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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하는 집안일의 힘

책임감과 협력을 기르는 좋은 습관

by 헬시기버
집안일,
많이 힘드시죠?

하루 종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집안일인 것 같아요.


모처럼의 휴일, 집에 있으며 집안일이 눈에 밟혀 제대로 쉬지 못할 때도 많은데 이럴 때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어준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요?


물론 남편이 많은 일을 도와주지만 사실 평일 같은 경우 남편 없이 보내는 시간도 많아요.


남편도 주말에 쉬고 싶어 해서 마음 편히 집안일을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구요.


그런데 이런 집안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저희 아이들이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하는 일에는 뭐든 관심을 가지고 본인들도 같이 해보고 싶어 하는데요


(커서는 관심도 없어지겠지만요;;)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집안일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아이들도 자라고, 기대 이상으로 척척 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참여시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던 부모가 갑자기 중, 고등학생이 되어 공부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당황하고 부모를 이해 못 하듯이 집안일도 어려서부터 함께하지 않으면 갑자기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경제 교육을 위해 집안일을 하면 돈을 벌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집안일은 가족 모두의 일이기 때문에 경제 개념으로 다가가기보다 당연히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럼 저희 가족이 아이들과 함께 집안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누어 볼게요.


정리정돈


정리의 여왕으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정리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했는데요 정말 우리 주변이 지저분하면 생각도 삶도 잘 정리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도 계속 이 부분에 대해 말해주며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자기가 자고 일어난 침대를 정리하고 이불을 개는 것에서부터

잠자리를 정리하는 아들

늘 공부하는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


놀이가 끝나면 장난감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는 것.


외출했다 돌아오면 옷을 아무 데나 벗어두지 않고 외투는 옷걸이에, 다시 입을 옷은 접어서, 빨래는 빨래통에 넣어두는 것을 실천하고 있어요.


가끔은 도와줄 때도 있지만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혼자 할 수 있도록 해요.


올해가 시작되기 얼마 전,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 학기 문제집이 온다니까 책을 넣을 곳이 없다며 갑자기 책상 정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새해가 되기 전, 책상을 정리한 아이들

한두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열심히 정리했는데요 끝나고 나서는 "와, 이렇게 자리가 많았어?"하더라구요.


스스로 정리하면서 그때그때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공간을 차지하며 쌓여간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


청소하기


조금 전에 했어도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떨어져 티가 안 나는 것이 청소인데요


요즘은 로봇 청소기가 있어서 나름 이전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사람의 손이 여전히 필요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누군가는 청소기를 돌려주어야 하고 물걸레질도 해야 하며, 책장이나 선반 위의 먼지도 닦고 쓰레기통도 비워야 해요.


한 사람이 하기에는 버거운 일인데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과 함께 청소하고 있으면 심심한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물티슈로 여기저기 닦아주었어요.


커서는 이제 아이들에게 청소기를 돌리는 일, 물걸레 로봇 청소기를 준비하고 돌리는 일, 여기저기 닦는 일을 부탁하고 있는데 제법 잘한답니다.

청소도 척척 잘하는 아이들

덕분에 저는 그 시간에 밥을 준비하거나 다른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빨래하기


4인 가족이다 보니 갈아입는 옷이 많아 빨래통이 금방 차는데요


그나마 작년부터는 건조기가 생겨서 빨래에 들이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어요.


처음 스탠드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생겼을 때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신기해했어요.


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빨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어요.


세탁 망에 넣어야 하는 속옷이나 얇은 소재의 옷들을 구분하는 방법과 건조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특수 소재의 옷감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이거는 어디에 넣어요? 이건 건조기 넣어도 돼요?" 하며 수시로 저를 부르고 물어보았는데요


그때마다 알려주는 게 귀찮기도 했지만 저를 대신해 주어서 고맙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도 들구요.


아이들은 빨래가 끝나는 소리가 들리면 젖은 빨래를 건조기로 옮기고, 건조가 끝나면 거실로 가져와 하나씩 접기 시작해요.

건조된 빨래는 착착 개는 아이들

옷을 다 개고 나서는 자기 자리에 옮겨두어요.

접은 옷을 제자리에 두는 아이들

신기해서, 재밌어 보여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자신들의 일이 될 줄을 몰랐을 거예요.


덕분에 저는 다른 집안일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옷 빨래 말고도 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실내화를 세탁하기 위해 가져오는데요


처음에는 실내화를 빨아주었지만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자신들도 빨고 싶어 할 때 쓱 넘겨주었어요.

유치원과 학교에 가져갈 실내화를 씻는 아이들

목욕하면서 재미있게 씻기도 했는데요 하루는 화장실에서 하도 나오지 않아서 들어가 보았더니 어른보다 더 깨끗이 씻느라 그런 거였어요.


아이들은 실내화를 빠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느꼈을 것 같아요.


장보기


식재료 준비를 위해 수시로 장을 보게 되는데요 이때 될 수 있으면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해요.

아빠와 함께 좋은 오렌지를 고르는 아들

굳이 따로 배우지 않아도 어떤 식재료를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볼 수 있고 요즘 가격은 어떤지, 평소보다 비싼지 저렴한 지도 파악할 수 있고, 계절에 맞는 제철 재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되어요.


장을 보러 자주 같이 다니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부탁하면 위치를 찾아서 금방 찾아오기도 해요.


자주 가는 가게에서는 사장님께서 아이들을 알아보시고 덤으로 더 얹어주셔서 아이들이 장보기를 즐거운 시간으로 생각하기도 하구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어주면서 엄마의 수고도 생각해 주는데요 작은 습관이지만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그 이상의 것들을 배우는 것 같아서 좋아요.

장 본 물품을 함께 들어주는 아이들
부엌일 돕기


부엌은 주로 엄마가 사용하는 공간이에요.


매끼 밥을 차리고 설거지하며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요 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하고 싶다고, 설거지도 해보고 싶다고 하던 아이들이에요.


아직 불은 겁이 나서 아이들에게 허락하고 있지 않지만 위험하지 않은 것들은 스스로 해 볼 수 있게 하고 있어요.


2년 전부터 건강식을 시작하면서 야채를 다듬을 일이 많아졌는데요 저 혼자 하기가 힘들어 아이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엄마의 요청에 아이들은 신이나서 고구마 씻기부터 방울토마토 꼭지 따기,

고구마를 씻고 방울토마토의 꼭지를 따는 아이들

레몬 씻고 씨 빼기, 고난도의 달래 다듬기 등 여러가지를 도와주어요.

제철 제주 레몬을 씻고 씨를 빼 주는 아이들
봄맞이 달래를 손질하는 아이들

다행히 아이들은 때로는 누가 방울토마토 꼭지를 많이 따는지 내기도 하고 누가 씨를 많이 뺐는지 비교하기도 하며 즐겁게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다양한 식재료를 직접 손질하면서 흙도 만져보고 식재료의 촉감도 느껴보고 제철 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효능과 특징이 있는지도 알게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요.


쌀을 씻을 때는 오늘 어떤 콩이나 잡곡을 넣고 싶은지 물어보고 준비하게 하고, 설거짓거리가 많지 않은 날은 아이들에게 부탁하기도 해요.


스무디나 토스트, 과일 케이크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도와주구요.

블루베리 바나나 스무디를 만드는 아들과 엄마의 생일에 과일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아이들

작은 손길 같지만 엄마에게는 큰 힘이 된답니다.


밥상 차리고 정리하기


식재료를 준비해 주는 아이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데요


밥이 다 준비가 되면 아이들에게 밥상 차리기를 부탁하고 있어요.

식탁을 차려주는 아들

밥상 준비는 엄마가 힘들게 요리했는데 식탁을 닦고 수저를 놓고 음식을 나르며 엄마를 돕는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밥을 다 먹고 나면 자기가 먹은 그릇은 싱크대에 옮겨 물에 담가두고 자기상은 자기가 닦아요.


온 가족이 함께 밥상을 차리는 경험을 하며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가정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기대해 보아요.


식물 돌보기


요즘 반려 식물이 유행하면서 식물들을 잘 키우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아쉽게도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아니 건강했던 식물도 제 손에 들어오면 시들게 만드는 신기한 능력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식물을 가지고 오면 엄마는 잘 못 키운다고 아이들에게 물 주기를 부탁해요.


아이들이 물주기를 잊지 않도록 매주 주말에 물을 주자고 약속했는데요


아이들은 주말이 되면 "아 맞다! 물 줘야 지?" 하며 화분을 화장실로 옮겨 충분히 물을 주기도 하고 수시로 물뿌리개로 흙을 촉촉하게 만들어주기도 해요.

화분에 물을 주는 아들

선물 받은 화분은 누구 화분이라고 나누어주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자기 것이라고, 죽이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키우더라구요.


엄마는 못 키우지만 잘 키우는 아이들에게 대단하다고 칭찬하면 엄마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어깨는 으쓱해져요.


기타 집안일


위에서 살펴본 집안일 외에도 아이들이 도와주는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문 앞에 택배가 있으면 가져오는데요 하루는 아들이 10kg짜리 쌀도 들고 왔어요.


수영을 다녀오면 바로 수영 가방에서 젖은 것들을 꺼내 널기도 해요.


다음날 학교 가방과 준비물은 스스로 챙기고 여행을 가거나 명절을 쇠러 갈 때는 여행 짐을 자기가 준비하도록 해요.

미리 학교갈 준비를 한 아이들

엄마는 그냥 준비했냐고 물어만 보구요.


그러면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나중에 엄마가 왜 안 챙겼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저도 좋구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집안일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아이들이 이제는 집안일이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루틴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집안일이라는 게 중요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의 시간과 손길,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고 있구요.


엄마 밥하느라 힘들다고 어깨 마사지도 해주고 감사하다는 말도 잘해주어요.


이렇게 되기까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가족의 일로 인식할 수 있게 집안일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하고, 때론 게임처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집안일을 통해 아이들은 책임감, 자신감, 협력, 소통, 문제해결 능력, 가족 유대감 강화라는 열매를 얻은 것 같아요.


저는 늘 집안일에 쫓기는 삶에서 조금의 여유를 찾게 되었구요.


이렇게 함께 할 때 큰 힘이 되는 집안일, 오늘부터 조금씩 조금씩 함께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은 습관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룬다.
- 제임스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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