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통해 자연을 가까이 하며 성장하는 습관
지난 글에서 저희 가족이 자연을 가까이하는 습관으로 휴양림과 산책에 관해 소개했었는데요
오늘은 여행을 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자연을 가까이할 수 방법으로 텃밭 가꾸기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저희 가족은 구청에서 텃밭을 분양 받아 가꿔보기도 하고 화분형 텃밭으로 옥상에서 가꿔보기도 하며 자연과 가까워지고 직접 식재료를 수확해 먹는 기쁨을 누렸어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분양 텃밭
요즘 길을 지나다보면 구나 동에서 운영하는 텃밭들을 예전에 비해 쉽게 볼 수 있어요.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텃밭은 1년에 한 번씩 분양을 하는데요 저희 가족은 이 날을 기다렸다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텃밭을 분양받았어요.
5만원 내외의 저렴한 비용으로 1년 동안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텃밭을 분양받았답니다.
큰 길에서 조금만 들어간 곳인데도 시골 느낌이 나는 장소였어요.
처음에는 '생각보다 크지 않네?' 했지만 가꾸면 가꿀수록 저희 가족에게는 큰 텃밭이었어요.
겨울을 지나 황무지 같이 흙만 남은 텃밭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며 아이들과 함께 호미나 숟가락으로 흙을 갈아엎었어요.
요즘 놀이터에도 모래가 없어지는데 흙을 만질 기회가 많지 않았던 아이들은 처음에는 만지는 걸 싫어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촉촉한 흙의 감촉을 느끼며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없었던 텃밭에 키우기 쉬운 상추, 깻잎에서부터 당근, 시금치 씨앗도 심고,
열매가 달리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애호박은 모종으로 심었어요.
여름에는 지인분께 얻은 강원도 찰옥수수 알갱이를 받아서 심기도 하구요.
맞벌이를 하느라 평일에는 밭에 갈 시간이 나지 않아 주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물을 주러 갔는데요
수도가 바로 옆에 있지 않아서 아이들은 페트병에, 어른들은 큰 물통에 물을 길렀어요.
작디작은 손이지만 자신들도 물을 주고 싶다며 열심히 물을 날라서 소중한 식물들에게 나누어주었어요.
한 주 한 주 지날때마다 텃밭에 작은 새싹이 나고 식물의 키가 자라고 꽃이 피고 그 꽃이 달린 곳에서 자그마한 열매들이 맺히고 커져가는 것을 관찰하며 아이들은 신기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어요.
그도 그럴것이 늘 마트나 시장에서 사 온 결과물들만 보았는데 이렇게 작은 씨앗에서 싹이 자라고 키가 자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열매들이 맺힌다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도 도심에서 자라서 몇 가지 작물 외에는 자라는 과정을 본 적이 없는데 남편과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이 알게된 것 같아요.
이런 즐거움 덕분에 수고로움보다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농부님들께서 얼마나 힘들게 작물을 기르시는지 깨달으며 식재료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생겼어요.
분양 받은 텃밭의 장점은 다른 텃밭들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정말 잘 가꾸시는 분들의 텃밭을 보면서 감탄을 했어요.
수박이나 참외 등 생각지도 못한 여러 작물들을 키우시기도 하고 새들이 오지 않게 망을 씌워두시기도 하고, 길게 자라는 식물들이 쓰러지지 않게 높은 지지대를 세우시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도 키울수 있구나, 작물은 이렇게 키우는구나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엄마, 아빠가 밭을 일구는 동안 아이들은 넓은 텃밭을 놀이터 삼아 신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했는데요
하얗고 노란 예쁜 색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보고, 건드리면 '얼음!'하는 공벌레도 보고, 꼬물꼬물 열심히 기어다니는 애벌레도 보고, 물 위에 떠다니는 소금쟁이도 보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우는 소리도 듣고 해가 질 때 쯤에는 개굴개굴 연못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도 들으며 여기가 도심이 맞나 하며 시골 자연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날이 생각보다 추워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아 애태우기도 하고 폭우가 내려 다 쓸려가지는 않을까 걱정도 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물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아이들과 날씨에 더욱 민감해졌어요.
날씨를 위해 기도도 하구요.
날이 따뜻해지고 식물들이 자라 어느 순간부터는 매주 수확을 하는 기쁨을 누렸는데요 봉지 한 가득 쌈야채도 채우고 귀여운 미니 당근들과 예쁜 보라 가지도 담고, 초록 빨강 고추도 따고.
아이들은 그 손맛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수확하려고 먼저 나서기도 했어요.
특히 옥수수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요 키가 쑥쑥 자라 머리카락같은 수염이 자라며 언제 먹나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뿔싸.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지 뭐에요.
열심히 키웠는데 얼마 남지 않아 처음에는 상심했지만 자연과 나누는 법을 알게되면서 즐거운 추억이 되기도 했어요.
1년 동안 분양받은 텃밭을 가꾸면서 아이들도 부모인 저희도 참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화분 텃밭을 집 안에서도 가꿔보고 옥상에서도 가꿔보았어요.
집 안에서 가꾸는 텃밭
텃밭을 분양받아 채소를 기르며 자연을 느끼기도 했지만 집 안에서 텃밭을 가꾸면서도 자연을 더욱 쉽게 느낄 수 있었어요.
집에서 키우는 화분 텃밭은 분양 받은 텃밭에 비해 더디 자라기도 하지만 햇볕을 충분히 받고 물을 잘 주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요.
택배 상자를 활용해 화분을 만들고, 가까운 마트나 가게에서 씨앗, 모종들을 구입해서 심었어요.
아이들은 씨앗을 심으면서 집에서도 흙을 만져보고
매일 아침 눈 뜨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며 식물이 커가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아침마다 "엄마, 와보세요! 시금치 키가 더 자랐어요!" "엄마, 마술이 일어난 것 같아요!" "엄마, 지진이 나서 싹이 올라왔어요!"하며 흥분하며 저를 불렀는데요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표현을 듣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분양 받은 텃밭에는 가끔 갔지만 집에서는 매일매일 싹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집 밖(옥상)에서 가꾸는 텃밭
집 안에서도 텃밭을 가꿔보았지만 집 밖, 옥상에서도 텃밭을 만들어 보았어요.
매년 구청에서 분양하는 화분 텃밭을 신청해서 저렴하게 텃밭 화분과 흙, 모종을 받아서 키울 수 있었어요.
여기에 한살림이라는 건강한 식재료를 파는 곳에서 귀한 토종 씨앗을 무료로 분양 받아서 키워보기도 하구요.
분양받은 텃밭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멀리 왔다갔다하지 않아도 편하게 키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침 뜨거운 햇살이 비추기 전, 출근이나 등교하기 전이나 오후에 돌아와 물을 주기도 했어요.
신기하게 고추에서만 진딧물이 많이 생겨서 책을 빌려서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직접 실천하면서 온가족이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쌈야채들을 수확해서 바로 쌈 싸 먹기도 하고,
고추를 반찬으로 먹기도 했어요.
토마토가 자라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알게되고 토마토를 사 먹으면서 농부님들의 노력에 감사해 하기도 했어요.
한 번은 겨우 자라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새들에게 먹혀 반만 남은 토마토를 먹기도 했어요.
옥상에서 떡 하니 붉은 토마토가 있으니 새들도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하며 아이들과 자연과 나누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어르신들이 홍시를 다 따지 않고 까치를 위해 남겨두는 것처럼 우리도 맛난 토마토를 나눠준거라고 말이에요.
텃밭을 통해 얻은 경험
이렇게 저희 가족이 분양 받은 텃밭이나 화분 텃밭을 가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처음에는 소박하게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까이 하는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 줘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은 것 같아요.
1. 자연과 가까워지는 경험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살펴보고, 날씨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장마철엔 텃밭을 걱정하고 추위에 식물이 얼지는 않을까 생각하고 강풍에 키 높은 식물들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땡볕에 흙이 말라 식물들이 죽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나비나 무당벌레, 귀뚜라미 등 다양한 곤충들을 만나는 재미도 느꼈어요.
식물이 자라는 과정도 잘 알게 되구요.
2. 나눔의 기쁨을 누리는 경험
새들이 와서 열매들을 먹어 나누는 것을 경험하고.
수학한 작물들을 앞집, 윗집, 아랫집 이웃들과 나누고.
3. 온 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경험
빨강, 노랑, 초록, 보라...
다양하고 예쁜 자연의 색을 보기도 하고
향긋한 냄새, 매운 냄새, 거름 냄새를 맡으며 후각도 발달하고
흙이나 식물을 만지면서 촉감도 느끼고
정말 여러 감각들이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되요.
4. 책임감과 정서적 안정을 누리는 경험
자연을 가까이하고, 식물을 기르면서 아이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자극적인 미디어를 벗어나 공기와 바람, 자연 변화를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같아요.
5.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경험
평소 손이 잘 가지 않는 식재료들도 자신이 열심히 키워서인지 잘 먹게 되는 것 같아요.
오이 고추도 잘 먹고 쌈도 더 잘 싸 먹고, 가지도 도전해 보고.
열심히 밭을 갈고 와서 평소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 건 덤이에요.
6. 문제 해결력
식물이 자라 넘어질 것 같은면 지지대를 세워주고,
잡초가 많아 식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면 뽑아주고,
비가 많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으면 물길을 내어주고,
새들이 먹으면 망을 설치해주는 것을 배우고,
다양한,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여러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저희 가족이 텃밭을 가꾸면서 자연과 친해지는 습관을 소개했는데요
약간의 수고로움만 들인다면 그 이상의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것 같아요.
이제 곧 봄이 오는데 텃밭 한 번 시작해보시며 자연과 가까워지며 놀라운 경험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자연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훌륭한 환경입니다.
-하워드 가드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