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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아이 만들기

어린 시절 독서 습관 만들기의 힘

by 헬시기버
책, 좋아하세요?


저는 아쉽게도 어렸을 때 책을 읽은 기억이 크게 없어요.


집에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구요.


부모님께서 책을 즐겨하시지 않았고 맞벌이를 하시느라 읽을 시간이 많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나마 성장하면서 책을 조금씩 가까이 했던 것 같은데요 주로 추리 소설류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과제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거나 대학 진학을 위해 자기소개서용 책을 읽은 정도이구요.


문제는 국어 성적이었어요.


고등학생이 되어 국어를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것이었어요.


저는 보기 중 몇 번이 답일지 헷갈리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책을 많이 읽었던 친구들은 당연히 이게 답이지 하면 손쉽게 푸는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께 아쉬워 한 부분이 바로 어릴적 독서 환경이었어요.


'나도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서 제게 아이가 생기면 꼭 책을 자연스럽게 읽고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책을 좋아하는 아이 만들기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다행히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즐겨하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나누어볼게요.


도서관과 친해지기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했어요.


다행히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들이 여럿 있었는데요 아이와 수시로 지나다니며 도서관에 들르려고 노력했어요.

하교 후 도서관 나들이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하원하거나 하교할 때 꼭 도서관에 들러서 시간을 정해두고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게 해주었어요.


유아때 도서관에 가면 소리가 나고 캐릭터들이 가득한, 집에는 없는 다양한 책들이 있어서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할머니께서 읽어주는 동화책도 들어보고 북스타트 프로그램으로 좋은 책도 선물 받고, 도서관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고.


다른 것보다 '도서관은 즐거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노력했어요.


도서관에 자주 방문하다보니 사서 선생님께서 이것저것 챙겨주시기도 했는데요


간식도 주시고 때론 재밌는 프로그램도 소개해주시고 정리하는 책들을 가져갈 수 있게 해주셨어요.

도서관에서 주시는 선물 고르기

그럴때 아이들은 무언가 얻어가는 기분에 싱글벙글이었구요.


작가와의 만남 등 도서관에서 하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책을 읽고 활용하는 법,

그림책 읽고 떡 만들기, 지구 살리기 운동
독서 통장 만들기 등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 참여

작가님을 만나 책이 만들어진 이야기도 듣고 때로는 뮤지컬과 같은 공연을 관람하며 문화를 즐기기도 했어요.

깜냥 작가님과의 만남, 도서관에서 오페라 관람

새로운 도서관을 방문하는 즐거움도 있는데요 구조도 공간도 책의 구성도 다른 다양한 도서관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요.


일명 '도서관 깨기'라는 재밌는 이름을 붙여서 아이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도 하구요.

여러 도서관을 방문해 보는 도서관 깨기

나들이나 여행을 가서도 도서관에 가보기도 하는데요 숲 속에 있는 도서관도 있고 공원이나 산 속에 있는 도서관도 있고, 도서관마다의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서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어요.


*통창에 특별한 공간이 있는 양재도서관, 물놀이터 옆에 위치한 양원 숲속 도서관, 산책하기 좋은 데크길이 있는 통나무집 오동 숲속 도서관, 월요일에 쉬지 않는 도봉 도서관, 어른도 아이도 좋아하는 만화책이 늘 있는 길빛 도서관, 문화 행사가 많은 글빛 도서관, 공원에서 놀다가 책 읽을 수 있는 낙성대 공원 도서관, 다양한 공간이 있는 내곡 도서관,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쉼터 상도 숲속 도서관... 도서관마다 다양한 매력이 있어요.


거실과 침실을 차지한 큰 책장


남편에게는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 큰 형님들이 두 분계세요.


덕분에 아이들은 책을 많이 물려받았는데요 거실에 큰 책장을 두고 여러 책들을 꽂아놓아두면 심심할 때 한 권씩 꺼내서 보기도 하고 책을 쌓아 놀이를 하기도 했어요.

책을 읽기도 하고 놀이로 활용하기도 하고

장난감이 다른 집에 비해 많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책에 손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침실에도 큰 책장이 하나 더 있는데요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장

아이들은 뒹굴뒹굴 거리면서 눈에 마주치는 책들이 궁금해서 꺼내 읽기도 해요.


책이 여기저기 있으면 손만 뻗으면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요 이렇게 아이 주변에 책이 놓여져 있으면 책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나태주 시인의 따님이자 서울대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는 나민애 교수님은 어렸을 때 방에 누우면 여기도 책, 저기도 책, 정말 책에 둘러쌓여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환경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독서 습관을 형성할 때는 환경 요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책에 둘러싸여 책 냄새를 맡고 ‘행복한 책 읽기’를 경험한 사람이 책을 싫어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어릴수록 책과 친해지는 것에 목표를 두세요. 책 냄새를 많이 맡고, 책을 깔고 안고 논 아이는 나중에도 책과 깊이 친해질 수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해주시던 방식이에요. - 서울대 나민애 교수*


TV를 없애다


책과 TV, 무엇이 더 좋으세요?


저는 당연히 TV였어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무의식적으로 TV를 틀어놓곤 했는데요


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경제 흐름을 알아보겠다고 뉴스를 틀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으려고 TV를 틀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집안일 하는 동안 TV를 틀어놓으면 아이들은 무의식중에 안좋은 뉴스를 듣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었어요.


처음에는 인식을 못했는데 어느 순간 진짜 아이들의 생각이 사라지겠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TV를 없애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요 남편과 저의 하루의 위안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가게 되고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TV를 없앨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TV가 있던 자리에 책상이

TV가 없으면 엄청 고요하고 허전할 거라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많이 걱정도 했었는데요


그 걱정은 기우였어요.


정말 놀랍게 그 시간을 대화와 책이 차지하게 되었어요.

TV가 사라지고 생긴 온가족 독서 시간

엄마 아빠가 책을 읽으니 아이들도 자연스레 책을 읽게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가족이 다같이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은 다함께 성장하는 시간이라 믿어요.


TV와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치우고 아이에게 ‘심심한 시간’을 만들어주세요. 아이는 심심함이 지겨워 곁에 있는 책을 펼칠 거예요. 이때 부모가 먼저 옆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어릴 때 눈뜨면 책을 읽으시는 아버지가 곁에 계셨어요. 저도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함께 읽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과 있을 때는 함께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독서 환경을 조성해요. - 서울대 나민애 교수*


끝까지 읽는 경험, 성공 습관


제가 초등학교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만화 삼국지>에요.


친구 집에서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정말 재밌어서 끝까지 읽은 책인데요 남편에게도 이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중고로 구입해서 책장에 꽂아두었어요.


아이가 나중에 크면 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구요.


그런데 어느날, 초등학생이 된 아들이 관심을 보이더니 한 권을 읽고, 두 권을 읽고, 그러다 60권을 끝까지 읽은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삼국지 첫 완독 기념

요즘 그림과는 옛날 그림에 한자도 많이 섞여있어 아이에게 쉽지만은 않은 책인데 시간을 들여서 읽은 아들이 정말 대견했어요.


완독한 기념으로 책 앞에서 사진도 찍고 성공 쿠폰도 발행하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책이 재밌기도 하고 책을 다 읽은 성취감과 인정이 아이를 춤추게 했는지 바로 2회독, 3회독까지 이어서 했어요.


처음에는 완독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횟수를 거듭할 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이해되고, 내용도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잠시 멈췄다가 또 한 번씩 생각이 나면 읽고를 반복하며 5회독까지 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는데요


아이에게 이 경험이 누구도 대신하거나 줄 수 없는 큰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수학 도둑>을 중고로 사서 동생과 함께 2회독까지 했는데요 아이들은 많은 책이 한꺼번에 오자 방문 앞에 '만화방'이라고 쓰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어요.

만화방이 된 침실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아이들이 만화 형식의 책을 읽는 것에 걱정을 하고 있는데요


만화책과 줄글책의 균형을 잘 이룰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고 오히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간혹 학습 만화가 독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사탕 사준 것처럼 돈 쓰고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학습 만화의 장점은 ‘지대넓얕’이에요. 얕고 넓은 지식을 무리 없이 접하게 해주고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통로가 됩니다. 잡다한 지식이 늘어나면 수능 볼 때 상당히 유리해요. 어디서 들어본 지시문을 읽는 것과 생판 모르는 지시문을 읽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책에 대한 흥미를 고취시킵니다. 간혹 학습 만화에 빠져 줄글을 안 읽으려고 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땐 학습 만화도 읽히고 줄글도 읽히면 됩니다. - 서울대 나민애 교수*



이렇게 저희 가족이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들을 나누어보았는데요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기르는 것은 전반적인 인지 발달과 정서적 성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실제로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쓰는 단어의 종류나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만들기를 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의 수준도 높아지고 이제는 저보다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지식도 더 많아진 것 같아 놀랄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책을 즐겨하게 되면서 처음 제가 가졌던 걱정과 달리, '그래,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부터 아이들과 함께 슬쩍 도서관 한 번 들러보시고 TV와도 멀리하시며 책과 가까워지는 시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책은 나에게 꿈을 꾸게 해주었고,
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지식을 주었다.
-오프라 윈프리


*서울대 나민애 교수 우먼 센스 인터뷰 기사

https://www.arenakorea.com/woman/article/5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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