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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Apr 16. 2021

초등입학 스트레스한방에 날려 보낼 장소

엄마와 단 둘이 놀이동산 데이트

"엄마, 제 생각도 좀 해주세요. 저는 힘들 수 있잖아요."


하굣길. 초등 입학 후 3주쯤 지나서였다. 아무렇지 않게, 원래 다녔다는 듯이 아들은 다행히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런데 5교시가 있는 날이 생기고 40분 더 수업을 하게 된 아들. "5교시해도 괜찮지? 별로 안 힘들지?"하고 엄마가 무심코 아들에게 던진 말에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3월 첫 주, 아들보다 더 노심초사 걱정했던 나. 아들이 적응을 잘하고 있을까 손에 일도 잡히지 않고 걱정하던 나였는데. 아들이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너무 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았다. 미안했다. 지극히 엄마 위주의 생각에 아들은 '내 생각 좀 해주세요!'하고 직구를 날린 것이다.


잊고 있었던 엄마의 본분을 찾고자 아들을 위해 어떤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보궐선거로 학교에서 휴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딸이 다니는 유치원은 정상수업이었기에 아들과 단 둘이 있을 시간이 생겼다. 평소 엄마와 데이트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가져주고 싶었다. 집에서 뒹굴뒹굴 둘 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러다 얼마 전, 동네 엄마에게서 들은 놀이동산이 생각났다. 평일에 사람이 적어 마음껏 놀이기구를 타며 놀았다고 한다. 마침 행사까지 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정보까지! 당분간 외벌이인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소식이기에 아들과 단 둘이 놀이동산 데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학교와 일상을 떠나 놀이기구를 타면서 신나는 추억을 가지면 그간 적응하느라 알게 모르게 긴장했던 마음들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맞이한 디데이. 둘째에게 미안한 마음에 첫째에게도 아무 말 없이 아침부터 유부초밥을 싸며 도시락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엄마가 웬일이지 했을 텐데 두리뭉실 넘어갔다. 그렇게 둘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첫째와 단 둘이 남고서야 말했다. "아들, 우리 놀이동산 가자!"


"정말이요?" "응, 진짜." "왜요?"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 다니느라 힘들었을 텐데 잘 다녀주어서." "기특하고 고마워서." "아~. 감사합니다!" "그럼 이 도시락은요?" "우리가 가서 먹을 거야." "우와!" 아들이 씩 웃으면서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어디로 가요?" "가서 뭐해요?" "뭐 타고 가요?" 아들의 좋아하는 모습에 덩달아 나도 신이 났다. 아직 놀이동산이 문을 열기도 전, 코끼리열차를 타고 가는 길. 아직 남아 있는 벚꽃잎들이 휘날리며 우리를 반겼다. 탁 트인 시야, 호수는 답답했던 내 마음도, 아들의 마음도 뻥 뚫어주는 것 같았다.

흩날리는 벚꽃이 아들과 나를 더 행복하게 반겨주었다.

소싯적 놀이동산 좀 다녔는데 이렇게 문 열기도 전에 도착한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아들과 들뜬 마음으로 입장. 사실 아들은 놀이기구를 제대로 타 본적이 거의 없었다. 속으로는 과연 아들이 탈 수 있을까, 타려고 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처음 타자는 급류 익스프레스. 흥분한 마음으로 아들이 다른 생각이 들기 전에 탑승했다. 두근두근. 나도 얼마만인지. 물살을 타고 천천히 위로, 위로 올라가며 여유롭게 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떨어지는 구간! 눈 꼭 감고 내려왔는데 다행히 아들이 울지는 않았다. "아들, 너무 재밌지? 또 탈까?" 엄마가 너무 신나게 물어서일까 아들은 아니라고는 말 못 하고 "엄마, 다음에는 다른 거 타요." 하는 게 아닌가.


마음 앞선 엄마가 바로 이어간 코스는 바이킹. 어린이 용이 아니라 어른이 타는 그 바이킹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여전히 엄마 중심인 나인 것 같다. 갈 길이 먼 엄마다. 서서히 바이킹이 출발하고 아들은 엄마를 따라 손을 들며 바람을 느꼈다. 그런데 점점 높이 올라가면서 아들은 얼굴을 묻었다. "엄마 배 속이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딸의 하원 시간이 우리의 마감시간이기에 쉴 새 없이 이어서 놀이기구를 탔다. 점심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다음번에 탈놀이기구를 고민하는 아들이었다. 하늘을 나는 기구, 범퍼카, 작은 열차, 회전목마. 처음엔 어색했던 아들은 점점 자신감이 생기더니 혼자 타겠다고 했다. 어린이용 열차는 연달아 세 번이나 혼자 타기까지 했다. 너무 신나 하고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나도 행복했다.

하늘을 날며 즐거워하는 아들

"엄마, 아까 그 급류 타기 한 번 더 탈래요!" 다신 안 탈 것 같던 아들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놀이기구를 점점 더 즐기게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놀이동산을 떠나는 길, 아들이 말했다. "엄마, 다음에는 아빠랑 동생이랑 다 같이 와요."


놀이동산에 가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정말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흩날리는 벚꽃들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다.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엄마이지만 아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아들, 학교 생활 힘내고 다음에 또 오자!"

회오리 치는 벚꽃 사이에서 가슴을 활짝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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