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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지리스닝에 지쳐버린 이들에게

온앤오프(ONF) Bye My Monster 음악 리뷰

by 자유로





01 Bye My Monster
Composed by 황현 (MonoTree)
Lyrics by 황현 (MonoTree), WYATT (온앤오프)
Arranged by 황현 (MonoTree)

"나의 어둠이 너를 삼키지 않게 나를 암흑 속으로 몰아넣어줘."

타이틀 곡 'Bye My Monster'는 클래식한 분위기와 강렬한 밴드 사운드가 혼재하는 팝 댄스 곡으로, '나를 더욱 절망으로 빠트려 이제 그만 이 관계를 끊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2번, 3악장 (Rachmaninoff's Symphony No.2, Ill. Adagio)의 테마를 인용하여 웅장한 서사를 더욱 극대화했으며, 멤버마다 긴 호흡으로 연결된 가사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켜 온앤오프만의 색깔을 더욱 배가 시킨다.





온앤오프의 음악은 아주 예전부터 즐겨 듣곤 했다. 유튜브 광고로 우연히 듣게 된 '사랑하게 될 거야'는 당시 작곡을 공부하고 있던 나에게는 아주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전에도 클래식과 케이팝을 접목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분위기에 맞는 악기를 썼을 뿐이지 마음속의 무언가를 자극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온앤오프는 달랐다.

오늘은 온앤오프보다는 온앤오프의 작곡가 황현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사실 개인적인 팬심이기도 하다.

한때 황현의 작업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는 모노트리 유튜브를 자주 챙겨 보곤 했었다. 이번 앨범 역시 황현과 모노트리 사단이 참여한 곡이 대다수다. 내가 황현의 팬이 된 이유는 요즘 케이팝에서는 찾기 힘든 풍성한 사운드와 쉽게 끊기지 않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몇 없는 작곡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이지리스닝'의 시대가 오면서 말 그대로 '가볍게' 듣는 음악이 유행하고 있다. 아마 복잡한 사운드에 지친 대중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호하게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은데, 반대로 '이지리스닝' 음악이 물밀듯이 쏟아지자 대중들은 또다시 '이지리스닝'에 지치기 시작한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익숙한 음악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래서 온앤오프의 음악에 다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황현은 클래식 전공을 했으나 케이팝으로 방향을 튼 조금은 특이한 케이스다. 대학 입학 후 캐스커 이준오를 통해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하게 됐다고. 사실 신박하거나 새로운 느낌보다는, 귀에 익숙하면서도 가슴속에 있는 무언가를 자극하는 곡들이 많다. 샤이니의 '방백', 슈퍼주니어 '환절기' 같은 곡들을 듣다 보면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과거의 추억이 가슴속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듯하다. 사운드적으로도 풍성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서사'를 담아내는 것이다. 계산된 사운드가 주는 안정감과 계획된 스토리가 케이팝에서는 느끼기 힘들 수도 있는 감동을 주곤 한다. 이번 온앤오프의 'Bye My Monster'도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2번 3악장의 테마를 인용하였는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마치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듯한 감상을 받았다.

요즘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중요한 건 곡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여러 명의 작가들이 노래를 조각조각 만들어 퍼즐처럼 다시 맞추는 작업을 하다 보면 감정선이 완벽히 표현될 수는 없다. 게다가 어려운 단어만 이것저것 집어넣고 있어 보이려고 하는 가사들도 꽤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이 노래가 그런 아쉬움을 아주 시원하게 긁어줬다. 가사 중 한글의 비중이 높은 것 역시 몰입감을 더 채워준다. 황현이 쓰는 음악이 남들과는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음악을 만들면서 간과할 수 있는 것들.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 사운드에만 치중할 뿐 아니라, 섬세하게 서사를 써 내려간다는 것. 황토벤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추천하고 싶은 수록곡



02 Aphrodite
Composed by GDLO, 황현, LUKE (MonoTree), 민균 (온앤오프), Mayu Wakisaka
Lyrics by 황현, GDLO, LUKE (MonoTree), WYATT (온앤오프)
Arranged by GDLO (MonoTree)

"아름답고 슬픈, 끝이 없는 메아리. 이 모든 게 아프로디테의 장난은 아닐까?"

사랑으로 인한 고통은 상대방이 아닌 '아프로디테'의 놀음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된 Electro Funk 곡으로, 멤버 민균이 작곡에 참여했다. 또한, 한 곡 안에서 여러 분위기로 변화하는 트랙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하는 감정을 대변한다.




웅장하고 펑키한 사운드로 시작해 코러스에 가득한 더블링과 화음의 향연이 아주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온앤오프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민균의 목소리에서 시트러스향이 난다고 해야 할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민균이 작곡에 참여한 곡이 꽤 있는 것 같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소개해보겠다. 가볍게 듣기 좋은 적당한 비트감의 노래다.



05 Slave To The Rhythm
Composed by 17, ber.ryko, WYATT (온앤오프), LUKE, GDLO, 황현 (MonoTree)
Lyrics by GDLO, LUKE (MonoTree), WYATT (온앤오프)
Arranged by 17, ber.ryko, jelly, GDLO, 황현 (MonoTree)

"우리는 일상에서의 해방을 위해 리듬의 노예가 되길 자처한다."

신스베이스 테마로 시작해 끊임없이 변하는 리듬이 매력적인 'Slave To The Rhythm'은 음악이 있어 나의 하루가 자유롭다는 내용의 House 곡으로, 더욱 성숙해진 온앤오프 멤버들의 표현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도입부터 버릴 부분이 한 군데도 없는 곡. 심장을 뛰게 만드는 신스베이스가 인상적이다. 로우톤 래퍼 와이엇의 파트가 둥둥 울리는 베이스와 아주 찰떡이다. 계속해서 사운드를 쌓고 변환되는데도 끊기는 흐름 없이 오히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한밤 중 드라이브하면서 들으면 좋을 노래.





나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온앤오프의 음악을 자주 추천한다. 좋아하는 맛집도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내고 자주 방문해야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기 때문에. 며칠 전 온앤오프는 음악방송에서 1위를 했다. 대중들이 드디어 진가를 알아주는 것이라 믿는다. 최근 인터뷰에서 황현은 사람들이 온앤오프를 몰라주는 게 화가 난다고 발언했는데, 무척이나 공감하는 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는 실력 있는 아티스트는 더 잘 되어야만 한다. 앞으로도 온앤오프만의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싶다. 오래오래 좋은 음악을 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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