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탈출 욕심과 고민거리를 정의 내려보기
조상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조상님 말씀처럼 아이들은 ‘알아서 잘’ 큽니다. 평일에 야근이 이어져 주말에나 아이들을 볼 수 있게 되면 혼자서 훌쩍 커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말이라도 한창 배우는 때라면 한 주만에 어휘력도 늘고 발음도 제법 정확해져 있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때 귀여운 모습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아빠들은 아주 잠깐 행복한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제, 조금씩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는 있겠구나...”
하지만 상상은 상상에 그칩니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커 갈수록 아빠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집니다. 둘째라도 생기게 되면 첫째는 온전히 아빠가 전담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지요. 와이프는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이 되고, 아이도 각개전투하며 1인 1자식 전담마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주말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첫째를 차에 싣고 외출을 해야 합니다. 집에서 힘든 엄마를 위해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아빠는 아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와 보내야 할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그 상상은 점점 더 상상다워집니다.
엄마 보다도 덜 힘든 것이 분명한 젊은 육아 대디들의 허탈한 기분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호들갑일까요. 고민 끝에 정리해본 결론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정제하여 이야기를 해본다면, ‘그들 만의 시간이 필요해서’라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갖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은 수컷들 만의 본능 때문이지요. 두 번째로는 갑작스럽게 가장의 무게를 느끼면서 가장으로써 해 나가야 할 일에 대해 고민이 생겨나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온 가족이 행복해야 하는 것은 기본 옵션이고, 그 들의 행복과 건강을 지켜낼 강력한 울타리를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 그것을 위해 아빠가 속한 회사나 조직에서 조금 더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멍한 기분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내고 싶은 본능적 책임감 때문에 육아 고통, 허탈한 육아 대디가 되어버립니다.
구체적으로는 5가지의 원인으로 세분화하여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질주하던 수컷 본능은 갑자기 멈춰 섰거나 다른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버렸습니다. 둘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실제로 겪어보니 만만하지가 않지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아이에게 쏟아 부워야 하면서 나를 위해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 줄어들어버렸습니다. 단 1시간만이라도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거나, 몸이 찌부등하여 운동을 다녀온다거나, 참 좋아하던 컴퓨터 게임이라도 30분만 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합니다. 좋아하는 책도 방해 없이 완독 하고도 싶고, 잠깐 30분만 친구를 만나 맥주 한잔 하고 싶기도 합니다. 더 공부하고 싶은 것 들도 있는데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육아 천재가 되기 위해 신세계에 들어서고 육아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서 공부하고 또 공부해도 한계를 느끼며 텅 빈 껍질 같기만 합니다. 아이의 아빠가 되긴 했지만, 아이를 만든 ‘홍길동’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어버렸고, 그 모습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약간만 나만의 시간을 만들 방법을 누군가 알려 줬으면 싶습니다.
2. 아이에게 멋진 아빠가 되어야 합니다.
기왕 아빠가 된 것, 승부를 걸고 최고의 아빠가 되리라고 다짐합니다. 아이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대답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아이는 언제든 나에게 기대어 휴식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도 다짐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입니다. 노력해봐도 내 품에 잘 안기려 하지 않고 대화도 가끔은 전혀 통하지를 않습니다. 절대로 화내거나 훈계하지 않으려던 마음도 망난이 처럼 구는 모습에는 돌고래 목소리로 응답하게 됩니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녹초가 되어 소파와 한 몸이 되어버리는 저질 체력 때문에 머리와 현실이 달랐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떤 날은 대문을 열고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일만큼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고의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이의 마음속은 가끔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빠가 어릴 적 시절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상하게 아이한테는 안 먹히는 걸 보면서 이 녀석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해야지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지 누군가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3. 조각으로 흩어지는 나를 살리고 싶어 자기 계발을 해보고 싶습니다.
나를 위한 시간도 필요하고 그런 시간을 만드는 방법도 알고 싶지만, 청춘이라는 것이 모두 다 사라질 것 같은 기분에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걸고 자기 계발을 해보고 싶은 욕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막연하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지만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 일도 점점 몸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고 일상의 반복뿐 새롭거나 발전해 나가는 느낌이 점점 더 들지가 않습니다. 육아 천재에서 육아 전문가가 되겠다는 공부도 마땅치가 않고 회사 일도 실력을 갈고닦아야겠지만 온통 정신이 집중이 되질 않습니다. 요리도 도전해 보려 하지만 항상 잡탕이고, 새로운 운동을 해보려 해도 자신이 없어 육아 선배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4. 아이 엄마를 여자로 돌려주고 싶습니다
오늘도 지쳐 쓰러져 있는 와이프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드라마 대사처럼 ‘나만 믿고 시집 온’ 그녀인데 아픈 사람처럼 쓰러져서 일어날 줄 모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미안해집니다. 저 친구도 저만의 욕심이 있고 희망이 아직 남아 있을 텐데 육아 만을 고뇌하는 모습을 보면 미안해집니다. 무언가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주면 정말 도와주는 것인지 일을 더 얹어 주는 것인지 분간이 잘 서질 않습니다. 어떤 날은 진심과 최선을 다해 육아와 가사를 분담해도 나조차 억지로 대충 해주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까지 합니다. 그녀는 얼마나 힘든지, 그 어려움의 크기는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가늠도 되질 않는데, 그녀가 다시 뛸 수 있거나 가벼워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해보고 싶어 집니다.
5. 가족을 위해 중심을 잡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가장 어려운 고민입니다. 가장 힘들게 답을 찾아야 하는 것 이기도 하고요. 정해진 답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중심이 된다는 것이 무언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과거 우리 아버지가 하셨던 모습과 드라마에서나 본 아빠의 역할 등이 전부입니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 하고 싶고 가족에게 힘이 되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은 오늘도 깊어집니다.
남자들은 아빠가 되는 순간 갑작스러운 허탈감과 허무함이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다소 철딱서니 없는 감정, ‘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가족을 위해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로 고민이 귀결됩니다. 태초에 엄마에게 모성애를 강력하게 심어 줬다면, 남자에게는 그만큼의 책임감이라는 심어줬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책임감을 벌크업 해야 하는데 어쩔 줄 몰라서 허탈해합니다.
어른이 되어 가는 길목에서 만난 허무함입니다. 그 허무함이 지속되면 분명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아이는 아빠를 필요로 하는데 아빠는 점점 아이가 멀게 느껴집니다. 엄마의 고통은 점점 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내 생각만 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 버립니다. 이게 길어지면, 아이는 이미 멀어진 채로 불쑥 커 있을 겁니다. 아빠들, 이 허무함에서 어서 탈출해야 합니다.
‘합법적으로 육아 고통에서 탈출할 수 있는 아빠의 탈옥 노하우’라는 주제로, 위에서 언급한 5가지의 고민에 대해서 선배로써 겪어보고 나름 해답을 찾아본 것들을 차근차근 소개해보겠습니다. 아빠들은 힘을 내시고, 이 글을 보는 아빠의 와이프, 아이들의 엄마는 아빠에게 용기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