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왕마담 Sep 26. 2019

로열발레단
<라 바야데르(La Bayadere)>

[공연을 담은 리뷰] #2


1. 나탈리아 마카로바 버전


로열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버전은 전설적인 발레리나의 작품이다. 1940년생(우리 엄마랑 동갑?헐)인 나탈리아 마카로바가 그녀다. 1958년 키로프 발레단 입단 후 1960년 초반 러시아에서 이미 가장 서정적인 발레리나로 인정받았고, 1961년 런던 <지젤> 공연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발전없는 발레단에서 더이상 왕성한 예술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없는 걸 깨달은 그녀는 1970년 런던 순회 공연 중 서구 세계로 망명한다.


참고로 1961년 누레예프와 1974년 바리시니코프의 서구 망명 그 중간 시점이다. 이후 러시아 스타일에 빠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서구의 안무까지 겸비했다. 특히, 프티파의 <라 바야데르>를 재구성하여 마카로바 스타일의 예술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그녀는 니키아 역으로 출연하여 확고한 명성을 쌓았다. (1997년 객석 6월호에 실린 박중길씨의 '나탈리아 마카로바'를 참고했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 


그런 작품을 관람할 기회가 생겼는데, 어떻게 놓칠 수 있는가. 기존에 봤던 러시아 스타일의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작품과 구성이 다르다. 1~2막을 1막 3장으로 구성했고, 3막 망령의 왕국을 2막으로, 그리고 3막이 사원붕괴장면이었다. 1막 3장으로 줄이면서 약혼식 축하연이 없어졌고, 니키아와 승려(?)의 파드되가 삭제됐다. 또한 결혼식 축하 디베르티스망 또한 들어냈다. 하지만 황금신상 춤은 3막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로열발레단표 북춤을 못봐서 아쉽다. 


https://blog.naver.com/scau09dance/110099112555



로열발레단의 쉐이즈 군무


2. 좋아하는 수석 무용수들 대거 출연


사실 이 작품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두 수석 무용수의 출연이다. 니키아역의 누녜즈와 감자키의 오시포바다. 누녜즈는 지난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봤지만, 특히 오시포바는 볼쇼이 발레단 시절의 유튜브나 DVD로 봤던 것 외에, (비록 상영관이지만) 전막 공연을 보는 건 처음이라 설렜다.


외모부터 배역과 잘 어울렸다. 작아도 짱짱한 몸과 표정만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댔다. 첫 눈에 반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연적을 아무렇지 않게 제거하는 감자티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하지만, 유튜브로 봤던 공중에 마치 떠있는 듯한 그랑 제떼를 아무렇지 않게 추던 힘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점프가 높다. 또한, 스트뉴나 피루엣 등을 할 때 폴드브라를 짧게 쓰는 건 독특했고, 더하여 빨라보였다.


누녜즈와 항상 함께 하는 바딤은 오시포바와의 그랑 파드되도 잘 어울렸다. 솔로르, 너의 마음은.... 남자인 나도 조금 이해가.... 쿨럭. 전에 봤던 로열발레단의 다른 작품에서 무용수 개성이 강해서인지 군무가 항상 아쉬웠는데, 2막(러샤 버전은 3막) 망령들의왕국은 우려를 날렸다. 유튜브로 올라온 연습 장면도 봤기에 익숙했다. 그동안 봤던 작품들 중 으뜸 만족.


The Kingdom of shaes 가 끝난 후 누녜즈와 오시포바만큼 좋아하는 무용수 최유희씨(Yuhui Choe), 로열발레단 월드발레데이 모닝클래스에서 자주 보아 반가웠던 Yasmine Naghdi, <백조의 호수> 파드트루와에서 흠뻑 반한 Akane Takada 세 무용수가 쉐이즈로 나왔을 땐 환호했다(속으로). 척척 맞아 떨어지는 파드트루와에 이어 바리에이션까지 완벽하기 이를데 없다. 로잔콩쿨 영상에서 많이 봤던 춤과 음악들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이어지는 니키아와 솔로르 파드되는 오데트와 지크프리트가 연상했지만, 더 잘 어울린다. 감자티와 천생연분 같다고 해서 미안^^ 코다에서 누녜즈의 스트뉴와 쉐네는 박력이 넘쳐, 오시포바와 다른 느낌의 스피드를 보여준다. 간만에 공연 보면서 막이 끝나가는 게 아쉬웠다. 2번 봐도 그랬다. 7월 누녜즈와 바딤이 출연하는 갈라공연 벌써 기대된다.



감자티를 맡은 나탈리아 오시포바



3. 감명을 갉아 먹은 3막


그에 비해 처음이라 호기심 가득했던 3막은 2막의 감명을 갉아먹었다. 이야기의 맥락으로 보면 개연성이 충분하고 감자티가 또 나와서 반가운데, 낯설어서 지루했다. 먼저 출연하는 황금신상의 춤은 동양적인 미와 거리가 멀었다. 수석무용수 알렉산더 캠벨의 안정적인 무용이 돋보였지만, 그 동안 보아왔던 기럭지가 우월한 발레리노 이미지와 달랐다. 예를 들면 김기민씨 같은.


유령으로 나타나는 니키아가 결혼식을 방해할 땐 분위기가 <라실피드> 같았다. 긴장감 넘치는 1막과 같은 감자티와의 대립도 없어 어중간했다. 이 상태가 지속됐고 감자티와 솔로르가 결혼을 맹세하려는 순간, 사원이 무너지고 암전된다.


갑자기 천상에서 니키아와 솔로르가 이어지며 단번에 모든게 해결되어 버리는 결말이다. 허탈했다. 장면 장면은 멋졌지만, 3막을 좀 더 손봐서 이야기를 중시하는 로열발레단 최고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2막과 오시포바의 감자티만 기억할게!^^ 아 의상과 무대연출도.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니키아 의상마저 좋았다.



니키아의 누네즈와 솔로르의 바딤



https://youtu.be/x5c1Lw_GTao

월드발레데이에서 공개된 로열발레단의 Kingdom of shaes 연습장면


2019년 4월에 관람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9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