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인종에 대한 고찰
한번은 친구와 잡담을 하고 있었다.
평소 매사에 (대다수의 영국인이 그렇듯) 시니컬한 영국인 코스메이트 가 이런말을 한다.
왜 사람들이 유색인종 (colored people)이라는 단어를 쓰는지 참 웃기지 않아? 흰색도 색깔(color)아니야??
이 말을 들으면서 유색인종(colored poeple) 이라는 단어가 폭력적인 단어라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흰색도 색깔인데 왜 사람들은 white/colored 로 나눌까? 그리고 이렇게 이분화 된 인종을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은 얼마나 백인 우월적인, 무지한 밑바닥에 기초하고 있는 말일까?
다른 인종을 많이 볼 수 없었던 한국의 소도시에서 자랐던 나는 다른 인종을 보면 어느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종차별이니, 타인종에 생각할 시간조차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다인종 국가였던 곳에서 살면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 인종차별
사람들이 영국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는 것이 인종차별이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정답은 있다 이다. 사회의 깊숙한 곳에까지 파 들어 살지 않아서 그 쪽은 다른 애기겠지만, 길거리를 가다가 나를 보며 '찡짱총' 하며 지나가는 10대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애기를 다른 한국인에게 해주니, 이런 일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굳이 인종 때문만이 아니라 그냥 아무나 에게도 이런 시비를 건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랬던 것이 우산을 쓰고 가는 백인 학생에게도 차 창문을 내리고 우산을 쓰는 멍청이니 아니니하며 시비를 거는 걸 보았다. 굳이 차 창문 밖으로 과음을 지르면서. 그래서 아, 이렇게 놀리는게 꼭 인종이기 보다 모두에게 그러구나 했다. 그럼에도 중국인 흉내를 내며 다가오는 것은 매우 혐오스러운 일이다.(중국인이라도 기분 나쁜데, 중국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더더욱)
2. 인도인
영국에는 인도 식민지의 영향으로 인도계 영국인이 많았다. 처음에는 의아 했다. 왜 저 인도인 처럼 생긴 친구는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소개하는 걸까? 나는 처음으로 왜 우리나라의 특징을 단일민족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수긍이 갔다. (심지어 단일민족이 아닌데도). 우리나라에서 다른 인종의 사람이 나 한국인이예요~ 하는 경우를 본적이 있는가? 티비에서 난민출신인 사람이 임시로 한국 국적을 받은 것은 보았어도, 나 한국인이예요 하는 것 까지는 본적이 없다.
지내면서 이러한 인도계 영국인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들의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세대 때 이주 온 이들이라, 영국에서 대부분 태어난 이들이었다. 그리고 완벽히 영국인이라고 생각하면 살았다.
그렇다고 이 친구들이 인도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결혼식이나 행사 때 인도 전통의상을 입고 축하했다. 인도의 독립기념일을 축하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시장의 뒷편에 인도 전통의상을 파는 곳이 있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3. Where are you from?
이 질문을 할 때는 보통 한 단어를 기대한다. 처음 얼떨떨하게 과 오리엔테이션을 가던 길에 비슷한 길을 가던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와서 말을 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이 젊은 여자는 학생이 아닌 교수였다. 이런 저런 애길 하다가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이러했다. "음...글쎄? 나는 러시아 어머니와 다른 어느나라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서 또다른 어떤나라에서 자랐어" 영어 몇단어도 알아먹기 힘들었던 나는 대충 아 다양한 배경을 가지신 분이가 생각하고 말았다.
학기가 시작하고 자연스레 출신국가 질문을 하면 이런 대답이 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음, 나는 이탈리아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에서 태어났어, 하지만 벨기에 시민이고 벨기에서 자랐어, 대학은 영국으로 왔지" 복잡한 배경을 가진 친구였다. 아시아 친구중에서도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인도계 싱가폴리언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를 볼 대 마다 이렇게 말했다. "너를 보면 너무 친숙해서 좋아, 내 고향의 친구들도 다 너랑 비슷하게 생겼거든, 그런데 이거 알아? 나 오늘 아프리카 출신이냐고 물어봤어 누가, 나 오늘 새로운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
4. 백인이라고 하나로 묶어 말할 수 있을까?
백인이라는 말 자체도 차별적이지만, 백인이라는 분류 또한 애매하기 짝이 없다. 친구랑 애기를 하다가 "나 백인들 중에서도 영국인이 좀 많이 하얗다는 걸 알게 되었어" 라고 하니 역시 시니컬한 영국친구는 "당연하지, 우리는 사실 좀 많이 창백해" 라고 하는 것이다. 창백하다는 단어에 한참을 웃었다. 플랫메이트였던 그리스 친구도 인종을 말하기 애매한 것 사실이었다. 매일 영국이 춥다고 불평을 하던 그 친구는 따뜻한 지역 출신 답게 약간 그을듯한 얼굴이었다. 친구가 케냐에 필드워크를 다녀 온 이후는 그을리다 못해서 새로운 인종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자신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내 고향은 터키와 바로 인접해 있는 곳이야, 가끔 내가 터키 사람 같다는 말을 듣긴 했었지, 지금은 좀 많은 탄거구"
5. 런던
런던은 확실히 다른 도시보다 다문화, 다인종 국가이다. 옷가게의 백인 언니는 스페인계인지 영어가 서툴다. 대신 인도계로 보이는 맥도날드 점원은 흔히 말하는 영국영어를 쓴다. 인종으로 누가 런던 출신인지 아닌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하다. 심지어 누군가는 이렇게 까지 말했다.
"아 세계에서 런던사람들이 제일 영어 못하는거 같아~"
런던은 그런 곳이다.
6.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는 단순힌 백인, 흑인, 황인 혹은 아시아계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지. 런던사람이 다들 엠마왓슨이 쓰는 영국영어를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인종과 국가가 하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내 앞에 지나가는 외국인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