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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Sep 19. 2019

2019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을 담은 리뷰] #1


1.

난생 처음 본 전막 발레는 2015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였다. 당시 주역은 이은원, 김현웅, 이영철씨 였는데 발레를 배워야겠다는 뽐뿌를 받을 정도로 받은 울림이 컸다. 그 후 5년 만의 같은 발레단의 동일 작품! 이번엔 어떤 감명을 받을지 궁금했고, 기대됐다.


무용수가 입은 나긋한 색상의 의상, 연노랑 조명이 비추는 궁전은 파스텔톤스럽다. 웅장한 모습을 쉽게 표현해 억지스럽지 않았다. 호숫가 무대는 볼쇼이발레단 작품처럼 가운데 큰 커튼(?)을 드리워 단조로움을 피했다. 특히 백그라운드 영상에서 백조를 보여주지 않아 좋다.


1막 1장 왈츠와 축하연 군무는 화려하고 신난다. 복잡한 동선, 특히 원형 대열도 척척이다. 탄력과 깨방정 넘친 배민순씨의 광대가 어우러져 다채롭다. 지그프리트 허서명씨는 지난 <지젤> 알브레히트에 비해 조금 불안해보였다. 계산된 연기였으면 으뜸! 성년 생일파티에 기쁨과 설렘에 불안한 모습까지 깃드니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다.


수요일 파드트루와(허서명, 신승원, 김희선)가 안정적이었다면, 토요일(밤)(박종석, 박예은, 심현희)엔 에너지가 넘쳤다. 이틀 모두 좋아하는 무용수들 이었고, 요즘 유튜브로 많이 봤던 마린스키발레단과 로열발레단의 안무와 달라 흥미롭다. 파세&스튜뉴, 쉐네가 많아 조마조마하고 스릴 넘침!



[직접 그려봤어요^^ 그래서 후다닥 넘김]


2.

부레부레로 등장하는 오데트, 날개짓 폴드브라부터 눈에 들어온다. 박슬기씨의 긴 팔과 섬세한 손으로 표현하는 백조는 아름답고 처연했다. 감정 표현이 좋아 오버 연기가 우려됐으나 절제하여 더 동요된다. 군무가 출중한 국립발레단 24마리 백조 출연 장면은 역시 압권이다.


고조시키는 음악에 24마리, 4마리, 3마리, 바리에이션 그리고 같은 형식의 코다로 넘어가, 오데트의 퍼덕이는 폴드브라와 앙트르샤와 파세(맞나요?) 그리고 파이널에 이르면 한껏 응축된 감정이 터진다. 슬기씨와 리회씨 공연 모두 글썽글썽. 출산 후 복귀작이던 리회리나는 절실해 보이기까지 했다.


유명한 음악 ‘정경’으로 다시 긴장을 유발시키는 차이콥 음악에 막을 내리는 1막 2장은 진심 최고다. 그 음악에 맞춘 로트바르트와 지그프리트의 쉐도우 댄스도 일품! 오와 열이 명확한 군무 사이로 광대와 마찬가지로 악마 로트(이재우, 변성완씨) 역시 역동성을 더하며, 흑조 파드되 직전 바리에이션은 여전히 감탄이 나온다.


공연장에서 만나 더욱 반가웠던 클래스 메이트의 표현대로 공연이 볼수록 짧아지는 거 같다. 관람하면 할수록 특히 1막 2장은 왜이리 후딱 지나가나요? 2막 1장 공주들은 헤어핀만 다르고 의상은 비슷해서 어느 나라인지 모르겠더라. 알록달록하지 않아 유치하진 않다.



국립발레단의 군무는 늘 최고!


3.

백조가 잘 어울려서 인지 슬기오딜은 사악하지 않고 장난꾸러기 같았다. 카리스마가 느껴진 리회오딜은 파드되 후 체력이 떨어져 안타까웠다. 왼쪽 종아리에 쥐가 오른 듯 불편해보였는데, 2막 2장에선 괜찮아 보여 다행스러웠다.(잘못봤을 수도). 지크서명은 흑조 파드되에서 속이 뻥 뚫리도록 폭발하는 바리에이션을 보였다.


국립발레단의 심플한 무대는 영상으로만 봤던 로열발레단 작품과 비교됐다. 광대 대신 왕자의 친구가 조력자 역할을 하는 등 버전이 다르니 춤은 당연 논외! 어둡지만 궁전과 호숫가 분위기를 세련되게 살린 연출과 의상 거기에 설득력 있는 스토리 진행까지 더해져 영화를 보듯 빨려 들었다. 그런 부분으로 좀 더 투자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해피엔딩이다. 로트바르트 캐릭터에 그토록 공을 들였는데, 오데트와 지그프리트의 몸짓에 조급히 물러나다니. 참고로 작년에 내한했던 볼쇼이발레단 역시 같은 안무가인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을 공연했는데, 비극으로 마무리되어 감명의 울림이 오래 갔다.


공연 커튼콜 사진들




관람일시와 주역들

1st 관람 : 2019년 8월 28일(박슬기, 허서명, 이재우, 배민순 등)

2nd 관람 : 2019년 8월 31일(밤) (김리회, 박종석, 변성완, 배민순 등)

주요 정보들

공연장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안무 : 유리 그리고로비치 (Yuri Grigorovich)

미술 : 시몬 비르살라제 (Simon Virsaladze)

조명 : 미하일 소콜로프 (Mikhail Sokolov)

연주 : 주디스 얀 지휘의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 강수진

출연 : 국립발레단 (Korean National Bal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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