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번외편입니다.
- 31번째 글, 드디어 그랜드 캐년에 왔어요
오늘은 7월 6일 금요일 밤, 불타는 금요일 밤이다.
삼대가 미국 여행을 한다고 한국을 떠나온 지 7일 차 되는 날이며, 서부 여행을 시작한 지는 6일 차가 되는 날이고, 서부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밤이 되는 날이다.
오늘 하루도 스펙터클 한 하루. 오전에는 앤틸로프 캐년(Antelope Canyon)을 아버지께서 다녀오셨고, 우리는 글렌 캐년 댐(Glen Canyon Dam) 구경을 했으며 출발하면서 멋진 협곡인 홀슈밴드(Horseshoe Bend)를 둘러보고 늦게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에 도착했다.
오후 6시경, 다소 어중간한 시간에 그랜드 캐년에 도착한 것 같다. 오늘의 목표는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인데 6시도 안되니 해가 지기는커녕 하늘이 쨍쨍하다. 날씨는 다소 흐림. 멋진 사진은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랜드 캐년에는 Rim이 4곳이 있다. 동서남북 4곳. 가장 관광지로 발달이 되어 있는 곳은 South Rim이고 불리는 명칭은 '그랜드캐년 빌리지(Grand Canyon Village)'이다. 이 곳에 Visitor Center, Lodge, Yavapai Point 등이 몰려있다. North Rim도 멋지기는 마찬가지. 10년 전 North Rim에 가보았는데 그때 입구에서 본 대 자연, 평야 등의 모습도 아직 눈에 선하다.
** 그랜드 캐년 지도 링크 : 클릭
오늘 우리가 입장한 곳은 East Rim. 'Desert View Drive'라는 길을 따라가면 되는데 이 곳도 기대보다 멋진 곳이다. 숲이 우거져 있고 멋진 관광 포인트도 길 따라 많이 모여있다. 우선은, 길 따라 나있는 주요 Point를 하나씩 둘러보기로 한다.
그랜드 캐년에 드디어 도착이다.
약 2시간여 동안 대표적인 6개의 Point 중 최종 적으로 둘러본 포인트는 5곳.
1) Navajo Point : 그랜드 캐년 South/East Rim 중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지점 (해발 2,274m)
2) Lipan Point : 그랜드 캐년의 깊은 협곡까지 한 번에 보이는 포인트
3) Moran Point : 콜로라도 강 협곡이 눈에 보이는 포인트
4) Grandview Point : 이름 그대로 그랜드 캐년 시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
5) Yaki Point : 협곡의 전반적인 경치를 구경 가능.
감히 단 2시간 동안, 지구 상에서 가장 위대한 자연의 창조물인 그랜드 캐년을, '건방지게' 자동차로 둘러본 '짓'을 하고서 이 멋진 곳에 대해 평을 내릴 수 있으랴.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언제 가도 멋진 곳임에는 틀림없고 계절마다 보이는 것도 다르지만 10년 만에 다시 와보니 나이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다른 곳이 그랜드 캐년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실 첫 그랜드 캐년을 와 본 것은 무려 35년 전인 1984년경. 뭐, 5살이었으니 기억도 느낌도 전혀 남아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Pass. 하지만 10년 전 29살 때 와본 North Rim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Kaibab National Forest를 거쳐야만 Grand Canyon North Rim에 갈 수 있는데, 그때 본 평야와 높은 나무, 그리고 야생의 동물들 모습은 잊을 수도 없었고, 같이 떠난 형님들과 즐겁게 도착한 길이라 North Rim 진입로는 언제든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길로 남았다. South Rim에서는 직접 그랜드 캐년 속으로 걸어 들어가 트레킹을 하면서 그랜드 캐년을 직접 '만져' 보았기 때문에 그 기억도 생생한데, 10년 뒤 오늘 다시 와본 그랜드 캐년도 역시나 멋진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뚱딴지'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된 지점은 첫 번째 포인트인 '나바호 포인트(Navajo Point)'. 10년 만에 다시 와보며, 아들 녀석까지 데리고 와서 본, 첫 번째 그랜드 캐년의 포인트라서 그런지 감상에 젖게 된다.
1) Navajo Point에 오다.
East Entrance로 들어오면 어물쩡 하는 사이에 첫 번째 전망 포인트는 지나오게 된다. 그곳은 이름하야 Desert View.라는 곳. 하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이 곳이 '아 그랜드 캐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이 나바호(Navajo Point)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 어~어~ 하는 사이에 첫 포인트를 지나 이 곳에 들어서 첫 번째 사진을 찍는다.
이 곳은 해발 2,275m로 그랜드 캐년의 전망 포인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콜로라도 강의 협곡이 잘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랜드 캐년의 최 동쪽단이다 보니 일몰(Sunset)을 구경하기에도 좋은 지점이라고 한다. 자동차로 바로 '코 앞'까지 가니 꼭 방문해 볼만한 곳.
우리도 얼떨결에 그랜드 캐년에 도착하여 특별한 정보도 없이 포인트에 주차를 하고 구경을 시작했는데, 다시 보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은 더더욱 웅장하고 발아래로 보이는 낭떠러지도 엄청났으며 멀리 안개에 가린 그랜드 캐년의 모습도 사진 셔터를 무한정 누르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2) Lipan Point에 오다.
리판 포인트는 나바호 포인트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 나바호 포인트에서 10년 만에 그랜드 캐년을 다시 보고 그 감동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쯤 자동적으로 발길이 가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설명에 의하면 East에서 South로 연결되는 캐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리판 포인트라고 하는데 날씨가 흐려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웠다. 리판 포인트도 일몰 사진을 찍기에 위치나 풍경이 멋진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해가 지는 시간은 안돼서 패스.
3) Moran Point에 오다.
모란 포인트는 화가 토마스 모란의 이름을 따서 만든 포인트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 화가는 1899년부터 1920년까지 매년 겨울에 이곳에 와서 그림을 그렸고,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포인트이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을 때 돌에 비쳐 만들어지는 색상이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4) 대망의 Grand View Point에 오다.
해발 2,250m 높이 있는 전망대. 마더 포인트 다음으로 평이 좋다고 하는 곳인데, 무엇보다 일몰을 구경하기에 가장 괜찮다고 알려진 곳이다. 솔직히, 네 번째 포인트에 오니 피곤해지기도 하고 눈에서 착시 효과도 나타나는 법. 그랜드 캐년의 감동은 다소 덜해지기는 했지만 이 곳도 멋진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이들도 이곳 만큼은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바라보는 것 같고, 사진도 찍는 사람이 많다.
마지막 다섯 번째 Yaki Point는 자동차로 잠시 들렀다가 퀵하게 눈으로만 풍경을 보고 온 터라 찍어둔 사진이 없긴 하다. 특히, 이때 큰 조카가 배가 아프기 시작하다며 빨리 화장실을 가자고 하던 때라, 운전자였던 나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단은 Visitor Center로 향한다. 그곳에 가면 Grand Canyon Village라는 명칭 하에 각종 시설과 유명한 전망대가 모여 있는데 일단 그쪽 방향으로 갔고, 그 쪽방 향으로 가야만 우리 숙소로 갈 수가 있다. 무엇보다, 대망의 마지막 국립공원이 될지도 모를 그랜드 캐년의 기념 볼펜을 수집할 수 있기에 서둘러 이동한다.
그런데, 서둘러 이동하면서도 10년 전 기억이 떠 오른다. 10년 전 South Rim 인근에서 과속운전을 해서 벌금 175달러를 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뒷자리에서는 배가 아프다고 아우성이니 죽을 지경.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Visitor Center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주인공께서는 화장실로 튀어가고 우리는 센터 쪽으로 걸어가 구경을 한다.
아, 그런데!
Visitor Center가 문을 닫았다.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부터 시작한 기념 볼펜 모으기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벌써 모은 국립공원 볼펜만 해도 5종류. 이제 그 방점을 찍어 줄 그랜드 캐년 볼펜을 구해야 하는데 센터가 문을 닫아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맞은편 Gift Shop은 아직 문을 열었다. 뛰어가서 구경을 해보지만, 여기는 볼펜이 없다고 한다. 내일은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바쁘게 라스베가스로 돌아가야 하고 오늘의 숙소는 여기서 1시간 거리인데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뒤로, 그랜드 캐년의 볼펜만을 사지를 못했다. 아마존 등에라도 판다면 구매하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을 비우니 Gift Shop도 즐거운 것이 많다. 탐험 장비도 있고 옷도 많고 기념품도 즐비하다. 역시 그랜드 캐년 답게 가장 화려하고 종류가 많은 Gift Shop이다.
적당히 Gift Shop을 둘러보고 나니 7시경. 더 이상 이곳에 남아서 석양을 구경하기도 시간이 애매하다. 아직 해가 지지 않고 있고, 오늘 이동해야 할 장소가 숙소가 1시간은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 더 지체하다가는 모두가 굶게 생겼다. 숙소 체크인도 못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이렇게 몇 개의 포인트만 돌면서 그랜드 캐년을 간단히 '맛보고'만 끝내 버렸다. '죽기 전에 한 번은 와 봐야 할 그랜드 캐년' 투어라고 하는데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하지만 오늘 밤은 그랜드 캐년에서 '캠핑' like 한 것을 하는 날이다. 숙소는 Williams라는 그랜드 캐년에서 1시간을 내려가야 하는 도시.
출발.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엄청난 직선거리.
** 글 표지 사진
- 위치 : Navajo Point, Grand Canyon National Park, Arizona, USA
- Photo by JB Kim_2018.07
1) 교보문고 링크 클릭
2) Yes24.com 링크 클릭
#두사람출판사 #그렇게몽땅떠났습니다 #미국여행 #미국서부여행 #신간 #책 #책스타그램 #여행에세이 #여행서적 #시애틀 #라스베가스 #오레곤 #그랜드캐년 #캐피톨리프국립공원 #브라이스캐년 #자이언국립공원 #포레스트검프포인트 #아치스국립공원 #홀슈밴드 #앤틸로프캐년 #올림픽국립공원 #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