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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Mar 28. 2021

나의 여행 1: 국내

흔히 여행을 일상에서의 탈출이라 말한다. 인생은 트립, 인생은 여행!, 이라고 말하던 나지만, 기억에 남는 여행은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보상심리로 다녀온 것이었다.


10대에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은 없다. 원래 여기저기 다니는 걸 즐기지 않아 부모님과의 여행도 많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쉬는 살인적인 고등학교 정책 때문에 어차피 시간도 없었다. 설상가상, 졸업 후 졸업식도 못 갈 만큼 빠르게 재수의 길로 뛰어들었다. 이 모든 걸 끝낸 수능 후의 시간이란 다 하고 싶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일로를 떠났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어느 곳을 갈지, 무엇을 할지, 어디서 잘지도 정하지 않고 출발했다. 첫 여행이니 유명한 곳에 가서 유명한 걸 했다. 대구에 가서 서문시장을 돌았고 부산에 가서 광안대교를 봤다. 잠은 졸릴 때 가장 가까운 찜질방이나 게스트하우스에 갔다. 음식은 편의점 아니면 김밥천국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관점에선 최악이었을 여정이었다.


들인 시간과 노력과 비교해 실속 없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진정한 여행이었다. 정말 떠나고픈 순간에 떠났다. 온전히 나에 집중하며 하고 싶은 걸 했다. 어떠한 부담도 과시도 없는 순수한 여행이었다. 일상에서의 탈출은 인생에서 그때 한 번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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