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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 J Jul 04. 2016

#1 피렌체, 비가오면 생각 나는 도시

오래된 여행의 기억

 비 속에서 캐리어 끌기


비가오는 날이면 피렌체가 생각난다. 피렌체역에 제일 먼저 내렸을 때 나를 반겨 주었던 것은 비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산과 우비가 없었던 나는 우산을 팔고 있던 이민자로 보이던 노점상에서 중국제 우산을 살 수 밖에 없었다. 


"How much is this?

"Is it last price? I think you can give discount more" 


조금의 흥정을 한후에 우산을 살 수 있었다. 비싸게 주지 않았던 것로 기억한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있던 번듯해 보이던 상점의 우산보다는 저렴해서 혼자 뿌듯해 하면서 심지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딱 거기 까지였다. 숙소를 찾으러 걸어가는데, 피렌체 가본 이들을 알것이다. 캐리어 끌기에는 최악의 도보 였다. 폭이 채 1미터도 안됨은 물론, 돌로 된 바닥은 정말이지 10미터 걷는 것이 100미터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노천카페들로 인해 조금씩 나와 있는 의자들로 나는 도보로 걷기를 포기하고 도로 갓길로 걷기로 결심하였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간판문화(?)가 없는 유럽은 숙소를 찾는 것도 힘들다. 숙소로 짐작되어지는 곳의 벨을 누르니 생각보다 사장님이 나오신다. 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통로를 지나니 내가 지내게 될 숙소가 나왔다. 그리고 6인실의 도미토리에 머무르는 사람이 나 혼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좋았다. 그 전에 6인실의 도미토리에서 6인이 사용하다 보니, 혼자 쓰는 것도 괜찮네라고 생각했다. 이 습하디 습한 비오는 피렌체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해야할 것은 빨래였다. 9월의 이탈리아는 내생각보다 더웠고, 덕분에 맞춰서 들고 왔던 옷들을 다 입어 버렸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가까운 곳에 빨래방이 있다고 한다. 나는 빨래방으로 향했다.


또 좁은 도보를 걸었다. 빨래방에는 빨래와 건조기 모두 있었고이는 다행이었던 것이 습한 이곳에서 건조기기 없으면 나는 당장 내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건조기를 돌릴 때 나는 한번만 돌리고, 보통은 집에서 나머지를 말린다. 하지만 피렌체는 먼가 습하기에 두번 돌리기로 결심한다. 기다리다 지겨운차에 빨래방에 자판기가 보인다. 즉석해서 커피빈을 갈아서 커피를 내려주는 자판기이다. 게다가 1유로라니 기다리면서 커피나 마셔볼까? 하며 나는 라떼를 눌렸다. 먹으려 보니 왠걸, 흰 우유 같은 것이 들어있다. 아! 이탈리아어로 라떼가 우유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비와, 습한 공기, 빨래방과 우유와 함께 내 피렌체 여행은 시작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성당


피렌체가면 몇가지 해보라는 것이 있다. 가죽상품, 티본스테이크, 명품아울렛 등등. 나는 역시 먹는게 먼저지 생각하며, 티본 스테이크가 유명한 레스토랑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슬프게도 혼자 여행객에게 티본스테이크는 너무 비싼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리 큰돈을 먹지도 못할 음식에 쏟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결심한 메뉴는 봉골레파스타, 한국인에게 유명한 식당이라 그런지 한국인 무리게 꽤 보였다. 그리고 티본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어쩔수 없지머. 라며 메뉴에서 봉골레 스파게티를 찾는데 안보인다. 웨이터에게 물어보니 다른 메뉴를 하나 더 준다. 왠지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라 관광객인 나에게 주지 않을 것일까?


웨이터와 애기하며 알게된 것이 이 식당에는 seating charge 가 있다는 것이다. 어쩔수 없으니 내야지머 하며 시킨 봉골레 스파게티를 먹는데... 감탄사가 나오는 맛이었다. 나의 감탄사는 이것이었다.


바다가 내 입속에 들어온 기분이야

좀 오버 같지만 봉골레 스파게티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수많은 스파게티를 시도하였지만, 이맛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스파게티라고만 해두고 싶다. 늦은 점심을 먹고 피곤했던 나는 다시 숙소에서 좀 쉬기로 결심하고, 숙소에서 노트북으로 평소 못보던 드라마를 봤다(?). 


내가 티본 스테이크를 못먹어서 아쉬워 했던걸 아는 숙소사장님은 다른 방에 있던 여행자를 소개 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여행자들고 그 레스토랑에 가서 티본 스테이크를 먹고 왔다고 했다. 그래서 어차피 인사도 했겠다 밤에 나가서 맥주나 한잔 마실까요? 라며 캔맥을 가지고 피렌체 두오모에 가기로 했다.


확실히 그는 몇일 있던 여행자답게 내게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었는데, 건물에 있는 고리 같은 것은 옛날에 말을 걸어놓을 때 사용하던 것이라던지.. 음...(그 다음은 생각이 안난다.) 길도 잘알아서 요리조리 가더니 금새 두오모 앞에 왔다. 


이게 초록색 대리석인가요? 이런 성당은 처음봐요

유럽에서 성당을 지겹도록 봤기에 이제는 성당의 나름의 패턴(장미 스테이드글라스라든지, 12사도의 조각이라든지)까지 알며 성당 구경을 거부하며  별 기대가 없던 나조차 피렌체 두오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으로는 느끼기 힘든 초록색 대리석의 성당은 정말 머라고 형용하기 힘들정도였다. 성당에게는 너무 화려하고 사치럽고 음란한 색깔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들정도 어울리지 않으면서 또한 어울렸다. 그앞의 사람들도 그랬다.  밤에도 온갖 관광객들의 두오모 옆음 맴돌며 성당 앞 계단에는 맥주를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곧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피렌체에서 힘들게 캐리어 끌던 기억은 아름다운 피렌체의 밤의 기억으로 덮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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