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클래식을 듣는다
어느새 클래식을 찾아 듣는 내가 되었다.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어떤 허영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조금씩 끌리기 시작했달까? 알고리즘에 조금씩 나타나는 클래식들을 듣는 게 즐거워졌다.
락 음악을 좋아하던 내가 클래식이라니 ㅋㅋ 참 안 어울린다.
이런 생각을 뇌 어딘가에 넣어둔 채 악틱 몽키스를 듣다가 말러를 듣고, 슈만을 듣다가 블러를 듣고 불협 화음 같은 배경음악을 깔고 살았다. 그러다 올해 초 다녀온 프랑스에서의 사진을 발견했다.
뤽상부르크에서의 페탕크
페탕크의 규칙은 간단하다.
작은 공을 하나 두고, 내가 가진 공을 그 공에 가장 가까이 던지면 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공을 쳐낼 수도 있고!
프랑스에서 지낼 때 뻬땅크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내 흥미 밖이었다. 이 넓은 공원에서 굳이 작은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서서 공이나 던지다니. 밖에는 얼마나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은데!
올해 초 찍은 이 사진을 보니 내가 클래식을 듣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멈춰있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달까? 경주마처럼 새로운 것만 좇았던 20대가 끝나고 조금은 천천히 둘러볼 필요를 느끼는 거다. 여유라고 표현하기엔 아직도 조급한 마음이 더 크니까.. 필요가 맞는 표현이다. 반드시 역동적이지 않아도, 계속 달리고 바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 중인 것 같다. 익숙한 듯 낯선 나를 돌아보고 나를 더 단단하게 하는 시간.
그리고 이건 어떻게 보면 나를 돌아볼 경험과 시간이 충분히 쌓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시간들을 통해 점점 더 나를 넓히고..
나의 시간과 함께 음악을 들으니, 호로비츠의 연주가 슬프고 외롭게 들리기보다는 아이처럼 곤히 잠든 나의 엄마를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바흐의 첼로 연주곡이 지루하지 않고 선선한 봄바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지루하게만 들렸던 클래식 음악이 들린다.
지루해 보이는 페땅크를 찾아 하는 나도 언젠가 만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