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에 은행에 입사했다. 신규직원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과제가 있다. 바로 돈 세기. 카드나 간편송금이 보편화 된 시대에 누가 현금을 쓸까 싶었다. 하지만 많이 쓴다. 여전히 상상 이상으로 현금이 많이 쓰인다. 시재를 맞추고 정산하기 위해서 돈 세기는 은행원의 기본이다. 계수기가 있지만, 숙달되면 계수기만큼 빠르고 심지어 정확도는 더 높다.
문제는 하루아침에 숙달이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자친구는 나보다 6개월 빠른 2019년 1월에 은행에 입사했다. 거의 모든 과정을 6개월 앞서 경험했다. 그리고 내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물을 주었다. 천 원짜리 백 장 한 묶음. 빳빳한 새 돈이었다. 취업 축하금이자 과제 연습용 부교재였다. 너의 애환에 공감한다는 별풍선 100개였다. 그 리액션으로 묶음을 평생 간직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