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실천하는 경제 교육 습관
주식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
이런 말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주식의 'ㅈ' 근처도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요
돈 공부를 하면서 제 생각의 틀을 깨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배운 내용들을 조금씩 실천해 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주고자 노력했어요.
저의 부모님은 그저 열심히 사시느라 바쁘시고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으셔서 저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요 저희 아이들만큼은 일찍부터 돈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불려 나가는 걸 배웠으면 했어요.
지난 글에서는 아이들과 일상에서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소개했었는데
오늘은 주식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과 제가 성장해 나간 스토리를 소개해 볼게요.
아이의 첫 주주 총회
2020년 3월.
코로나 19가 한참 심각할 때 아들은 설날에 받은 용돈으로 삼성전자를 매수했었는데요
1년이 지나고 주주총회 참석장이 우편으로 배송되어 왔어요.
저도 주식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당통지서 외에 주주총회 참석장은 처음이라 떨렸는데요
열어보니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편지에는 어려운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매출 및 이익이 증가하였다는 이야기와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특. 히.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특별 배당을 준다는 기쁜 소식!!
무려 주당 1,932원이었는데요 몇 주 되지 않지만 저와 아들은 '올레~!'를 외쳤어요.
주주총회참석장에는 어디서 언제 주주총회가 열리는지 쓰여 있었는데요 평일이 아니라면 온라인 주주총회라도 보여주며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수업을 빼기도 그래서 패스했어요.
(나중에 신문 기사를 보니 체험학습을 쓰고 온 초등학생도 있더라구요. 요즘은 이런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뭔가 아쉬움에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심하고 전자 투표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미성년자이기에 준비할 서류들이 있어서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서류가 통과되고 아이에게 드디어 투표가 가능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어요.
"아들, 드디어 오늘 전자 투표할 수 있어!"라고 말했더니 "우와! 엄마 내일이 주주총회죠?" 하며 주주총회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아들이었어요.
로그인을 하고 투표에 참여하려고 하는데 '당신의 소중한 한 표를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문구에 아이의 입꼬리가 올라갔어요.
생각해 보니 인생 첫 투표권 행사였어요.
매번 투표장에 엄마 아빠 손잡고는 갔지만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투표라서 떨려했어요.
아이와 함께 기존에 받은 내용들을 살펴보며 찬성, 반대, 기권을 생각해 보았어요.
찬성, 반대는 알지만 '기권'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는 아들이 물어서 대답해 주었는데요
투표 과정에서 나오는 어려운 단어들을 익혀가는 것도 큰 배움이었어요.
아이의 첫 주주총회는 처음이라 떨리면서도 주주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고 회사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주식 분할 매직
2020년 9월.
기쁜 소식이 도착했어요.
아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애플과 테슬라 주식이 액면 분할을 한다는 소식이었어요.
(아이들의 적금이 만기 되었을 때 애플과 테슬라 주식을 매수해 주었었어요.)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첫 분할 소식이었는데요 아이들에게 이참에 주식 분할에 대해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TV 광고에 나오는 애플 마크를 가리키면서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이거 영어로 뭐지?"
"애플이요!"
"맞아 너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이지? 31일이 되면 신기한 마법이 일어날 거야."
"무슨 마법이요?"
"애플 1주가 4주가 되는 마법이지!"
"우와, 어떻게요?"
"애플 1개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더 많이 살 수 있게 1개를 여러 개로 나누어서 팔게 되는 거야. 그럼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 애플을 많이 살 수 있게 되니까."
아이들은 "오, 정말요?"하고 흥분하며 아빠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어요.
"그런데 마법이 또 하나 더 일어나."
"뭔데요?"
"너희가 좋아하는 전기 자동차는 뭐지?"
"테슬라요!"
"테슬라는 1주가 5주가 되는 마법이 일어나."
"우와! 멋지다!"
"진짜 마법이 일어나는지 우리 지켜보자."
주린이었던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어요.
액면 분할하는 날 아침, 아들이 일어나자마자 저에게 와서 물었어요.
"엄마, 애플 마술이 일어났어요? 진짜 1개가 4개 됐어요?"
일어나자마자 물어서 당황했는데요 "아직"이라고 대답했어요.
"오늘 마술이 일어난다면서요!"하고 말하는 아들의 얼굴에는 실망한 모습이 가득했는데요
"아직 미국은 시간이 어젯밤이라서 미국이 아침이 되는 시간인 오늘 밤에 바뀔 거야."라고 시차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어요.
유치원에서 하원하는 길에 아들이 또 물었어요.
"엄마, 아직 마술이 안 일어났어요?" "응, 그런데 있다가 미리 바꿔준대!" 하며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안내된 시간에 아들에게 바뀐 주수를 보여주었는데요 바뀐 숫자를 보던 아들은 "오! 진짜 바뀌었네요! 우와! 진짜 마술이다!"를 외쳤어요.
이렇게 주식분할을 주제로 저 스스로도 공부하고 아이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아이에게 주식 분할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는지 모르겠지만 1주가 여러 주가 되는 마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책 <돈의 속성>에서 김승호 회장님이 말한 복리의 마법, 바로 시간이 아이들에게 충분히 주어진 거라 믿으면서요.
배당금 들어오는 즐거운 알람 소리
2020년 5월.
딸아이의 이름으로 한국 예탁결제원에서 우편물이 왔어요.
바로 아이의 첫 배당금 소식이었어요.
설날에 받은 용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었는데 배당금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 것이었어요.
딸이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 소식을 전했어요.
"딸! 딸 회사에서 돈을 보내주었어!"
"응? 무슨 회사요?"
"우리 집에 있는 TV랑 냉장고랑 만드는 회사에서. 삼성전자 말이야."
"저한테 돈을 왜 주는데요?"
"응, 지난 설날에 받은 세뱃돈으로 회사 주식을 샀는데 회사가 열심히 일해서 주주들에게 돈을 나눠 준거야."
"오 좋아요!"
아직 배당 통지서가 도착하지 않은, 옆에서 보고 있던 아들이 "엄마, 저는요? 나는 왜 없어요?"하고 재촉했어요.
"응, 아들 꺼는 아직 안 들어왔어. 조만간 미국 회사에서도 배당금을 줄 거야."
"미국 돈이요?"
"응, 달러라고 해." 하며 한국 돈과 미국 돈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미국 주식에서도 올 배당금을 손꼽아 기다리던 일곱 살 아들이었는데요
지금은 수시로 카카오 톡으로 아이들의 배당금이 들어오면 외쳐요.
"얘들아, OO 회사 배당금 들어왔어!"
그러면 아이들이 다 같이 "올레~!"를 외치곤 해요.
주식을 사 두기만 하면 아이들이 잊고 있을 때가 많지만 이렇게 주기적으로 배당금이 들어오면 다시 한번 투자한 회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내가 일하지 않아도 회사가 일해서 돈을 준다는 신기한 개념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매번 쓰지는 않지만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배당금을 정리하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제 핸드폰으로 배당금 입금 내역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날짜, 기업, 배당금액을 차례로 작성해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기업의 이름과 배당과 관련된 여러 용어들을 익히게 돼요.
"엄마, 존슨 앤 존슨의 비밀을 알아냈어요!"
"응? 뭔데?"
"바로 존슨이 만든 회사예요!"
"오 어떻게 알았어?"
"존슨이라는 이름이 두 번이나 들어가 있잖아요."
"엄마, 세전이 뭐예요?"
"응, 세금을 떼기 전의 금액이라는 뜻이야."
"그럼 세금은 뭐예요?"
"세금은 나라에 내는 돈을 이야기해."
"세금을 왜 내는 거예요?"
"나라는 세금을 통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것들을 유지하게 해 주지."
"세금은 꼭 내야 하는 거예요?"
"응 나라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우리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 주니까 꼭 내야지."
"엄마, 회사가 돈 많이 벌면 배당을 많이 주죠?"
"그럼, 더 많이 주지."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우리가 일하지 않아도 회사가 열심히 일해서 배당을 더 많이 주면 좋지."
"엄마, 그런데 왜 테슬라는 배당금이 없어요?"
"응, 테슬라같이 앞으로 돈이 많이 필요하고 성장해야 하는 기업은 돈을 나눠주기가 어려워서 그래. 나중에 돈(현금)이 많아지면 나눠줄 수도 있어."
"엄마, 제가 모르는 회사가 있어요."
"뭔데?"
"ICLN이요."
"아 그건 회사는 아니고 ETF라고 해. 친환경과 관련된 거야."
"ETF가 뭐예요?"
"여러 회사의 주식을 모아서 살 수 있게 해 주는 거야. 예를 들어 ICLN은 친환경에너지를 만드는 태양광, 풍력 등과 관련된 회사들을 모아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거지."
"엄마, 왜 달러만 있고 한국돈은 별로 없어요?"
"한국 주식은 배당금을 자주 주지는 않거든. 1년에 한두 번 정도 주고 있어."
이렇게 받은 배당금을 정리하면서 아이들은 배당금, 세금, ETF 등 다양한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었어요.
한 주만 있어도 내 회사
아이들은 길을 가거나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자신이 주주인 기업들을 보면 외쳐요.
"저기 제 회사(스타벅스)가 있어요!" "어! 저건 내 회사차(테슬라)다!" "엄마, 저분은 제 회사 신발(나이키)을 사가는데요?"하고 말이에요.
그리고 유심히 살펴보면서 "오~ 오늘은 사람이 많아요. 장사가 잘 되니까 좋네요."하기도 하고 제가 관련 제품을 구입하면 "어, 제 회사에서 커피 사는 거예요? 오예~!" 하면서 격한 반응을 보여주기도 해요.
아이들은 기업의 주식 단 한 주만 있어도 자기 회사라는 마음을 갖고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좋아요.
나아가 한 주가 아니라 열 주, 백 주가 될 때까지 열심히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구요.
투자할 기업 고르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제가 주도적으로 기업을 고르고 매수하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요
점점 생각이 자라고 주식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아이들 스스로 기업을 선정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명절과 같이 용돈을 많이 받거나 투자금을 쓸 시기가 오면 "이번에는 어떤 주식을 살까?"하고 아이들에게 물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요즘 잘 되는 회사는 어디예요?" "요즘 떨어진 주식은 뭐예요?"라며 묻는데요 제 생각과 최근 기사 내용을 알려주고 어떤 주식을 선택할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를 예측해보기도 해요.
아이들이 "그럼 이 회사는 얼마예요?"라고 되물어 봐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게 해 주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아홉살 아들은 현대차를 추가 매수, 동생이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를 신규 매수를 고민했는데 그 이유는 현대차는 로봇이 새로 만들어져서, 스타벅스는 동생이 가지고 있고 엄마가 많이 마시기도하고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했어요.
일곱살 딸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애플, 스타벅스를 추가로 매수를 원했어요.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스벅을 매수하는 이유는 엄마 아빠가 자주 드셔서, 애플은 자신이 사과를 좋아해서라고 재미있게 대답했어요.
그런데 달러에 대한 감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표시된 금액을 원화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게 자연스럽게 환율에 대한 개념도 알려주게 되어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투자할 기업을 찾으면 그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내용도 알게 되고 시장 상황과 환율도 알게 되는 것 같아 좋아요.
엉뚱하지만 재밌는 주식 대화
근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차 안, 아들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어요.
"엄마, 주식 중에 휴게소 주식도 있어요?"
"응, 휴게소 관련 주식도 있지. 왜?" 하며 궁금증을 드러냈는데요
"그럼 제가 카카오랑 휴게소 주식을 비교해 볼게요!" 하는데 뜬금없는 아들의 발언에 당황스러웠지만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해하며 들었어요.
"엄마, 코로나 때문에 휴게소주식은 떨어지고 카카오주식은 올라요."
"아, 그래? 왜?"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휴게소를 잘 안 가니까요. 카카오는 잘 쓰구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공통점은 뭔지 아세요?"
"공통점? 뭔데?"
"둘 다 주식이라는 거예요."
저는 아들의 이야기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여워서 빵 터졌어요.
그리고 한 편으론 대견했어요. 일상에서 주식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모습에 말이에요.
아이의 생각이 정확한지 정확하지 않는지를 떠나서 자기 나름의 생각을 나누고 평소 자주 주식과 관련시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는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간 날, 음식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엄마, 당근이 주식같아요!"
말을 듣고 살펴보니... 차트가 우상향하는 당근의 모습이었어요.
이렇게 주식의 'ㅈ'자도 겁을 내고 주린이 엄마였던 제가 아이들과 주식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아이와 자연스럽게 주식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꾸준히 주식 대화를 나누며 노력하는 엄마가 되려고 해요.
그리고 이 주식들이 아이가 컸을 때 큰 힘이 돼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저도, 아이도 경제적 독립기념일이 빨리 올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투자는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주식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
- 벤저민 그레이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