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디즈니 랜드에 대한 기억
디즈니 랜드에 대한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입학 배치고사가 있던 시절이다. 초등학교 때 성적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떤 연유였는지 모르겠는데, 중학교 배치고사에서 반2등을 했다고 한다. 엄마도 놀라고, 나도 놀란걸 보면 내가 그정도로 공부를 잘하지 않았는데, 배치고사에서 우연히 높은 성적을 받았던 것 같다. 갑작스런 높은 성적에 나는 갑자기 자신감이 폭발했고, 심지어 반장선거를 출마한다.
하...
지금의 내 성격을 보면 자발적으로 반장선거를 나갔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배치고사 성적 뽕(?)에 차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나는 앞에 나서고, 말하고, 얼굴 팔리는 걸 꺼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튼, 자발적으로 나간 반장선거의 후보는 나와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는데, 그 친구는 배치고사 반 1등이었다. 그 친구와는 나는 나름의 경쟁을 했고, 그 친구가 투표 1등을 해 반장이 되고, 나는 부반장이 되었다. 나름 경쟁도 있었는데 모든 것을 잘 잊는 나는 그 친구와 1년 간 나름 잘 지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속도 없다 싶지만, 참 나답는 생각이 든다. 여튼 둘이서 같이 걸스카웃트도 활동도 하고, 보아 춤 공연도 그 친구와 했다. 이것도 놀랍다. 춤 공연을 한 행사가 세계 걸스카웃트 대회였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파가 있었고, 인도 접시춤 공연하는 사람들 등전 세계인이 하는 행사였다. 이런 곳에서 춤 공연을 하다니. 현재의 나는 어릴 때 잘 나서던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튼 배치고사 1등, 반장이 된 그 친구는 좀 잘사는 친구였다.
부모님이 부부 약사였고, 각각 약국을 하고 있었다. 듣던 소문에 의하면 시내의 대형 약국이 아버지가 운영한다고 했다. 그 친구의 집은 빌라였는데, 꼭대기 층이라 펜트하우스처럼 2개층을 사용했다. 살면서 처음 본 구조였다. 방의 수는 6개 혹은 그 이상이었고, 2층에는 부모님의 큰 안방이 있었기에 주로 1층에서만 놀았다. 놀러가면 집안일하시는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빨래를 개고 계셨고, 신기한 물건(지금 생각하면 LP인것 같다)이 많았다. 집이 넓어서 술래잡기, 숨바꼭질도 했다.
그 친구의 집에서 앨범을 보는데 그 친구가 여기는 "디즈니 랜드"라며 설명했다. 나는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디즈니 만화명작은 봤어도 디즈니 랜드는 처음 들어봤다.
그리고 그 친구는 설렘이 가득찬 표정으로
"여기서 빙수를 먹었는데, 무지개 처럼 여러 색의 시럽 같은게 뿌려졌있었어. 그게 진짜 맛있었어!"
그러면서 나에게도 일본의 디즈니랜드에 가면 꼭 빙수를 먹어보라고 정말 정말 강추했다.
외국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던 나는 외국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언젠가 디즈니랜드를 가면 꼭 그 빙수를 먹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2023년 홍콩에 출장을 가게되었다.
홍콩에 간 김에 디즈니 랜드도 가볼까? 하고 디즈니 랜드도 가게 되었다. 내 인생 첫 디즈니 랜드다.
그리고 불현듯 연락이 한참 전에 끊긴 그 친구가 말했던 디즈니 빙수가 떠올랐다. 홍콩 디즈니에는 빙수가 없었다. 검색해봐도 도쿄 디즈니에도 빙수는 없어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가 먹었던 빙수는 색소와 인조향이 첨가된 단순한 시럽빙수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는 빙수가 맛있었던 걸까? 여행의 설렘이 빙수 맛을 그대화 했던 걸까?
어린 날의 나는 빙수 맛이 궁금했던 걸까?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었을까?