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타칭 파괴왕의 첫 알바 체험기
혹자는 이렇게 평가한다. "이것은 감튀 태워먹어서, 청소로 좌천된 전설이다."
(일단은) 성인이 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합격했다.
술도 진탕 마셔봤다.
당당히 민증 들고 남자애들과도 여자애들과도 밤새 놀았다.
어른은 너무 재밌었다.
"뭘 해볼까?"
그 때의 나는 오롯이 저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무엇이든 해도 될 것 같았다.
초,중,고 무려 12년을 수능 하나 보고 달려왔는데, 억울해서라도 무엇이든 재밌는 것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참고로 분노의 고3 때, 공부보다 버킷리스트 작성에 더욱 공을 들였다.
가장 처음으로 도전한 일은 롯데리아 아르바이트였다.
(내가 직접 번 돈으로 맛있는 걸 사먹고, 쇼핑하고, 적금을 들다니!! 나 너무 어른이야!!!! )
그 때는 몰랐지, 남의 돈 벌어먹고 사는 게 이렇게 고달플 줄.
우선 같이 일하는 동료직원들이 조금 무서웠다.
롯데리아는 주류를 취급하지 않아서 10대 청소년들도 부모님의 허락만 있다면 일을 할 수 있다.
때문에 내가 일하던 지점의 아르바이트생은 주로 주변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았다.
물론 다들 성실했다. 텃세나 괴롭힘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가끔 내 주민등록증을 빌려갔다. (누가 봐도 안 닮았는데......)
물론 나는 군말 없이 잘 빌려줬다. 절대 무서웠던거 아님. 무튼 아님.
그리고 외울 것이 너무 많았다.
햄버거, 사이드, 각종 디저트들까지 생각보다 메뉴가 너무 많았고,
처음 사용해 보는 포스기 작동법이 너무 복잡했으며,
각종 통신사 할인, 카드 할인, 이벤트 할인, 어린이 세트 선택 등등 정신이 없었다.
손님한테 받은 주문을 주방에 말해주는 것도 힘들었는데,
긴 메뉴 이름을 그들만의 슬랭으로 만들어 불렀기 때문이다. (이건 지점 by 지점)
예를 들어 당시 롯데리아에는 오징어 버거와 오징어링이 있었는데, 전자는 오징 후자는 오링 이런 식이었다.
실수하면 주방에서 음식을 버리게 되는 일이 생기므로 메니저한테 꽤 엄하게 혼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못했던 건 튀김기 소리 구분하는 것이다.
햄버거 세트의 꽃은? 당연히 감자튀김이지. (이하 감튀)
이 감튀을 홀 알바생들이 튀긴 다는 사실을 아셨는가?
일단 나는 몰랐다. ( 홀 알바생은 청소, 주문 받기, 손님 응대하기 정도만 하는 줄 알았다.)
감튀를 튀길 때, 튀김기에서는 낭랑한 멜로디로 2번 소리가 난다.
처음에 나는 소리는 한번 흔들어주라는 알람이고, 두 번째 나는 소리는 이제 다 튀겨졌다는 알람이다.
문제는 나는 저 소리가 구분이 안 됐다.
두 소리 모두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세탁기나, 오븐이나, 휴대폰 알람 기본 값으로 많이 쓰이는 것이 틀림없는, 그런 익숙하고 단순한 멜로디인데 아무리 듣고 들어도 뭐가 첫 알람이고 두 번째 알람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그래서 첫 알람이 울렸을 때 감튀를 튀김기에서 빼버려서 안 익힌 감튀를 만들거나,
두 번째 알람을 듣고도 감튀를 계속 튀겨서 태워버렸다.
결국 나는 우리 지점의 청소맨이 되었다.
갓 20살이 된 알바 초보 실수 대장 민증 잘 빌려주는 쫄보 언니의 어쩔 수 없는 필연이었지.
학교 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다른 알바를 구하게 되면서 짧지만 (기름냄새) 강력했던 첫 알바는 금방 그만두게 되었다.
친구들이 내가 일하는 걸 구경 올 때 마다 청소를 하거나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친구들은 롯데리아 '청소' 알바생으로 나를 기억한다.
당시 재수를 하느라 내가 일하는 모습을 못 봤던 친구는 구전되는 나의 첫 알바를 이렇게 말한다.
"난 그거 전설로 들었어. 감튀 태워먹어서 청소로 좌천된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