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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21. 2018

[번외편] 협곡의 절정, 앤틸로프캐년

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번외편입니다. 
- 29번째 글, 앤틸로프 캐년과 글렌 캐년 댐을 보러 왔어요


오늘은 7월 6일 금요일 오전.

삼대가 미국 여행 한번 해 보겠답시고 한국을 떠나온지는 7일 차 되는 날이며, 본격 여행을 시작한 지는 6일 차가 되는 날의 아침이다.



햇빛 알레르기가 심해져서 전날 밤 누더기가 되어버린 팔 때문에 거의 잠을 못 잤다. 모기 4천 마리가 동시에 물린 기분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도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오늘은 호텔 조식을 꼭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난다. 전날은 늦게 움직여서 호텔에서 주는 조식도 먹지를 못했는데 오늘은 필승 마음으로 재빠르게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역시나 여행객들이 바글바글하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제공이 되는 걸까 싶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배가 고플 때 줄 서서 기다리는 것 처럼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다. 레스토랑이라고 하지만 1층 로비의 구석 공간을 간단하게 식당처럼 꾸며둔 수준이다. 약간, 유스호스텔 같은 호텔 느낌도 난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던 호텔 1층의 레스토랑. 출처=tripadvisor

간단한 식사 공간만큼 음식도 역시 간단하다. 빵, 시리얼, 계란, 과일, 커피뿐이다. 어쩌면 이게 미국 중저가 호텔의 기본 조식, 그들의 아침 식사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생소한 아침 식사라 그런지 아들 녀석은 거의 먹지를 않고 바나나와 계란, 요구르트 정도만 먹고 축구 경기만 연신 시청하고 있다.


여행 중에 어느덧 러시아 월드컵도 8강전까지 와있다. 미국 여행을 출발할 때 우리나라가 독일을 2-0으로 물리친 뒤 얼마 안 된 날이었는데 벌써 8강전이라니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다. 어쨌든 오늘은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TV가 우리 자리 뒤에 있어서 식당의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보는 기분이 든다. 어쨌든 얼른 마저 먹고 아직 식사를 하지 않은 누나와 아버지와 바통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오늘 가보려고 하는 앤틸로프 캐년(Antelope Canyon)은 예약제라는 것이다. 그냥 현장에 와서도 갈 수 있겠지 싶었는데 여기저기 알아보니 남아있는 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 11시~1시, 햇빛이 협곡 안으로 들어오는 시각인 그때는 인기 절정이라 고한다. 그 시간은 더군다나 Photographer Time이라서 전 세계 사진사들이 경쟁적으로 예약을 하는 시간이라나.


얼마나 멋진 곳이길래 예약이 다 차 버렸을지 궁금해진다. 어제오늘 호텔에서 봤던 시끌벅적한 중국인들 틈 바구니에서 구경을 하게 되는 건 아닐지. 여기가 중국인지 미국인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특히 팔도 누더기가 되었고 잠을 거의 못 자서 앤틸로프 캐년이고 뭐고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아버지는 벼르고 계신 것 같다. 그 기운이 느껴진다. 어제 여행에서 포레스트 검프 포인트가 나에게 있어서는 백미였다면, 아버지께서는 앤틸로프 캐년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은 눈치다. 누나가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여기저기 여행사에 전화해서 자리를 알아본다. 진땀 흘리며 예약을 하는 것 같고 표정도 별로 좋지 않아 보여서 오늘은 글렀구나 싶다.


참고로 앤틸로프 캐년은 국립공원(National Park) 이거나 National Monument 등의 정부에서 관리하는 유적지 또는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도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처럼 Navajo 인디언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관광지라서 그들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은 필수라고 한다. 특히나 이곳에서 인생 사진을 찍어보고 다면 피크타임인 11시~1시에는 투어를 잡아둬야 한다.


** 앤틸로프 캐년 투어 예약 등 기본 정보 링크


그런데 올레~.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한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한다. 아쉽지만 딱 1개 자리뿐이다. 나머지 6명과 함께 갈 수 있는 시간은 오후 3시 4시경이라 갈 수가 없다. 그 시간에는 이미 저 멀리 그랜드캐년에 도착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다. 결국 한명만 투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모두가 착한 양이된 마냥 자신은 가지 않아도 된다고 양보를 하기 시작한다. 나도 양보를 한다. 양보의 미덕이라는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더운데, 햇빛이 이렇게 따가운데 선뜻 하나밖에 없는 자리를 손들고 투어 하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특히나 그토록 어렵다는 11시 타임 투어, 포토그래퍼 투어가 예약이 되어서 당연히 우리 중에 장비가 출중하신 아버지께서 가시는 걸로 당첨됐다. 정말 안 가도 되겠냐 등의 말씀도 있으셨지만 표정이 즐거워 보이시는 건 얼굴에 드러난다.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기전 분주한 모습이다. @BWP at Lake Powel




일단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모두가 나선다. 그리고 일단 앤틸로프 캐년으로 향한다. 앤틸로프 캐년은 Lower가 있고 Upper가 있다.  우리가 향한 곳은 평이 조금 더 좋은 Lower Antelope Canyon. 현장에 가보니 'Ken Tour'라든지 전담 여행사의 건물이 2개 달랑 서 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심산으로 남아있는 자리를 확인해 보나 역시나 자리는 없다. 까다로운 도시 출신 남자들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는데,


└ '그럴 거면 왜 여길 왔어.'

└ '정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거야?'


라며 누나가 짜증을 낸다. 맞는 말이지만 나는 정말 1도 움직이기 싫은 컨디션이었다. 짜증을 내 봐도 티겟이 없으니 갈 수다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자리는 나지 않을 것 같고 날씨도 너무 뜨거워서 안전 문제도 걸려서 방법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버지만 모셔다 드리고 나온다. 저 멀리 어제 봤던 발전소도 선명하게 보이는 게 신기하다.


우리가 왔던 Lower Antelope Canyon의 입구와 주차장 인근의 모습이다.
어제 봤던 Navajo 발전소도 더 가까이에서 보인다.


참고로, 입구에는 인디언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가지 장신구들을 아주 비싼 가격에 팔고 있는 Gift Shop이 있다. 사진을 직접 찍어 액자로 걸어둔 곳은 카메라나 휴대폰을 꺼내 들기만 해도 FBI 같이 생긴 요원이 등장해서 저지를 한다. 인디언 모자라든지, 각종 보석, 귀걸이, 목걸이 등이 많이 있었는데 아들 녀석보고 엄마에게 줄 선물을 골 라보라 하니 빤짝빤짝 빚 나는 은색 귀걸이를 고른다. 아무리 봐도 동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적당히 만들어도 만들어낼 수 있는 품질이었는데, 가격이 무려 120달러라고 한다. 우리 돈 12만 원. 휴. 엄마는 귀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들 녀석을 달래고 재빨리 선물가게를 탈출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너무 덥다. 살을 태우는 듯한 뜨거운 햇볕이다. 어서 빨리 시원한 곳으로 이동을 하자며 앤틸로프 캐년을 뒤로하고 페이지(Page) 도시 속으로 들어간다. 기분 같아서는 스타벅스에서 시간 때우거나, 마트 같은 데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으나 마땅한 곳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페이지(Page)는 제법 큰 도시 이기 때문에, 월마트까지 들어와 있다. 그저 시원한 곳으로 피신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누나와 매형에게 월마트를 가자고 했는데 반응이 시원찮다.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 첫날 보시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시간 쪼개서 힘들게 미국까지 왔는데 마트나 가자고 했으니 얼만 황당했을까.


그래서 어디를 갈까 찾아보던 중, 글렌 캐년 댐이 있다는 걸 기억해내서 그곳으로 무작정 가보니 전망대가 있다. 일반적인 댐 위의 전망대라기보다 제법 잘 되어있다. 댐에서 물이 흘러나와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교유적인 느낌을 살려서 전시를 해 놓았고, 과거의 역사까지 알려주는 영화관 등도 마련이 되어있어서 아이들도 재미있어한다.

Glen Canyon Visitor Center 이름이 Carl Hayden이다. 아리조나 주의 상원의원의 이름이다.


아찔하고 웅장한 Glen Canyon Dam과 그 위의 다리이다.


Visitor Center에는 아이들이 좋아 할 설명자료와 모형들이 가득했다.

글렌 캐년은 국립공원 레벨은 아니라서 약간은 뭔가 아쉬운 느낌도 들면서, 마침 앤틸로프 캐년도 못 가봐서 또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다시 아버지를 모시러 앤틸로프로 돌아간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돌아오시는 모습이 보인다. 그 후기를 들어보니, 협곡도 너무 가파르고 깊고, 계단도 많아서 아이들이 갔으면 힘들었을 거라 하신다. 막상 내려가 봐도 길도 너무 좁고 먼지도 많다며 말이다.  웬만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안내 리시며 오버액션을 하셔서라도 다녀온 곳에 대한 찬양을 하시는 분인데 정말로 마음에 안 드셨거나 못 간 우리들에게 미안해서 그러셨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남기신 사진. 역시나 예술이다.


아버지께서 찍으신 Antelope Canyon 사진이다. ⓒ JBKim, 2018
아버지께서 찍으신 Antelope Canyon 사진이다. ⓒ JBKim, 2018
아버지께서 찍으신 Antelope Canyon 사진이다. ⓒ JBKim, 2018
아버지께서 찍으신 Antelope Canyon 사진이다. ⓒ JBKim, 2018


벌써 오늘의 오후가 되어간다. 이제는 식사를 하고 그랜드 캐년을 향해서 달려가야 한다. 일단 밥을 먹어야 하는데 어디 가야 될지 잘 모르겠다. 역시나 식당 공부를 안 해오니 말썽이다. 다음부터 여행을 준비할 때는 밥 먹을 방법부터 꼼꼼하게 챙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모르겠다면 일단 도시로. 페이지(Page)에 다시 돌아오니 Great Wall of China라는 중국 음식점 간판이 보인다. 무려 뷔페라고 한다. 아이들도 원하는 골라 먹을 수도 있고, Asian Food가 점점 더 생각 나는 시점이라 별 고민 없이 그곳을 가기로 결정한다.

식장 사진이다. 출처=Google 지도


막상 들어가 보니 들어가자마자 '실패'라는 게 느껴진다. 일단 냄새가 영.. 아니다. 중국의 한 시골 도시 골목에서나 날 수 있는 고기 냄새와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아이들도 들어서자마자 하는 말,


└ "무슨 냄새에요. I hat this smell"


역시나 아이들은 잘 먹지를 않고 그냥 배만 채우는 듯하다. 어른 들도 한 접시, 한 접시반 정도에서 다들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그래도 먼길을 가야 하는 하기에 의무감에 입속으로 밀어 넣고 식사도 마무리한다.

밥 보다 노는게 즐거운 아이들이다.




여행이 6일 차가 되어가니, 지금까지 지나왔던 여행지에 대해서 하나씩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도 거길 가봤소'


라는 생각을 해보면 많은 지역을 재빠르게 잘 돌아다닌 것 같은데, 무언가가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1주일 만에 돌아보기에는 다소 먼 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그 공원의 깊은 모습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다면 개수를 절반으로 줄여서 좀 더 꼼꼼하게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랜드 캐년에 거의 다 와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오늘 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되는 날. 그랜드 캐년 석양을 볼 수도 있는 날이고,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캠핑 비슷한 걸 하는 날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야생에서 텐트 치고 캠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것들이 모여있는 캠핑장에서 하루 밤을 묵는다. 아이들이 즐거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더 기대가 된다.

** 글 표지 사진
  - 위치 : Antelope Canyon, Page, Arizona, USA
  - 출처 : lowerantel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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