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비워내는 일 밖에

이별이란 놈에게 할 수 있는 일

 사랑받는 일은 늘 그렇듯 까다롭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기란 꽤나 어려움이 따른다. 처음엔 인연인 줄 알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나를 사랑한다 말했던 그 입에서 이제 그저 자신을 성가시게, 혹은 질리게 하는 여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붙잡아 보기도 했지만 사랑을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하더라. 그만 좀 하라고. 더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단단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도 내 마음을 더욱 강하게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싫다는 데 어쩌겠는가. 마음은 찢어지게 아픈데 결국 떠나고싶어하는 그의 손을 어렵사리 놓아줬다.

 실연을 당하는 일은 유쾌하지않다. 그동안 했던 모든 기대를 싸그리 다 쓰레기통에 버려야되니까. 나의 연애는 왜 이렇게 항상 바람잘날이 없는 걸까. 남들은 큰 노력없이 연애도 결혼도 안정적으로 잘 해나가는 것 같은데 왜 나에게는 이렇게 힘든일이 되는걸까. 그렇게 내가 매력이 없는 걸까란 생각도 해봤다. 아직 잘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바보같이 헛된 희망을 크게 품었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여전히 밝게 반짝거리는데 그 위를 잿빛으로 덮어야 하는 상황.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에. 사랑 받을 수 없기에.

 사랑해서 만났지만 둘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마음이 떠나면 그 관계는 거기서 끝인 것이다. 내 얼굴을 보며 이쁘다고 말하던 그의 입에서 지독한 여자란 소리를 듣기까지의 과정은 쉽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차가워질 마음이라면 이제 더이상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을거란 다짐만 남기면서 사랑을 끝내고 말았다. 모든 이유를 알 수는 없다. 그리고 알 필요도 없다. 그와 나는 인연이 아니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의 말대로 사랑을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니까 더이상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빈자리를 이제 어떻게 채울 것인가. 새로운 취미생활로, 커리어에 대한 열정으로,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이성으로. 하지만 뭐가 됐든 채워질리가 없었다. 아무리 눈을 뜨고 찾는다 하더라도 그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의 사랑도 다시는 같은 형태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비워내는 일 밖에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