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를 재수 이후 떠났다면, 첫 해외여행은 군대 이후 떠났다. 마지막 휴가 직전 나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그토록 원하던 영국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제대와 복학까지 4개월 틈이 생기니 알바를 구하고 돈을 모으면 되겠다 싶었다. 해외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었다. 정말 싼 영국 행 항공권이 열렸는데, 여권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걸 몰랐다. 부랴부랴 지하철 즉석 사진기에서 사진을 찍어 군부대 근처 구청에서 여권을 만들었다.
숙소와 각종 예약을 완료하고 착실히 알바를 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10일 넘게 휴가를 내야 했다. 일하기 전에는 감이 없었는데, 뒤늦게 깨달았다. 일하던 카페의 모든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덕분에 여행 앞 두 달, 뒤 한 달은 쉬는 날 없이 달렸다. 여행 전날 밤에 마감을 했고, 새벽에 돌아와서 오픈 출근을 했다.
중요한 내용은 오프 더 레코드로 하는 법. 나의 첫 해외여행은 여행 바깥에서 치열했다. 군대라는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갑자기 서비스업의 최전선에 뛰어든 선택은 아이러니하다. 다행히, 물론 여행 안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