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을 짓다가 책의 정체성을 생각하다.
문득 책 제목이 떠올랐다.
글을 쓰지도 못하면서 책 제목부터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
그래, 어떤 책을 쓰고 싶은데? 책 제목이나 들어보자.
사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
냉큼 책 제목부터 짓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에피소드들.
이런 거 써야지. 저런 거 써야지.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이런 생각들을 하니 잠이 올 리가 있나.
뒤척이다 결국 노트북 앞에 앉은 나.
오랫동안 외면했던 브런치에 로그인해서 냅다 매거진부터 만들었다.
제목은 사사이.
그런데 매거진 주소를 작성해야 만들 수 있단다.
잠이 덜 깼는지 인터넷 주소에 한글을 썼다.
사사이.
이게 주소가 될 리가 있나.
거부당했다.
그럼 뭘로 하지.
한글이 안된다면 영어, 아니 숫자로.
442.
안된다네.
그럼 4-4-2.
드디어 얼떨결에 승인된 매거진의 주소는
https://brunch.co.kr/magazine/4-4-2
매거진을 만들고 보니 이렇게 제목부터 호기롭게 짓고 시작했지만 아직 완성도 못 한 매거진들이 보인다.
마음먹으면 일단 실행은 하고 보는 나.
하지만 끝까지 글을 쓰기에는 엉덩이 힘이 부족한 나.
그게 나지만 어떡하겠나.
이렇게 또 시작해 보는 것을.
일단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야기들이 사라질세라 글보다는 제목부터 작가의 서랍에 토해내듯 저장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여섯 개의 제목이 생겼다.
이를 채우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전날 다섯 시간밖에 자지 못했는데 피곤하지도 않았는지 말차크림라테의 영향 때문인지 새벽 네 시에 눈이 뜨였다.
이번에는 어제 만들었던 책 제목이 떠올랐다.
사사이. 사-사-이. 4-4-2.
마치 삼행시를 짓듯 온갖 생각이 흘렀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
생각(思)과 생각(思) 사이.
제목을 생각하니 책의 정체성이 생기는 기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 나가서 숫자를 가지고 놀았다.
1 더하기 1은 2인데 4 더하기 4는 2? 둘이 하나 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이 이어지다가 결국 일어나 다시 노트북 앞으로 왔다.
아직 내용도 실체도 없는 책 제목을 쓰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