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법으론 ‘배지’가 맞지만, 왠지 ‘뱃지’라고 해야 더 맛이 산다. 뱃지를 모은다. 하나씩 모아 벽걸이 컨버스에 꽂으면 수집할 맛이 난다. 배지는 국회의원 양복에 꽂을 거 같고, 뱃지는 여러 개를 한데 모아 장식할 것 같다.
주로 영화 뱃지를 모으고 간간이 뮤지컬이나 전시회, 여행 기념 뱃지가 섞여 있다. 뱃지를 모으는 이유는 그 작은 금속에 영화 한 편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모양과 색깔만이 아니다. 뱃지는 물성(物性)이 있다. 금속의 종류나 양각과 음각, 채색의 물질까지 선택해야 한다. 우주의 검정을 보여주기 위해 흑니켈 도금을 하거나, 인피니티 스톤을 표현하기 위해 글리터 칠을 한다.
뱃지가 더 매력적인 건, 나도 만들어 봄 직한 소품이라는 거다.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창의적인 디자인을 뽑는다. 도안을 그려 제작을 의뢰한다. 찾아보니 온라인 클래스로 뱃지 만드는 법이 있더라. 미래의 나만의 서점 한쪽에 예쁘고 작은 금속이 그득그득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