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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Sep 07. 2018

[번외편] 사막에서 커피 한잔

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번외편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4일 수요일 오후. 

한국을 떠나온 지 5일째 되는 날이며, 두 번째 국립공원 방문지였던 브라이스캐년을 떠나는 날이다. 



다음 목적지는 Arches National Park(아치스 국립공원). 

이 곳까지는 이동시간이 무려 5시간이다. 도착하게 되면 저녁때가 될 예정이라, 국립공원 바로 앞에 있는 도시인 Moab(모압)이라는 곳으로 향한다. 



Moab이라는 도시에 있는 'SpringHill Suites By Marriott Moab' 호텔로 가는데, 새로 생긴 호텔이기도 하고 호텔 바로 앞에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있다는 말에 기대가 된다. 록키산맥국립공원에서 시작되어 그랜드 캐년으로 흐르는 콜로라도강, 그 강인 것이다. 어쨌든,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공원에 올라가 볼 생각이다. 


Moab으로 가는 길은 화려하다.


(1) 국립공원 대잔치

잘만하면 하루에 3개의 국립공원을 가볼 수 있다. 대신 경로를 잘 짜야하고 시간 관리는 필수이다. 오늘 가는 길목에서 새롭게 볼 수 있는 국립공원은 캐피톨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 캐년랜즈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이다. 출발했던 브라이스캐년도 포함하면 총 4개인데, 사실 시간 관계상 모든 곳을 갈 수는 없다. 그래도 기대가 되는 날이다. 


(2) 유타주 12번 도로, 도로명 'Scenic Byway'

편하게 유타주 12번 도로라고 하는데, 도로의 공식 명칭은 화려하다. 'Scenic Byway'라도 이름이 지어져 있다. 가는 길이 얼마나 화려하길래 도로 이름에다가 자신 있게 'Scenic'이라는 단어를 붙였을지 기대가 크다. 

(심지어 공식 홈페이지도 있다. http://www.scenicbyway12.com )


화려하면 무엇하리. 오늘은 어쨌든 서둘러서 이동해야 한다.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서두르고 또 서두르고. 점점 더 이번 여행이 '양(Quantity)'에 치중되어 가는 기분이 든다. 잠은 쏟아져 내리고, 재빠르게 구경하고, 자동차 운전은 아주 넉넉하게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타주 12번 도로가 단순히 멋지기 때문에 선택한 길은 아니다. 브라이스캐년에서 이 길이 아닌 북쪽 방향으로 향한 뒤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Moab까지는 더 시간이 단축이 되나, 피톨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을 가보려면 이 길을 선택해야만 갈 수 있기 때문에 30분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30분 감내해서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의 기념 볼펜을 살 수만 있다면야 아무것도 아니다. 


└ '음, 점점 이 여행의 목적은 뚜렷해지고 있어'

└ '재미도 좋지만, 일단 기념 볼펜을 모으기 시작했으니 꼭 모아야겠어'


라고 계속 다짐한다. 너무도 명확하고 완벽한 여행 목적이 생겼으나, Main 이유가 아닌 Sub 이유로 남아 있길 바랄 뿐이다. 



드디어 그, 도로. 유타 12번 길 입장


첫인상? 소문대로 멋짐이 길 위에 널려있다는 생각보다는, 

 

└ '에이, 꼬불꼬불한 길이 또 시작되는 군'
└ '이 놈, 또 멀미하는 거 아닌가 몰라'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저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정신이 멍할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도 자동차에서


└ '지겨워, 지겨워'

└ '여기는 어디야 어디야~♬'

└ '아~뽜. 하우롱 더즈잇 레프트 투더 호우텔?'

└ '아~뽜. 하우 매니 하우얼즈 투더 기프트 샵?


라며 폭풍 랩을 구사하고 있다. 그 와중에 아이들에게 애국가를 가르쳐 주시겠다고 아버지께서는 열악한 통신시설을 이겨내시고 유튜브에서 애국가를 Play 하셔서, 자동차 안은 아주 그냥.... 통일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시선을 훔쳐가는 길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의 길이 나타나기 시작, 출처 = 인터넷


└ '뭐야, 또 사막이야?'


어쩌면 좋지. 불과 1박 2일 전만 하더라도 넓은 평야와 사막과 돌기둥만 눈에 보여도 감탄사가 입 속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줄줄 흘러나왔는데, 이제는 '또 사막이야?'라는 생각이 벌써 흘러나온다. 아마도 새벽부터 브라이스캐년을 뛰어다녔더니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자꾸 보니 이런 사막 풍경도 익숙할 뿐이다. 


서부 여행의 낭만을 돌려줘.


점점 여행은 생존 모드로 바뀌어 간다. 여행 멤버 7인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친다.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고, 졸려서 잠을 자고 있고, 쉬고 싶다며 소리를 지르는 찰나에 자동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처럼 변해버렸다. 그쯤에 또 다른 생존의 절규가 들려온다. 


└ 'A-ppa, How long does it left to the hotel~?'


막내 조카, You win.

어쩌면 앞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영어 구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주 들은 생존의 절규였다. 


일단, 밥 먹을 곳을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어디서 밥을 먹을지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은 되지를 않는다. 미리 식당 공부를 하지 못한 덕에 우리는 점점 사막 위의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변해가고 있다.  디지털이 안되면, 아날로그. 가는 길에 도시를 찾고, 도시 속에 아무 음식점이나 골라서 들어가는 방법을 구사해 보려 한다. 


먼저 도시 찾기, 길을 가다 보니 도시로 '추정'되는 간판이 하나둘 씩 나타난다. 


Escalante (에스칼란테)

Boulder (볼더)


발음하기도 힘든 도시까지 얼마가 남았다는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 그래, 가장 큰 도시인데 기보자. 먹을 데가 설마 없겠어? 


라며 전진한다. 조금 더 자동차로 이동을 했고, 첫 도시인 Ecalante에 도착을 했다.


출처 = 인터넷


아, 그런데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라 했지만, 그냥 시골이다. 3층 이상의 건물은 찾기도 힘들고, 진정한 미국 서부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1층짜리 건물이 대부분인 말 그대로의 '마을', 작은 마을이다. 식당도 찾을 수가 없다. 간혹 눈에 띄는 식당이라고는 느끼한 정통 미국 서부형 햄버거나 육즙이 잘잘 흘러내리고 있을 것 만 같은 곳이라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출처 = http://barnwoodandtulips.blogspot.com/


일단 Escalante인지 뭔지 여기를 떠나는 걸로. 아주 쉽게 현실과 도전 정신 사이에서 현실을 선택하고, 전원 합의?를 통해 서둘러 이 도시를 떠난다. 그리고 사람이나 먹으려 했던 밥은 못 먹고, 애꿎은 주유소에서 자동차 밥만 실컷 주고 다시 출발한다.




다시 또 굽은 길에 흙 산뿐이다. 승객의 절규는 각본을 짠 것처럼 또 시작이 되었고, 배가 고픈 자들은 왜 이런 곳이 Scenic byway라고 이름이 붙을 만큼 멋진 곳이라 했을지 의아할 따름이다. 배고프고 지쳐있기에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그런데, 어?


사막과 돌산 들 투성인 곳에 어떤 오두막집 같은 게 보인다.

이런 오두막집이 보였다. 출처 = Tripadvisor
출처 = Kivakoffeehouse.com


잠시 차를 서행하며 무엇인지 보니, 간판에는 Kiva Koffehouse라고 적혀있다.


KIVA KOFFEHOUSE 집 앞 간판이다. 출처 = mapio.net

어디서 많이 본 곳인데. 여기? 여행 책에서 봤던 것 같다. 이 '멋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정말 이런 황량한 사막에 커피숍이 있지? 라며 감탄하게 된다는 바로 그 집이었다.


여행서적에서 봤던 KIVA KOFFEEHOUSE 설명 파트이다. 출쳐=도서출판 RHK


눈을 씻고 간판을 다시 보기 '키바 커피하우스' 맞다, 여기다. 


재 빨리 여기를 들어가 보자고 제안. 배고픔에 지쳐있던 우리 들은 모두 다 okay를 외치고 일단 쉬어 가기라도 해볼 심산으로 주차하고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오두막에 나무로 구성한 커피샵이다. 출처=http://www.crabtrapcafefl.us
자체 제작한 로고가 붙은 티셔츠도 팔고 있다.
제법 탄탄한 기둥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둔 사막에는 없을 것 같던 커피샵이었다. 


들어가 보니 정말 색다르다. 아늑한 공간인데 통유리로 되어있고, 어떤 '개척자'께서 이렇게도 적절한 위치에 오두막을 짓고 커피와 음식을 팔 생각을 하셨는지, 전망도 좋고, 바람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여행객이 지쳐가는 지점을 너무도 완벽하게 파악해서 터를 잡고 샵을 만들어 올린 게 감탄스럽다.


생각 이상의 깔끔함과 분위기에 휩싸여,


└ '야~ 여기 먹을 것도 판다. 괜찮은데?'


라는 누나의 제안 한마디에 또 전원 합의. 자리를 잡고 앉아 경치도 구경하면서 음식을 시키니 베이글과 샌드위치, 그리고 아이스커피와 생과일 딸기주스가 나온다. 



배가 고픈 덕에 아이들도 잘 먹고 어른들도 한 입에 해치운다. 물론 아들 녀석은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식성이라 그런지 한 두입 물고는 딸기 쥬스만 연신 들이키고 있다. 그래도 신났다. 놀고 웃고 잠시 쉬어 가기 딱 좋은 곳, 마침 아이들을 위해 빵빠레라도 울려 주기라도 할 심산인지, 유리창에는 작은 도마뱀까지 나타나서 아이들은 신과 흥이 곱절이 된다.


커피샵은 이런 사막 과 돌산 속에 지어졌다.
Kica Koffeehouse 에서 보이는 먼 산


다 먹었나? 이제 다시 출발할 시간. 운전은 내가 하기로 하고 매형도 이제 쉬는 타임.

갑자기 만난 커피샵에서 감동을 먹었는지 음식을 먹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다시 차를 몰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Moab 지역으로 향한다. 그 감동 덕에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다. 


사막에서 커피한잔 후 떠날 시간이다. 


하지만 가고 또 가도, 역시나 나 길은 끝없는 사막과 돌뿐이다. 

이런 아찔한 길이 많았다. 출처= https://www.enterprise.com


힘을 내서 달려보니, Moab으로 가는 길의 중간 지점, 우리의 3번째 국립공원이 될 Capitol Reef National Park도 곧 지나가게 될 것 같다. 일단 얼른 거기부터 가서 좀 쉬자. 


** 글 표지 사진
  - 위치 : Escalante, Utah, USA
  - Photo by Jis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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