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상가에 뭐가 들어오는지 아세요?

경제 교육: 초등학생의 사업 아이템 찾기

by 헬시기버

경제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뒤늦게 경제 공부를 시작한 저는 아이들에게는 일찍부터 경제 교육을 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가진 경제 지식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경제를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싶었구요.


그 일환으로 일상에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있는데, 오늘은 빈 상가에 어떤 사업을 하면 좋을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소개해볼게요.


아이들과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떡볶이와 어묵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어요. 이곳은 지하철 출구에다가 횡단보도 바로 앞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분식을 사먹기 좋은 장소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더라고요. 분식집 치고는 가게 규모가 조금 큰 편이었는데, 장사를 왜 그만둘까 싶으면서도 다음에는 어떤 가게가 들어올지 궁금했어요.


분식집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임대 문구가 대신하고 있었고, 지나다닐 때마다 빈 가게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가게가 들어오면 장사가 잘될까?" "우리가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면 어떤 업종이 좋을까?" 질문을 던졌어요.



수시로 아이들과 함께 업종에 대해 고민해 보았는데, 아이들은 "엄마, 이삭 토스트는 어때요?" "카페는요?" 하면서 자신들의 생각과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해 주었어요. 그 사이 가게에는 여러 사람들이 와서 가게를 보고 갔지만 바로 들어오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하루는 샤워를 하다가 "아!" 하며 좋은 생각이 났어요.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마자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어!" 하며 소리쳤어요.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뭔데요? 뭔데요?" 하며 관심을 보였고, 제 생각을 나누었어요.


"장소가 생각보다 크니까 한 가지를 하기보다 두 가지를 하면 어떨까 싶더라고. 메인은 무인 카페야. 거기가 중고등학생 학원들이 있고 대학생 기숙사도 있어서 무인 카페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주변에 저가 커피숍도 없고. 엄마가 일하러 카페 가는데 10시에 문 닫으니까 불편하더라고. 그런데 무인카페는 늦게까지 하니까 좋잖아. 11시까지 하는 카페가 딱 하나 있는데 거긴 사람이 늘 꽉 차있는 걸 보면 분명 수요가 있을 거야.


그리고 남은 공간은 공간 대여를 하는 거야. 너네도 친구들이랑 만나서 노는데 친구 집에 가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 생일 파티도 집에서 하면 엄마들에게 부담이고. 그래서 대학생들은 스터디를 하거나 발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소모임 공간으로, 엄마들에게는 아이들이 파티나 모여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하는 거지. 너네 생각은 어때?"


아이들은 제 이야기를 쭉 듣더니 무인 카페는 좋다고 동의했지만, 공간 대여 쪽은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그리고 얼마 뒤, 아들이 갑자기 소리치면서 들어왔어요.


"엄마엄마!!"


"왜?"


"드디어 거기에 가게가 들어와요. 엄마가 맞췄어요!"


"왜? 뭐가 들어오는데?"


"무인카페요!"


"오! 엄마랑 생각이 같았네"


"그런데 엄마, 한 개가 더 들어와요!"


"오 진짜? 엄마랑 생각이 비슷했네. 나머지 하나는 뭐야?"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엄마가 왜 그 생각은 못했지? 아이스크림 가게 하기 딱 좋은 자리인데? 그분 정말 똑똑하시다."


이전까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 아이스크림 가게 하기 딱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에 편의점이라던지 다른 무인아이스크림 가게가 없어 경쟁할 곳이 없고 퇴근길 지하철 출구로 나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들어가기 딱 좋은 위치였어요.


아무튼 저의 무인 카페 아이디어와 두 가지 종류의 사업을 하는 아이디어까지 같았던 주인분은 누굴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어요.


인테리어 중인 가게

지금은 인테리어가 시작되었는데요 갑자기 부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잘 될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사업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많이 아쉬웠어요. 과연 제 생각이 맞았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아이들과 빈 가게 자리를 보고 사업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자연스럽게 어떤 장소에 어떤 사업이 적합할지 함께 고민해 보는 귀한 경험을 했어요.


직접 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간접 경험이 아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종종 어떤 위치에 어떤 사업이 잘 될 것 같은지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부터 아이들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사업 대화 나눠보시는 건 어떠세요? 재밌으면서도 아이들의 경제 지능을 높이는 귀중한 시간이 될 거예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초등학생이 돈을 버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