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부터 퇴근까지 엄마와 함께한 8시간
방학
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방학이 오면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아 신나기도 하지만
엄마는 아이들과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저희는 맞벌이 가정인 데다가 양가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째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키움센터의 정기 돌봄에 갈 수 있어서 지낼 곳이 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첫째는 매일 초 단위로 마감되는 일시 돌봄에 갈 수 없으면 하루 종일 지낼 곳이 없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해요.
하루 이틀이야 어떻게 재택근무를 하든 연차를 쓰든, 하다못해 지방에 계신 형님 가정에 죄송함을 무릅쓰고 맡기든 할 수 있지만 여러 날은 그럴 수 없더라고요.
이번 방학 때도 11시가 땡! 하면 전투적인 자세로 키움센터 신청을 해보았지만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1분 안에 마감되었어요.
결국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바로 직장에 데리고 가서 일하는 것이었어요.
눈치가 보이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고, 그나마 옆자리가 마침 비어 있어서 아이가 조용히만 있어준다면 가능하겠다 싶더라고요.
부서분들도 엄마들이신지라 철판을 깔고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했어요.
평소처럼 엄마가 출근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퇴근하는 시간에 함께 나오는 그야말로 리얼한 직업 체험이었죠.
무려 8시간 동안 엄마 직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었어요.
엄마는 정신없이 일하느라 아이를 제대로 봐주지 못했는데요
오랜 시간 좀이 쑤실 만도 한데 아이는 나름 방학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보며 잘 보내주었어요.
하루에 해야 할 공부를 오전에 다 끝내버렸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공부를 끝내고는 가져간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직장에서 게임 사이트가 막혀있는 관계로 아쉽게(엄마는 다행?)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더 이상 할 게 없어 지겨워질 때는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밖에 나가서 날리기도 하고
챙겨 온 의자 쌓기 게임도 하고, 동료분께 선물 받은 레고를 만들기도 했어요.
엄마가 주는 문서를 파쇄하는 일을 하며 돕기도 하고요.
엄마의 직업 체험은 아이에게 그저 힘들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던 게
점심 때는 부서에서 맛있는 식사도 같이 하고
식후 산책으로 엄마가 매일 걸었던 공원을 같이 걷고.
동료분들께 선물과 간식, 용돈과 칭찬도 가득 받아 좋아했어요.
일주일간 아이와 함께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미안하면서도 엄마를 이해해 주어 고마웠어요.
어른도 힘든데 시간을 잘 보내어준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아이와 함께 일주일간 직장에 함께 출근하고 퇴근하며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그동안은 주말에 물건 가지러 잠깐 방문하는 등 살짝궁 일하는 장소만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풀로 근무를 같이한 건 처음이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 주간 아이가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걸 느꼈을 것 같아요.
아이가 부모의 직업을 경험하는 것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요
부모가 하는 일을 보면서 직업 세계를 이해하고,
동료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며 사회 기술도 배우고,
현실적인 직업에 대한 생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와의 유대감이 강화되는 건 덤이고요.
이런 의미에서 모든 직장에서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한 번쯤 부모님이 일하는 직장을 방문해 보는 경험을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자녀에게
열정과 인내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부모의 직업 경험은 그들에게
이러한 가치를 전달하는
훌륭한 기회입니다.
- 안젤라 더크워스,
<그릿>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