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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기버 Sep 22. 2023

치밥 대신 치쌈!

당황하신 아주버님

우리 가족은 정말 '치킨'을 좋아한다.


특별한 날, 외식을 하고플 때면 제일 먼저 '치킨'을 떠올리고 먹고 싶어한다.


생일 선물로 치킨 쿠폰 받으면 정말 좋아한다.


(첫째는 물론 치킨이 맛있어서이고 둘째는 밥상을 차리지 않아도 되서인 것 같다.)


치킨을 먹을 땐 치킨만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항상 같이 먹어서 일명 '치밥파*'다.


*치킨과 밥을 함께 먹는 스타일


그런데 건강한 식단을 하게 되면서 치킨의 '위험성'을 깨닫게 되었다.


튀긴 음식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고온의 기름에 닭을 튀기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발생한단다.


*벤조피렌


더군다나 그 기름은 좋은 기름이 아니란다.


식물성 기름이라도 화학적 용매로 추출한 것이고 고온에서는 단백질이 변형이 되어 트랜스 지방을 만든다는 것.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치킨을 먹을 때 치킨만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항상 같이 먹어서 일명 '치밥파'다.


튀긴 음식인 치킨도 좋지 않은데 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과 밥과 같은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하게되면 몸에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많이 힘들다고 한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에 작용하는 소화 효소의 액성(산성, 염기성)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이런 이야기들을 처음 알게 되고 적잖이 놀랐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치킨을 끊을 수는 없었다.


치킨이 얼마나 맛있는데...


그래서 조금 더 건강하게 치킨을 먹는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치밥이 아닌, '치쌈'.


야채를 함께 곁들이면 야채에 들어 있는 다양한 효소와 항산화 물질, 미네랄들이 고기의 소화를 돕고 나쁜 것들을 제거해준다고 한다.


또한 쌈을 함께 먹으면 포만감도 좋아 싱싱하게 살아있는 날 것의 그것, 쌈야채로 치킨을 쌈싸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도전~!


처음 식탁 위에 치킨과 쌈야채가 올라왔을 때 가족들은 처음 보는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치킨과 함께한 쌈과 야채들


"이것도 싸먹게?"


남편이 놀라서 물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정말 신기한 모습이었다.


치킨과 쌈이라니!


막상 차려 놓고도 과연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따끈하고 맛있게 보이는 치킨 한 조각을 쌈에 올려 싸먹어 보았다.

인생 첫 치쌈!

"어? 어?!"


"의외로 맛있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치킨과 쌈야채의 조합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맛있있었다.


처음에는 한 쌈 두 쌈 나 혼자 쌈 싸 먹으며 가족들에게 의외의 조합에서 발견한 맛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한 번만 먹어봐요, 진짜 괜찮아요!"


남편도 아이들도 따라서 치킨에 쌈을 싸먹기 시작했다.


"진짜 괜찮네?!"


온 가족이 치쌈을 먹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주말.


작은 형님댁을 방문했는데 아주버님께서 치킨을 쏘신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우와~! 치킨이라니!"


나는 치킨 소식에 엄청 신나하다가 갑자기 '어떻게 건강하게 먹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먹는다고는 절.대. 안한다.)


그 때 떠오른 것은 바로 치쌈!


형님댁 과일 선물을 사러 마트에 가는 김에 쌈야채를 사기로 했다.


치킨과 함께할 쌈야채

형님 댁에 도착해 과일 선물과 함께 당당히 쌈야채를 꺼내는데 아주버님께서 동그란 눈으로 물으셨다.


"이건 뭐하시려구요?"


"아, 쌈 싸먹으려구요."


"뭐 드시는지 아세요?"


"네, 치킨이라고… 들었어요."


"치킨을 쌈싸드시게요?"


"네..."


당시 아주버님의 놀란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맛있는 치킨과 함께 양쪽에 가득 쌈야채가 자리를 차지했다.


작은 형님 댁에서도 치쌈

나는 쌈야채 두개를 포개고 치킨 작은 한조각을 넣고 맛있게 싸먹었고


아이들은 비타민에 치킨을 올려 먹고 남편도 자연스레 치킨을 쌈싸먹었다.

비타민 숟가락에 치킨 올려 먹는 아이들

(정말 놀라운 변화다.)


이런 우리 가족을 작은 형님과 아주버님은 신기하게 쳐다보셨다.


"딱 한 번만이라도 쌈 싸 드셔 보셔요. 의외로 괜찮아요!"


나의 권유에 처음 치킨을 쌈싸먹으신 형님네의 반응.


"말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먹어보다니, 생각보다 괜찮네?"


"느끼함이 좀 덜한 것 같아."


"어? 치킨이 많이 남았네? 평소 먹던 치킨 양보다 많이 못먹은 것 같아."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으쓱으쓱.

 

형님 가족이 계속 치쌈을 드실지는 모르지만 일단 건강하게 치킨을 먹는 방법을 전했다는 것이 기뻤다.


그런데 나는 그만 입이 터져서 많이도 먹었다.


평소 건강식 할 때 보다 많이 먹었는데 치킨임에도 불구하고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서 신기했다.


속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던 건 늘 치밥으로 밥과 고기, 탄수화물과 동물성 단백질을 먹는 최악의 조합이었는데 이번에는 치킨과 쌈만 먹는 단백질과 채소 조합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치킨으로 먹은 트랜스지방은 빠지지 않는다니 위험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음에 치킨을 먹을 때는 덜어먹기를 통해서 양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와 우리 가족은 건강식을 시작하고 치밥의 유혹에서 치쌈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집에서든 지인 집에서든 캠핑장에서든 이제는 어디서나 치킨에는 쌈이 함께한다.


캠핑장에서도 치쌈


의외로 맛있고 조금 더 건강하게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치쌈.


사람들이 꼭! 한 번 도전해보며 좀 더 건강한 세계로 들어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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