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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헤두안나 Mar 04. 2024

세 모녀의 고군분투 생존기

18화  악뮤 아빠 성근이  - 음악치료

“우리 고딩 때 교회 같이 다녔던 성근이 기억나지?”


다낭으로 여행 간 친구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응, 그럼 기억하지”

“성근이가 악뮤 아빠래”

“진짜? 에이 거짓말”

“악뮤 부모님 한 번 찾아봐”


악뮤는 2012년 〈k-pop 스타 2〉에서 천재 뮤지션으로 주목을 받았던 남매 가수입니다. 당시 오빠는 고등학교, 여동생은 중학생의 나이로 몽골에서 선교사 부모님 아래, 정규 교육이 아닌 홈스쿨링을 받은 이력이 알려지면서 더 주목을 받았지요. 그들이 장착한 천재적인 재능 뒤에는 남다른 교육방식이 있었다는 사실로 더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악동뮤지션에서 악뮤로 그룹명을 바꾸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가수입니다. 그런데 그 악뮤 아빠가 제가 고등학교 시절 알고 지내던 남사친이라는 겁니다.


지친 꿈 이끌고

계속 걷다 보니

첫발을 함께 떼어 달려왔던

친구들이 곁에 없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되지


큰아이는 재수할 당시 악뮤의 〈그때 아이들은〉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재수 생활로 힘들었던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했던 것입니다.  


음악은 모든 예술 분야 중 가장 순수하며 영혼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심리적인 스트레스 상태를 안정적이고, 편안한 감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이자 도구입니다. 그래서 상처받은 마음의 위로를 가능하게 합니다. 소리는 인간의 심리와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음악은 치료의 도구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뮤는 우리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오빠 찬혁이가 만든 곡들은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주는 순수함과 울림이 있어 저도 들으면서 자꾸 빠져들게 만듭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가사를 보니 왜 이 곡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성근이는 당시 천재 아이들을 키운 부모로 〈아침마당〉에도 나오고, 얼마 전까지〈김현정 쇼〉에도 출현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살찐 성근이가 나와 고등학교 시절 목소리로 조근조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국민남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찬혁이와 수현이가 친구의 아들과 딸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같은 교회를 다녔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친구 따라 간 교회였고, 잠시 동안 머물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친한 여자 친구 두 명과 항상 붙어 다녔고, 성근이는 저희의 유일한 남자사람친구였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던 성근이는 정도 많고 섬세함도 장착한 친구였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가면서 서로 연락이 뜸해졌고 의정부로 이사를 가면서 소식이 끊겼습니다.


무려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서 들려온 친구의 소식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작곡 천재, 음색 천재로 알려진 악뮤의 재능이 친구 성근이가 물려주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억 속 친구는 항상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였습니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다》는 악뮤를 탄생시킨 배경을 담은 책입니다. 친구가 아내와 함께 쓴 이 책을  ‘밀리의 서재’에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힘들었던 시절과 몽골에서의 생활 그리고 불가피하게 홈스쿨링을 하고,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아이들의 재능이 발현된 시기가 홈스쿨링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였다고 합니다. 발터 벤야민의 ‘깊은 심심함’이 창조적 정신의 근원으로 실현된 순간입니다. 재능은 이럴 때 튀어나오는 모양입니다. 정말 할 게 없을 때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도 바쁩니다. 큰 아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작은 아이 역시 개학과 더불어 학교 ․ 학원으로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바쁘게 휘몰아치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좋은 재능을 물려주지 못한 부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있다’라고 다그칩니다.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지원해주려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는 더더욱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행복한가? 취준생으로 고3수험생으로 하루하루 견디고 있는 아이들의 삶이 행복할까?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나이가 드니 본인의 입신양명이나 성공보다 자식을 잘 키운 지인들이 부럽습니다. 자식이 유명인이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또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자식을 지켜볼 수 있는 친구가 부럽더군요.


차라리 내가 모르는 악뮤 아버지였더라면 ‘와! 대단하다’라고 그냥 지났을지 모르겠습니다. 용기 있는 결단으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 낸 친구가 부러움을 너머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하루를 성근이와 그의 아이들이 준 충격으로 멍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합니다. 대단한 재능을 물려주지는 못했지만, 하루하루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모습은 보여주고 있다고 말이지요. 대단한 성공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하루하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언젠가는 이 시간을 추억하는 날이 오겠지요.


오늘은 악뮤 아빠 이야기만 했네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보면서 더욱 사랑해 주는 것이 제 역할이겠지요. 아직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우리 가족 안에서…….  


“그 순간, 그 하루가 사실은 삶의 총량이다. 지금 이 순간은 예전에 살았던 것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란 사실! 이 순간이 행복하면 하루가 행복하고, 하루가 행복하면 또 1년이 행복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빵빵 터뜨리는 웃음이야말로 행복의 씨앗이 아닐까.

 -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다》밀 리의 서재 발췌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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