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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렌체, 내가 사랑한 피렌체

오래된 여행의 기억

by special J

우피치 미술관

아마 모든 피렌체에 관한 가이드북 혹은 블로그는 아래 내용을 포함할 것이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시대의 .....(중략)....메디치가문의 투자로....(중략)..... 우피치 미술관에는...(중략)...


그래서 나도 우피치 박물관은 꼭 가야지 르네상스를 느낄 수 있으며, 메디치 가문의 예술성을 느낄 것만 같았다. 여행 일정 중 반나절을 우피치 미술관에 투자하기로 결심하였다. 반나절 씩이나 미술관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꽤 휼륭한 결정이었는데, 기다리는 줄이 어마어마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정말 느끼기 힘들 정도로 느렸다. 줄을 기다리다보면 기다림을 포기하고 떠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신기하게도 그럼에도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르네상스와 메디 가문의 예술성을 느끼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로 하였다. 후에 뉴스에 들은 애기로 우피치 미술관에 줄서주는 아르바이트가 생겼다고 하니, 이는 미술관 입장 시스템에서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 입장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기다려서 들어 간 미술관 내부에는 다시 어마어마한 줄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몇시간을 기다려 들어간 것인지 모르는 미술관에서, 난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관람 의욕이 뚝 떨어졌다. 나와 함께 기다리는 쿨한 영국인 할머니들은 바로 리셉션으로 향하더니 이렇게 묻는다.


여기서 꼭 봐야할 작품은 어떤 것이죠? 방 넘버 좀 체크 좀해주세요

이 얼마나 휼륭한 생각인가?

무릎을 치며 나도 가서 똑같이 물어보았다. 리셥세니스트는 매우 친절하게 체크를 해주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이방에 있고요, 여기에는는 라파엘로 작품이 있고요, 시간이 있다면 이방도 볼만해요"


나는 입장료도 꽤 냈지만, 그냥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을 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결심했다. 걷기도 힘들었기에 미술관 카페나 찾으면서 말이다. 옥상에는 꽤 멋진 초록색 대리석과 빨간 벽돌 지붕의 두우모가 보이는 테라스 카페가 있었다. 그래 여기가 내가 우피치 미술관에 들어온 이유야! 라며 앉았다. 무얼 마셔야 하나 보니, 모든 차와 커피는 꽤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마시기로 결심한 것은 역시 코카콜라 였다. 비싼 곳 답게 캔과 얼음이 든 컵도 함께 주었다. 이곳에서 콜라를 마시는 동안에 참새가 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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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류는 새이다. 특히 나는 새발을 보면 견디지 못할 정도의 징그러움을 느낀다. 어릴 때 병아리를 좋아하다가 싫어하게 된 계기도 어는 순간 병아리의 발이 징그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소위 닭둘기에게 조차 너그러운 유럽피언의 감성을 받아서 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새를 내쫒지 않고 관찰했다.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동물과의 교감 비슷한 것도 조금은 느꼈다.


내가 입장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카페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미술관이 닫을 시간이 되었다.


내게 우피치 박물관의 최고는 옥상 카페였다.






내가 사랑한 피렌체


많은 이들이 피렌체를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꼭 가야할 버킷리스트 지역으로 꼽는다. 로맨틱한 곳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여행하면서 나는 피렌체가 다른 어느 지역과 비교해서 특별한 것이 있는가? 를 의심해 보았다. 비록 유명한 미술관, 르네상스의 역사를 지니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실 로마에 비해서는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소도시이며, 그에 반해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있어 걷기가 힘들정도이다. 게다가 돌로 된 타일은 캐리어를 끌기에 최악이며, 많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유명하다던 베키오 다리에서는 엄첨난 수의 사람으로 사진 찍는 것 조차 힘들었고,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몇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다.


내가 피렌체를 아무 정처 없어 걷지 않았더라면 피렌체는 그저 유명한 두오모,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기억할 뻔 했다.


최대한 루즈하게 여행하고자 했던 나는 피렌체를 정처없이 걸어보았다. 화려한 명품숍이 있는 메인 스트릿보다 좁은 뒷골목이 내게는 훨씬 좋았다. 미술관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레푸블리카 광장의 계단에 앉아서 기타치는 아저씨의 서글픈듯한 기타소리가 좋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웨딩촬영하는 커플이 전혀 이질감을 만들지 않는 그 풍경이 좋았다. 그곳에서 난 오래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분명 피렌체는 매력있는 도시이다.


이것을 증명해 주는 것은 비오는 날이면 난 피렌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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