쓰기의 불을 붙인 걸까?
떠오르는 두 사람.
양다솔, 무과수.
신기하게도 지난 한 주 동안 우연한 기회에 만난 두 작가.
2주 전만 해도 몰랐던 분들이다.
한 분은 도서관에서, 한 분은 한살림 아카데미에서 강연자로 만났다.
놀랍게 두 사람 다 자신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글로 남겨왔고 그 글을 엮어 세상에 책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사람은 글로 자신의 답답함을 표현할 줄 몰라 자간을 줄이고, 자신의 화를 나타내고 싶어서 글씨 크기를 키우는 수준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사진 한 장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말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게 4년 이 흐르고 10년이 흘러 세상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이 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엄청난 착각이 들었다.
그 착각이 이 새벽에 나를 일으켜 아이의 방에 불을 켜고 딸아이의 책상에 앉아 따뜻한 캐모마일 한 잔을 마시고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게 한 것이다.
'글쓰기라는 좋은 외장하드에 망각하는 일들을 기록해 보는 일.'
그거 시작해보려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지 않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