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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미 Sep 10. 2023

흐린 날의 여행


사람 마음이 참 어려운 듯 쉽다. 


방금 전까지 햇살처럼 맑다가 곧바로 침울해지고, 변덕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부족하다. 

분명 한 사람인데 여러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고 한 시간 동안에도 몇 번씩 메인 감정이 뒤집힌다. 


내가 뭐 드라마 속 주인공도 아니고, 내 인생이 영화 시나리오도 아닌데 이렇게 극적으로 변해도 되는 걸까?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뒷모습이 나올까 말까 한 엑스트라 인생에 이런 파도치는 감정은 필요 없다고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오래 울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계속 쌓이고 쌓여있는 상태.

근데.. 무슨 핑계로 울어야 하지? 

가시고기처럼 슬픈 이야기라도 찾아 그 핑계로 물리적인 눈물을 펑펑 흘리면 좀 나아질까 싶다. 


이 사진도 참 그렇다. 

분명히 햇살이 쨍한데, 그림자도 져있고 물도 흐리고 탁하고, 하지만 햇살이 꽂힌 물결은 그 어떤 것보다 반짝인다. 

원래 인생이 이렇다는 걸 알고 당장 자고 일어나면 이런 글조차 창피하게 생각되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런 기분이다. 좋았던 방콕 여행에서 이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생각나지 않아 슬프다. 



제발 내일은 날씨가 좋아 모든 계획을 다 할 수 있길 바라는 여행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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