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
깊은 우울함이 절정을 달리던 어느 날. 안쓰러워하던 지인이 선물해준 책이다. 책 선물을 받아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도서를 선물로 받는 일은 늘 기쁘다. 내 삶을 신경써주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생각해봐야 할 포인트는 두가지 정도 된다. 첫째, 행복의 매커니즘이 무엇인지. 기존에 형성된 고정관념을 깨보려고 하면 할수록 좋다. 둘째, (그래서)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렇게 두 가지 관점으로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행복의 매커니즘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삶은 갈등의 연속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여러가지 갈등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본능과 이성사이의 갈등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행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를 이성보다는 본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분이 되게 혁신적이라고 느꼈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정신적 산물이며, 개인의 마음가짐에의해 좌우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존의 판을 뒤집어 엎는다. 좀더 과격한 표현을 하자면 이전에 형성된 전제들를 모두 부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과 다윈의 진화론을 비교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다윈의 진화론은 사실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견해일뿐이라며 일축한다.
차이를 좀 더 알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의 '뇌'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뇌는 일종의 생존 지침서이며 의식적인 머리로 완전히 해독이 안된다고 한다. 심지어 인간은 생존 그 자체를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큰 화두인 행복조차 생존에 필요한 도구라고 말한다. 이제 다윈의 진화론에 더 무게를 실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인간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존재다. 행복은 그러한 생존을 위해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견이 행복을 평가절하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을 실용적으로 풀어낸 것 같았다. 무용한 이상이 아닌 실생활에서 적용가능한 기술의 느낌이랄까.
행복해지려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런 마음의 기반에는 내 존재에 대한 부정이 깃들어 있었다. 지금 당장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착각. 오만이 만들어놓은 오산이었다. 내 모든게 달라져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어왔다. 표면적으로는 나쁠 것이 없어보인다. 오히려 바람직해보이기까지 한다. 외적으로 발전하겠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건 아니지않은가. 그 생각은 잠시 머문게 아니었다. 내 인생 전체의 전반적인 가치관이었다.
누군가 물었다. 그런 생각을 깨고 작은 조건으로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을 수 있게 된 계기가 있냐고. 단순한 대답이지만 이렇게 말했다. "그 생각이 저를 계속 아프게해요." 언젠가 조건이 다 갖춰진 후에 행복해지겠다고 생각해왔다. 지금 당장은 행복해질 수 없다고.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에 급급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너무 큰 이상을 좇았기 때문이다. 너무 잘하고싶어서 오히려 일을 그르치곤 했다. 때로는 부담감에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남들은 전속력으로 달려가는데 나만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었다. 늘 이룬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랬을까? 성취해온 것들은 늘 있었다.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만족할만한 성취의 수준이 아니었을 뿐. 그래서 기준을 낮춰보자고 마음먹었다. 행복이란 놈은 그때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힘이들 때 창밖을 바라봤다. 발 밑으로는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나만 빼고 다들 행복해 보였다. 그 때 창문을 열었더니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울적했던 기분이 별 것도 아닌 바람 하나로 상쾌해졌고 알 수 없는 힘이 나기 시작했다. 사소하지만 바람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 다시 한번 해보자고, 부딪쳐 보자고 마음을 먹게 됐다. 원래부터 가을날씨를 좋아했지만 이 날 이후로 더욱 더 사랑하게 됐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보다 빈도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