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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Dec 14. 2020

놀이터에서 시작되는 동네 인맥

빌라 라이프 7년 차가 말하는 동네 놀이터 이야기

"엄마! 우리 놀이터 가요!"


30년 된 빌라인 우리 집 앞에는 커다란 놀이터가 있다. 빌라로 밀집된 동네 중간에 위치하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핵심지다.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첫째는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놀이터를 들렸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는 아기띠에 매인 채로 놀이터에 왔던 곳이다. 이 놀이터를 이용한 지는 벌써 4년이나 지났다. 둘째의 갓난아이 때를 기억하는 동네 주민분들은 둘째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시곤 한다.


처음 놀이터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어색했다. 그저 내 아이만 바라보고 따라다니기 바빴다. 하루, 이틀. 매일 놀이터를 드나들다 보니 아는 얼굴들이 한 명씩 늘어났다. 자주 보다 보니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또래면 아이 어린이집 이야기에서부터 발달 상황까지,  더 어린 동생이라면 귀여워하면서 도움되는 이야기들을, 큰 아이들이면 초등학교 생활들을 물어보다 보니 말 수가 적은 나도 어느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여러 만남들이 이루어지는 놀이터. 놀이터를 4년간 애용한 입장에서 동네 놀이터에서 이루어지는 인맥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집 앞 놀이터 4년차인 아이들


처음 봐도 금세 친해지는 아이들


어린이집에서는 또래 친구들이나 위아래 한두 살 차이의 좁은 사회였다면 놀이터에서는 아직 걷지도 못하는 동생에서부터 위아래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또래 친구들, 초등학교 형아 누나 언니 오빠까지 만나게 된다. 처음 보지만 서로 이름을 물으며 금세 친해지기도 하고 술래잡기하며 금세 함께 뛰어다닌다.


사교성 좋은 동네 언니 같은 엄마들


놀이터에 오는 모든 아이들과 엄마들을 알 뿐 아니라 자세한 속사정까지 파악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 맛있는 것도 아이들 옷도 항상 넉넉하게 가져와 나누곤 한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훤히 알고 있어서 어디서 무슨 일이 있는지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주신다. 아이들 옷 세일 정보에 한창 적금 붐을 일으켰던 수협 아이사랑 적금, 금테크까지! 많은 이들이 이 분의 도움을 받아 놀이터 세계에 적응하고 있다.


이 분 외에도 많은 엄마들이 놀이터에서는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나누곤 한다. 작아서 못 신기는 새 양말을 건네시기도 하고 한 번씩 아이들 간식을 사주시기도 하고 말이다.


아이들을 손주처럼 아껴주시는 어르신들


주택가이다 보니 어르신들도 많으신데 운동삼아 나오신 어르신들께서 벤치에 앉아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시면서 담소를 나누시곤 한다. 아이들이 인사하면 매우 기뻐하신다. 놀이터에서 뵌 어르신을 길에서 만나다 보면 아이들에게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쥐어주시기도 하고 주머니에 있는 간식들을 내어주시기도 한다. 진짜 손주처럼 예뻐해 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아이들은 언제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마음을 활짝 여는 것 같다.


이렇게 돌아보니


놀이터는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하는
만남의 장이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연령층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엄마들에게는 육아에 지친 마음을 수다로 풀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곳이며, 어르신들에게는 건강을 위한 운동과 아이들의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교의 장소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는 동네 놀이터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놀이터에서 들리던 까르르 소리, 수다를 나누는 이야기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놀이터로 향하는 문은 닫혔고 놀이기구와 운동기구에는 붉은색 테이프가 꽁꽁 묶여있다.

굳게 닫히고 단단히 묶인 놀이터는 우리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어르신들도 단절된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것 같다. 놀이터에서 다시 만남의 장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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