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돕는 습관
오늘은 '용돈'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아직 저희 아이들은 정기적인 용돈을 받고 있지는 않은데요
많은 경제 교육 책에서 용돈을 언급할 때
집안일을 통해 용돈을 벌게 하는 경제 교육을 많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용돈 메뉴판을 만들어서 어떤 집안일을 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근로 소득의 개념으로 집안일을 한 대가로 용돈을 받는 개념이에요.
아이들이 직접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한편으로는 마음에 불편함이 있었어요.
'집안일'이라는 건
모두가 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이지 않나?
하는 생각과 함께요.
물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주로 엄마 아빠가 집안일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참여할 수 있는 집안일들이 많아져요.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에 참여하지 않으면 커서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원래 내 일이 아닌데?' '내가 꼭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비용을 받으면서 참여하게 되면 집안일을 할 때마다 대가를 바라게 되고, 대가 없는 일에는 참여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어요.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키웠는데요
남편의 도움이 있었어도 집안일을 다 해내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집안일에 참여시키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많이 부탁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하는 일을 자신들이 하니 놀이로 재미있게 접근하며 흔쾌히 집안일을 도와주었어요.
물론 원하는 대로나 완벽하게 되지 않기도 하고 엉망일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집안일을 도와줄 때마다
"아들 덕분에 오늘 엄마가 편하게 밥을 할 수 있어서 고마워."
"딸 덕분에 엄마가 힘이 덜 들었네 고마워." 하며 고마운 마음을 꼭 표현했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으쓱하며 뿌듯해하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이 다 함께 하는 일, 당연히 하는 일로 자리 잡았어요.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니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해야 하고,
다 같이 밥을 먹으니 엄마가 요리를 하면 아이들은 밥상을 차리고,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치우며
때론 식재료 손질이나 쌀을 씻어주기도 하고.
빨래를 돌리고 개어 정리하고 주기적으로 화분에 물을 주는 등
지금은 많은 집안일들을 함께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집안일을 하면 용돈을 줄게."라고 말하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안일 용돈 메뉴판 대신 제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성공 쿠폰을 발행하는 일이에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꾸준히 문제집을 풀어 끝내거나 많은 양의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좋은 결과, 소식이 있을 때 등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을 때 성취감과 함께 보상을 느낄 수 있게 쿠폰을 발행했어요.
아이들은 이 쿠폰을 받기 위해서 노력했다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한 것에 대해 축하하는 느낌으로 쿠폰을 받아요.
쿠폰 한 장은 2,000원이라는 값어치를 하는데요
아이들이 사고 싶은 거나 먹고 싶은 것 등 자신들이 필요할 때 현금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제시된 가격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할 때 문제집 한 권을 다 푼 것과 같다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아직 써야 할 곳이 많지 않아서 지금까지는 이렇게 지내왔는데요
이제 좀 더 크면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해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집안 일과 용돈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는데요
아무래도 집안일에 대한 보상은 서로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집안일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이 더욱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조금 더 컸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용돈을 주면 좋을지 더 고민을 해보아야겠어요.
우리는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
가정은 그 배움의 첫 단계이다.
- 스티븐 호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