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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Dec 21. 2020

아이들이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누구에게로?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성탄절, 그리고 일상의 나눔

"엄마, 이 케이크 우리 거예요?"


2년 전, 크리스마스날 아침. 나는 분주하게 핫케이크를 구웠다. 맛있는 냄새를 맡은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신기하게 여기며 무엇을 하느냐 물었다. 나는 준비한 딸기와 생크림을 보여주며 케이크를 만들 거라 했다. "엄마, 그런데 왜 이렇게 많아요?" 한 두장도 아니고 여러 장의 핫케이크를 굽는 내가 이상했나 보다. "응, 우리 케이크 만들어서 아래층 아저씨랑 위층 할머니들께 드리려구." "아하~" "그런데 많이 만들어야 하니까 사랑이 별이가 도와줘야 해. "네 좋아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케이크를 만들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딸기, 딸기잼, 핫케잌, 생크림, 데코 용품이 모두 준비되고 아이들을 식탁으로 불렀다. "자, 케이크 한 장 넣고 생크림 바르고 케이크 한 장 넣고 잼 바르고." 아이들은 조그마한 손으로 열심히, 진지하게 만들었다.


진지하게 작은 손으로 이웃에게 선물할 크리스마스 케잌을 만드는 아이들

 "자, 마지막에는 생크림 듬~뿍 바르고 딸기로 예쁘게 꾸며보자. 마지막에는 예쁜 장식도 꽂아보고... "짜잔~! 완성이다!" "우와~!" "자, 우리 친구들 이제 배달 가야지."

완성된 크리스마스 케이크

아이들은 배달이 익숙한 듯 한 명이 하나씩 케이크를 들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똑똑. "누구세요?" "저희예요!" 우렁차게 대답하는 아이들. "저희가 뛰어서 죄송해요. 크리스마스 케이크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아래층 배달이 끝난 아이들은 위층 할머니들 댁으로 향했다. 똑똑. "저희예요!" (저희라고 말해도 다 통하는 우리 빌라^^:;) 멀리서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고 이게 뭐야? 잘 먹을게. 잠깐 일로 들어와 봐." 올라가고 나서 바로 내려오지 않는 아이들. 잠시 뒤, 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손에는 간식이 들려져 있었다. 할머니께서 집에 있는 간식을 바리바리 싸주신 것이다. "할머니가 저희 먹으라고 주셨어요!"




처음부터 아이들이 이웃을 찾아가 나누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았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씩씩하게 다녀올 수 있게 되을까?


30년 된 빌라로 이사 온 첫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습관처럼 떡집으로 향했다. 으레 옛날부터 이사하면 떡을 돌린다는 말이 뇌리에 박혀서일까. 이사 와서 이웃들과 안면도 트고 잘 부탁드린다 인사하려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갓 태어난 둘째와 남편은 집에 두고 아들과 함께 시장에서 산 떡을 들고 아래층부터 위층까지 인사를 다녔다. 너무나도 어색했지만 어린 아들을 보신 이웃분들은 반갑게 맞아주셨다. 뭘 이런 걸 주냐고 하시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굴을 보고 나선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감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윗집 아랫집 문을 두드렸다. 둘째가 태어나고 어디 아픈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얼마나 울어댔는지 늘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건강하게 돌을 맞이하고 떡을 돌리고. 텃밭을 가꿀 때는 작물이 정말 쑥쑥 자라서 상추며 깻잎이며 시금치, 고추, 당근을 갓 따서 앞집, 윗집에 나누기도 했다. 이번 추석에는 요리용 기름이며 햄 선물이 많이 들어와서 인사겸 작지만 하나씩 나눠드리기도 했다.

작년, 이웃들과 나눈 텃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들

그런데. 항상 우리가 나눈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돌아왔다. 아래층 아저씨는 맛난 과일을, 앞집 이모는 골에서 직접 따신 사과를, 윗집 어머님들은 아이들 용돈이며 간식이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예뻐해 주시는 마음들. 이렇게 좋은 이웃분들을 만난 것이 참 감사하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도 좋은 이웃이 되자.


이번 성탄절에는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초록. 빨강 반죽으로 예쁜 쿠키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코로나 19로 그 어느 때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소중한 지금. 따뜻한 마음이 잘 전해져 새 해에는 모두 좋은 일들만 가득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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