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대화로 시작하는 돈 이야기(사업 편) 2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현대 그룹의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제목이에요.
사업을 하면서 시련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된다는 믿음을 나타내는 말인 것 같아요.
지난 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업에 도전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첫 사업을 계기로 아이와 부모인 저희가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일상에서 아이들과 사업에 관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고 첫째가 자신만의 사업을 하겠다고 도전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들을 나누어볼게요.
아들의 붕어빵 사업 아이디어
"엄마, 이번에도 축제에서 물건 팔면 안돼요?"
더위가 물러나고 날이 점점 시원해지자 아들이 이런 질문을 했어요.
지난가을, 지역 축제에서 플라잉 LED 장난감을 판매하고 완판 되는 경험을 한 아들이 올해도 해당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당시 아이에게 사업에 대한 경험을 해주려고 했던 목표는 이루었기에 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사업에 적합한 성격도 아니거니와 준비하는 과정이 귀찮은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로도 아이가 몇 번 말했지만 집에서 추진력을 담당하고 있는 제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진행이 잘 되지 않았어요.
아이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있는 채로 가을이 지나갔는데요 아빠와 밖에 나갔다 온 아들이 갑자기 저에게 외치면서 왔어요.
"엄마, 저 붕어빵 사업 할래요!"
너무 뜬금없는 말에 당황했는데요 이어지는 말에 더욱 놀랐어요.
"이번에는 제가 혼자 사업하고 싶어요!"
도무지 영문을 몰라 함께 있던 아빠에게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았어요.
차를 타고 오던 아들이 붕어빵이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다가 "아, 붕어빵을 팔아볼까요?"라고 말하더라는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쉽게 사업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작년에 장난감을 팔아 성공했던 경험이 이런 자신감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아들의 거듭된 제안을 외면하고 있었던 저는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래, 해보자!"하고 말을 해버렸어요.
계속 거절하거나 미루면 아이가 더 이상 도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엄마의 허락을 받은 아들은 정말 신이 나서 그때부터 온통 붕어빵 사업으로 생각이 가득했어요.
그리고 무섭게 사업을 추진해 갔는데요 자신이 모은 투자 저금통에서 100만 원을 내고 모자라면 아빠의 도움을 받고 배당금을 나눠주겠다는 포부도 밝혔어요.
주식 대화를 하다 보니 배당금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들이에요.
붕어빵 사업 자료 조사
아들은 붕어빵 사업을 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모든 것을 찾기 시작했어요.
"엄마, 붕어빵 기계는 가스가 좋을까요 전기가 좋을까요?"
"기계는 빌릴까요? 살까요?"
"엄마, 그런데 날씨가 추워서 붕어빵이 식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찾아보니까 스팀 기계가 있더라구요. 가격은 30만 원대예요."
아들이 질문을 하나 던지면 온 가족이 함께 토론하며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했어요.
"가스식은 확실히 빨라서 많이 구울 수 있어서 좋은데 부피가 크고 가스통을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네."
"기계를 빌리면 해당 업체 제품만 써야 하고 일정 기간 계약 조건을 지켜야 하고 기계를 사면 보관하거나 다시 되팔 때가 어려울 수도 있겠어."
아들은 계속해서 인터넷으로 붕어빵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나 기구들을 찾고 가격을 비교해 보며 창업 자금을 계산했어요.
"우리 동네는 붕어빵이 2개 천 원, 3개 2천 원인데 제가 3개 천 원에 팔면 진짜 대박 날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남는 게 있을까?" 물었더니 아들이 자기 나름대로(정확하지는 않지만;;) 수익성을 계산해 보기도 했어요.
"엄마, 100 개 팔면 가능하겠는데요?" 하면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어요.
붕어빵을 만드는 방법과 맛집의 비결을 유튜브로 알아보기도 했는데요
하루는 "엄마, 제가 붕어빵 만드는 꿀팁 알아냈어요! 어떻게 하는지 알려드릴까요?"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비법을 설명했어요.
"먼저 기름을 바르고 반죽을 조금 붓고 팥이나 슈크림을 넣고 그걸 덮어주는 정도로 다시 반죽을 부으면 돼요. 한 면은 몇 분, 뒷면은 몇 분 정도 지나면 잘 익어요."
"완전 유명한 붕어빵집 영상을 봤는데 안에 들어가는 양이 어마어마해요."
흥분한 아이를 보며 현실적인 저는 "붕어빵을 한 번 만드는 데 몇 분이 걸릴까? 손님들은 너무 기다리지 않을까?"와 같이 중간중간 의문이 드는 부분들을 질문하고 실제로 사업이 가능한지 생각해보게 했어요.
붕어빵 판매 장소 찾기
그런데 붕어빵 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붕어빵을 판매할 자리를 구하는 것이었어요.
"붕어빵을 어디서 팔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아이는 "엄마, 학교 끝나고 학교 앞에서 팔면 잘 팔릴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그 이유를 물으니 학생들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많이 지나가는 곳이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후보로 학교 앞이나 학생들이 하교할 때 많이 지나는 아파트 앞 등 다양한 장소들이 언급되었어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붕어빵 기계를 전기식으로 결정하면서 전기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어요.
그리고 기기를 관리하기 좋은 집 근처로 범위를 좁혀나가다가 아파트 상가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여기까지는 생각으로만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가족이 다 같이 직접 나가서 판매 장소를 찾아보았어요.
여기저기 보다 보니 외부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코드가 있고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왔다 갔다 하기도 좋은 미용실 옆자리가 눈에 뜨였어요.
"그래, 여기야!"
아이의 첫 사업 계획서
일단 장소가 정해지자 아이는 더욱 준비에 박차를 가했어요.
하루에 해야 할 공부를 다 하고 나서는 가장 좋아하는 코딩을 제쳐두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붕어빵을 판매할 자리를 빌리기 위해 미용실 사장님께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에요.
그냥 가서 여쭤볼 수도 있지만 아들에게 사장님께 유익이 될만한 내용을 잘 전달해 드릴 수 있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었는데 아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얼마 전 배운 캔바라는 도구를 활용해 사업 계획서를 만들었어요.
가게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아들은 '학사모 붕어빵'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요
'학생이 사장인 모양이네'라는 뜻으로 초등학생이 진행하는 사업이니만큼 이를 어필하기 위한 거라고 하더라구요.
먼저 사장님께 부탁드릴 내용과 사장님께 유익이 될만한 것들을 가족이 함께 브레인스토밍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했어요.
"장소와 전기를 빌려주시면 그에 대한 비용을 내겠다고 말씀드릴래요."
"미용실 손님께 붕어빵을 드리면 어때요? 기다리시면서 드시면 되잖아요."
"붕어빵을 먹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여기 미용실이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광고 효과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판매급을 기부하면 미용실에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자료를 만들어 갔어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태블릿을 가지고 홍보 자료를 만들기도 하구요.
두근두근 사업 계획서 발표
붕어빵 판매 장소 대여를 위해 미용실 사장님을 뵈러 가기 전, 아이는 사업 계획서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집에서도 차 안에서도 장소를 불문하고 진지하게 연습했어요.
그리고 디데이.
엄마는 제안을 하거나 추진해 놓고서 정작 부끄러워 나서지 못하고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사업 계획서 발표를 위해 출발했어요.
출발부터 도착할 때까지 제 마음은 쿵쾅쿵쾅 엄청 뛰었어요.
한참이 지나고 가족들이 도착하자마자 다급히 물었어요.
"어떻게 됐어??"
엄마가 눈을 크게 뜨고 빠르게 묻는 질문에 아들은 "안 된대요."라는 비보를 전달했어요.
"안 된대?"
설마 될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기대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꺼져버렸어요.
"사장님이 관리사무소에 물어보고 하셔야 한다는데 관리 규약상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으시대요."
"아, 그렇구나."
저도 저지만 아이가 몇 날 며칠을 붕어빵 사업 생각에 가득 차 있었기에 저보다 더 실망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럼 또 다른 장소를 찾아보자!" 하며 마무리를 했지만 가장 유력하게 생각한 곳이라 의욕이 꺾인 것이 사실이었어요.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자 화제를 돌려 사업 계획서 발표 이야기를 물었어요.
"발표는 어땠어? 잘했어? 엄마 정말 궁금하다."
마침 아빠가 영상으로 찍어 놓아서 당시 상황을 볼 수 있었는데요 따라간 동생이 오빠 옆에 서서 사업 계획서를 들고 프레젠테이션을 돕고 아들은 처음 보는 사장님 앞에서도 떨지 않고 또박또박 준비한 내용을 잘 발표했더라구요.
와, 어른인 저도 쉽지 않은데 차분히 발표한 아이들이 대견했어요. 오빠의 모습을 보며 딸도 많이 배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붕어빵 사업의 플랜비
그 후로 아들의 열정은 푹 식어버렸어요.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힘이 빠져서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는데요 아들이 처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준비한 첫 사업인데 이렇게 마무리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사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가 도전한 뒤 끝까지 해보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마침 매달 참여하는 봉사 활동이 생각났다는데요 이번에는 특별히 다른 봉사팀과 조인해 크리스마스 파티로 크게 진행하는데 이때 '붕어빵을 간식으로 구워서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에게 제 생각을 말했더니 눈을 반짝거리며 흔쾌히 받아주어서 붕어빵 사업은 플랜비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붕어빵 재료를 구입하고 붕어빵 기계를 대여해서 아이가 준비한 대로 독거 어르신과 이주민 아이들의 가족, 봉사자분들께 붕어빵을 구워 나눠드렸어요.
결과는 대.성.공.
따끈한 붕어빵을 드셔보시고는 정말 맛있다고 엄지 척도 해주시고 만들자마자 사라지는 인기만점 간식이 되었어요.
이렇게 아들의 붕어빵 사업의 대장정은 마무리되었는데요 아이에게 붕어빵 사업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어땠냐고 물어보니 정말 재밌었다고 했어요.
비록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플랜비라도 진행하며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었고,
사업 진행의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하고 준비한 사업을 통해 나눔의 기쁨까지 얻을 수 있어서 참 귀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들의 말 한마디에 시작한 붕어빵 사업, 열정적인 아들 덕분에 사업 계획서도 생각해 보고, 장소도 물색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며 아들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이 함께 성장한 것 같아요.
이렇게 장난감 사업과 붕어빵 사업을 직접 진행한 것 외에도 일상에서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소개해볼게요.
사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 리처드 브랜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