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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Apr 20. 2021

오늘, 까치에게 배웠다.

까치 덕분에 바닥에서 탈출

깍깍깍.


골목길을 지나는데 까치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도 자주 보이던 까치이기에 오늘도 있나 보다 했다. 그런데 계속 울어대는 소리에 고개를 들게 되었다. 전봇대 위에는 두 마리의 까치가 있었다. 한 마리의 입에는 기다란 나뭇가지가 물려 있었다. 전봇대에다 집을 짓는구나 싶었다.

열심히 나뭇가지를 나르는 까치

그렇게 지나치려는 순간, 전봇대 아래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보았다. 한두 개가 아닌,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여러 개의 나뭇가지들이었다.

여기 저기 떨어진 나뭇가지들

그리고 다시 올려다보았다. 방금 까치의 입에 물려 있던 나뭇가지는 까치가 놓자마자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봇대에 있는 틈은 생각보다 컸고 입으로 물어 놓은 가지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다. 나뭇가지가 떨어지자 까치는 날아서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곤 나뭇가지를 하나 입에 물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올라갔다. 나도 모르게 가던 길은 잊고 까치가 하는 일을 한참 바라보았다.


당시 나는 멘탈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왠지 모를 허탈감, 좌절감이 한순간에 몰려왔었다. 어떻게든 좀 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에 재테크 공부를 쉬지 않고 하고 있었다. 열정이 극에 달해 있었는데 너무 과도했던 걸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나는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걱정한 남편은 혹시 얼마 전 친구와의 만남 때문은 아닌지 넌지시 말했다. 친구는 최근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었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만난 절친은 늘 어려웠던 나의 가정환경과 달리 넉넉하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친구다. 발버둥 치는 나의 모습과 달리 너무나 잘하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었던 걸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잘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세뇌시키고 있었는데 한 방에 무너졌다.


그런데 까치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까치는 계속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데도 집을 짓겠다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집 짓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뭇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쌓더니 둥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나는 뭐 얼마나 했다고 좌절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읽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아도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 말이다. 하물며 까치도 안 될 것 같은 일을 반복하며 자신의 집을 짓기에 노력하는데 나는 잠깐 노력했는데 안된다고 이러고 있나 싶었다.


그 날부터 그 전봇대를 지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둥지를 지켜봤다. "엄마, 오늘도 까치가 집 짓고 있어요!" "엄마, 오늘은 많이 지어졌어요!" 하면서 까치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전봇대 틈새에 만들어진 까치집

둥지가 제대로 된 형태를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나도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까치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다행히 나는 일주일여 만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났다. 때론 바보 같아 보일지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삶을 살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 태도의 유산을 남겨주고 싶다.


오늘도 외쳐본다.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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