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번외편입니다.
- 32번째 글, 그랜드 캐년 KOA에서 하루 묵었어요.
오늘은 7월 6일 금요일 밤이다. 불타는 금요일 밤이다.
미국에서 서부 여행한답시고 삼대가 서울을 떠나온지는 7일 차가 되는 날이며, 서부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6일 차 되는 날이다.
야생 생활 6일 차가 되니 심신이 지치기는 한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도, 야외에서의 즐거움도 피곤함 앞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거대함과 광활함도 점점 무뎌져간다. 누군가 여행 중 피로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여 좋은 결과를 낸다면 이 또한 좋은 product가 되리라 생각하며.
오늘은 '숙소'의 절정, 패러다이스가 펼쳐지는 날이다. 첫날 라스베가스에서 묵은 최고급 호텔에서 보다 즐겁고 신나는 경험이 있는 날,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그랜드 캐년 바로 앞마당에서 캠핑을 하는 날이다.
오후에는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에서 주요 5개 포인트에서 절경을 구경하고 아쉬운 대로 숙소를 향해 달린 지 1시간 여가 되니, 우리의 오늘 최종 목적지가 나타난다. 아, 그런데 직선거리라 얼마 안 되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다 온 것 같아도 아직 5분이나 남았다는걸 보니 미국의 땅 넓이에 다시 놀랜다.
우리의 오늘 목적지, 오늘의 숙소, 오늘 캠핑을 하는 곳은 바로
라는 곳!
라는 약자인 KOA는 미국 땅 전역에 촘촘하게 깔려있는 캠핑 시설이다. 정부에서 운영하거나 등이 아닌 상업적인 용도의 체인이며, 1962년에 오픈했을 만큼 역사도 깊은 곳이라고 한다.
사실 미국에서 여행 조금 하거나, 살아본 사람이라면 KOA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한다. 그만큼 역사와 전통을 겸비하였고 대부분 찾기 쉬운 고속도로 주변이나 관광지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미국에 살고 있는 누나네 덕에 이런 곳에서 캠핑도 해볼 수 있게 된다.
KOA는 기본적으로 시설을 공유하는 캠핑족과, 단독-독채 시설을 빌릴 수 있는 캠핑족이 함께 이용이 가능하다. 시설을 공유하는 파트는 작은 통나무 집에서 잠을 자도 되고, 차량용 캠핑, 텐트 등을 이용해도 된다. 대신 샤워장, 욕실 등은 함께 이용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독채 같은 경우 하나의 집을 만들어 두는 형태인데 화장실, 주방, 침대, TV, 냉장고 등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
우리는 인원이 많아서 독채를 빌리긴 했으나, 4인가량이 잠을 잘 수 있는 통나무 캐빈에서 잠을 자며 야외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환상적인 별자리도 구경하는 모양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지만, 6일간 외박을 하니 지칠 대로 지친 심신 덕에 아마 캐빈에서 잠을 잤다면 또 투덜거렸을지도 모르겠다.
*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다 : http://www.koa.com
KOA라는 곳을 조금 더 찾아보니 활용도가 참 높은 Site인 것 같다. 비록 캐빈 같은 곳이나 텐트에서 잠을 자려면 본인이 침구류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미국처럼 땅이 넓은 곳에서는 여행 다니다가 잠깐 들러 텐트 치고 잠을 자다가 또 여행을 하는 형태의 진짜 wild journey를 할 심산이라면 이런 곳이 제격일 것 같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호텔은 너무 비싸고, 국립공원 근처의 호텔도 비싸며, 값싼 모텔에 가도 담배 찌든 냄새 가득한 곳인데 여기는 내가 가져온 장비로 잠시 묵을 수도 있고, 캠핑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 (전기, 물, 화장실, 취사장, 매점)은 다 구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음식이라도 생각 나는 날이라면 이런 곳에서 음식을 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나 아이들도 신날 '요소'가 한가득인 곳이다. 자전거도 빌릴 수 있고, 놀이터도 있고, 수영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탁구장, 당구장, 오락실, 암벽등반 체험장 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밖에서 뛰어놀 곳이 바로 앞에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제격인 숙소가 아닐까 싶다.
KOA를 너무 찬양하는 것 같지만, 서부 여행의 마지막 숙소를 KOA로 잡은 것도 나름의 한 수. 아이들도 지쳐있을 테고, 아들 녀석의 경우 캠핑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으니 climax를 느낄 곳이 생각해서, 먼길을 달려 KOA까지 왔다. 하지만, 하지만.. 이미 깜깜해지는 저녁 8시경에 도착을 하고야 말았다.
체크인을 하고 우리가 묵을 숙소, 'Deluxe Cabin'은 얼핏 봐서는 '상대적인 기준에서 Deluxe'한 것 같다. 밖에서 보니 미국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통나무 집 정도 되겠다. 하지만 내부 시설은 기대 이상이다.
주방도 넉넉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2층 침대도와 2층 room도 있으며 화장실도 깨끗하다.
하지만, 멋진 곳인 들 어찌하리. 시간이 늦었건만.
수영장도 문을 닫았고, 자전거 등은 당연히 탈 수도 없으며, 놀이터도 너무 늦어서 잠깐 밖에 놀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여기의 자랑(?) 거리 중하나라고 하는 '보석 캐기' 놀이 하나로 아이들의 욕구를 달랜다.
Rough Rider Mining Company라는 콘셉트(?)로 보석 찾기와 화석 찾기 같은 놀이가 있는데, Store에서 파는 1개의 봉지를 뜰채 같은 곳에 붓고, 채석장에서 보석과 화석을 찾는 놀이인데, 마침 화석에 빠져있는 아들 녀석에게는 즐거운 놀이였을 터, 한국에 와 있는 지금까지도 그때 캔 보석들을 방에 간직하고 있다.
저녁 식사는 출발하면서 남겨온 여러 가지 재료를 모두 모아서 요리를 해 먹는다. 힘들 법도 한데 이 시간에 요리를 해주는 team도 감사할 따름. 맛있게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씩 들 하고, 아이들은 또 놀러 나간다. 시간이 늦어서 놀이터에서는 놀지 못하고, 실내에 마련된 오락실에서 20년 전 느낌의 오락을 하느라 바쁘다. 아주 그냥 신이 났다. 하지만 그런 놀이도 잠시, 모두 철수해서 방에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하루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6일간의 그랜드 서클 여행이 끝났다.
다소 허무하게 말이다. 서울-부산 오가듯 여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듣고 여행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스케줄을 잡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는다. 생각보다 멋진 곳을 보며 탄성을 지른 곳 도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트러블도 생기며 이번 여행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마지막 날에는 심적으로도 조금 흐트러진 것 같고, 몸도 마음도 말썽이며 무엇보다 햇빛 알레르기에 누더기처럼 변해버린 팔 때문에 아무런 흥이 나질 않는다. 지쳤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 2주간의 여행 중에 이제 막 1주일만 지났다는 점에 놀라, 더 심리적으로 괴로운 밤이다. 그랜드 캐년이라는 곳에 와서 캠핑까지 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다. 그래서, 일찍 잠을 자는 수밖에 없어서 아무 생각 안 하고 먼저 잠이 든다.
내가 묵은 방은 2층.
잠을 자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아이들 때문에 잠도 잘 오질 않는다.
내일은 7월 7일 토요일.
Las Vegas - Zion - Bryce - Arches - Forrest Gump Point - Monument Valley - Antelope Canyon - Glen Canyon - Horseshoe Bend - Grand Canyon 투어를 마치고 드디어 돌아가는 날이다. Las Vegas로 돌아가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시애틀로 돌아가는 날.
오늘 같은 날 기분은, 차를 반납하고 즉시 서울로 돌아가면 어떨까도 싶다.
** 글 표지 사진
- 위치 : KOA, Grand Canyon Williams, Arizona, USA
- 출처 : http://www.ko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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