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묘 입양이야기 3편
우리 집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 밤만 되면 아웅아웅 우는 날들이 족히 3주는 되어가는 것 같다.
이때 나는 부끄럽지만 파양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3주동안 실 수면시간 2~3시간 내외로 직장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출퇴근시간, 점심시간에 '고양이 덜 울게 하는 방법', '고양이 새벽에 잠을 안자요' 등 이와 관련된 모든 글은 다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검색, 검색, 또 검색했다. 검색을 하면서 나처럼 집에 데려온 지 얼마 안되는 고양이가 잠을 안자서 수면부족으로 고생한다는 집사의 글을 볼 때는 엄청난 공감의 물결이 밀려왔다. 나 스스로 유난을 떨고 있는건가? 하는 의심 속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집사가 있음을 알게된다는 것은 비록 해결책은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어찌됐든 내가 고양이를 안울게 하는 방법에 대해 실제로 써먹어 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잠자기 전까지 계속 놀아주다가 자기전에 밥을 많이 주기
2. 고양이가 새벽에 크게 울때마다 울지말라고 쓰다듬으면서 달래주기
3. 고등어 인형으로 바닥을 내리치는 척을 하면서 혼내키기
4. 그냥 무시하고 자기 (귀마개, 이어폰 착용)
이중에 어떤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1번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피곤한 방법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새벽에 우는 것은 아무래도 심심해서, 본인은 에너지가 너무 많은데 풀 곳이 없어서인것 같다. 집사는 퇴근하고 7시~8시쯤 들어오게 된다면 못해도 12시간 집을 비우는건데 거기서 이 두마리의 7개월 캣초딩들이 어떤 방법으로 에너지를 풀 수 있었을까. 없다.
집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에너지를 풀며 같이 놀아주기를 바랐겠지만,
초보집사는 그것도 모르고 10분 놀아주면 힘들어서 잘 잘줄 알았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내가 미숙해서 잘 못 케어해준 것 같고 파양에 대한 생각이나 하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 우선 그때의 나는 1번의 방법으로 하루 1시간 이상은 놀아주기로 결심했다. 마트에서 낚싯대란 낚싯대는 다 사와서 가장 반응이 잘 오는 낚싯대를 골라 집중적으로 놀아줬다. 고양이를 몇시간 놀아주면 잘 잘까라는 모종의 실험을 하기 위해 알람 타이머까지 맞춰놓고 놀아줬다.
<내가 추천하는 타이머 놀이법>
① 타이머에 30분을 설정한다. ② 30분이 다 될때까지 절대 고양이를 쉬게 하지 않는다. (ㅋㅋㅋ스파르타;;) ③ 타이머가 울린 후 간식을 준다.
이렇게 하면 정말 30분이 다 되어가면 고양이가 움직임도 느려지고 벌렁벌렁 드러눕는다. 아무리 낚싯대를 빨리 흔들어도 시선만 따라갈 뿐이다. 그럴때는 낚싯대의 움직임을 최~대한 천천히 해야한다. 벌레가 기어가는것 같이, 가만히 있다가 고양이 몰래 한걸음 떼는 것 같이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동작을 해야한다. 그러면 고양이들이 바로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의 엉덩이를 보인다. 이렇게 놀아주면 30분동안 꽉 채워서 고양이의 체력을 쏙 빼놓을 수 있다.
물론 나의 똥고양이들은 체력이 너무 세서 이러고도 3번을 더해야 밤에 꿀잠을 잘 수 있었지만, 덕분에 나는 그래도 6시간은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잠을 못자는 고통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걸 그때 깨달았다. 어쨌든 이렇게 가장 큰 '잠'이라는 문제의 해결법을 터득하게 되면서 나는 고양이를 점차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